최근 2~3년 사이 우리나라 자산운용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펀드 투자의 폭발적인 확대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해외증권투자 확대, 국내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펀드에 돈이 크게 몰렸다. 채권형·혼합형 펀드 투자는 최근 감소세인 반면 주식형 펀드에 투자된 돈은 올들어서만 30조원이 늘어 7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가계의 자산운용에서 부동산과 직접주식투자 비중이 작아지고 펀드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짧은 기간에 너무 급격히 이뤄지다보니 불완전 판매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환경이 투자자 수나 투자자금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환경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펀드의 난립이다. 펀드 투자붐으로 펀드 매니저 1인당 운용액이 2,045억원으로 커졌지만 규모 자체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 문제는 펀드 매니저 1인당 맡는 펀드 수가 3.05개로 최근 6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점이다. 해외펀드의 경우는 펀드 매니저가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펀드 매니저가 충분히 늘지 않은 탓 보다는 펀드 난립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펀드 난립은 해묵은 문제이지만 개선이 잘 안되고 있다. 채권형 펀드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펀드 수는 8700여개로 세계 1위다. 반면 펀드의 평균 규모는 300억원이 채 안돼 세계 34위다. 그만큼 작은 펀드가 많다는 얘기다. 펀드 매니저가 개별 펀드에 신경을 많이 쓸 수도 없고 분산투자도 곤란해 아무래도 투자자 재산 보호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운용사들이 성격이 비슷한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아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들이 믿고 펀드에 돈을 넣을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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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더니 9일에는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갑자기 펀드 환매를 중단해 충격을 주었다.

급기야 신용경색을 염려한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948억유로를 긴급 수혈하고, 미국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중앙은행들도 황급히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했다. 중앙은행들이 이례적으로 대규모 공개시장조작에 나설 만큼 상황이 다급해진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 유럽 증시의 충격파가 이미 아시아 시장에도 전해지고 있으며 한국 증시도 어제 큰 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물론 지금은 심각한 금융위기를 걱정하거나 공황심리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 성급한 위기의식은 시장 참여자들이 한꺼번에 탈출구로 몰리게 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책당국은 우선 투자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나 정책당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경계를 늦추지 말고 대응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 모기지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저금리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이 문제가 됐으며 우리도 닮은 꼴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9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과 비우량 대출이 2금융권으로 몰린 걸 유념해야 한다. 최근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위험을 안고 있다.

국내 은행 보험 연기금들이 미국 모기지 관련 상품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치명적인 리스크는 늘 감춰져 있다.

사태가 악화됐을 때 국내 기관에 미칠 직접적인 파장을 분석해 리스크관리에 나서는 게 급선무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해외 자본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하고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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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국제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어제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특히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한 일이 불을 붙였다.

이는 미국 국내 문제로 머물던 이번 사태가 유럽 대륙으로 번졌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 국제적인 위기로 번질지 모르는 극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캐나다은행, 일본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은 사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적절한 대응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자체보다 국제 금융시장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개입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BNP파리바처럼 손실을 본 금융기관들이 계속 등장할 개연성도 높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해결책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얼마든지 더 악화할 수 있다.

우리는 1주일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신용경색으로 번질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국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직접 손실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본 외국 금융회사들의 연쇄적 손실로 인한 간접 피해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국제적 신용경색이 심화할 경우 국내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금융통화위원회가 그제 콜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한 직후여서 국내 금융시장 사정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철저히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이 불안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예방적인 조치들을 적절히 취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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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논설실장
국내 경기가 회복세라지만 실감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하는 투자자나 대기업은 좋을지 모르겠다”며 남의 일로 구경하는 분위기다.

경기 감각을 둘러싼 업종간, 계층간, 지역간, 기업간 온도 차는 어제 오늘의 화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경제권에 편입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잘 되는 곳은 더 잘 되고, 안 되는 곳은 더 안 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양극화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수출 대기업과 내수(內需)형 기업간의 격차를 들 수 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100여 수출 대기업들은 최근 5년 사이 창업 이래 최고 호황을 맛보고 있다. 주가도 올랐고, 생산성도 좋아졌고, 임금도 올랐으며, 연구개발비 지출도 늘었다. 여유자금이 너무 쌓여 어쩔 줄 모르는 회사도 있다.

수출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나 장기 투자 같은 경영 지표들이 웬만한 다국적 기업들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좋아졌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이 만세를 부르는 반면, 다수의 내수산업은 더 위축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지방 건설업체들은 한숨뿐이다.

경기 회복의 격차는 임금 근로자들 간에도 심하다.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사이, 그리고 비정규직과 무직자·실업자 계층간의 소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회복에 상관 없이 정규직 사원 1명에 비정규직을 4~5명 붙여주는 식으로 인사 관리를 변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비정규직 계층은 월 수입 60만~150만원으로 일상 생활에 부대끼는 신형(新型)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주식도 없고 부동산도 없는 속칭 ‘무주공산(無株空産)’ 세력이 자리잡아가는 판이어서 경기 회복을 맛보는 숫자는 소수일 뿐이다.

게다가 지역간 격차를 보면 경기 회복의 실상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구 지역의 어느 기업인은 “대구에는 경기라는 단어조차 없다”고 불평했다. 대형 할인마트 진출로 중소도시의 유통업은 ‘멸종 위기’라고 아우성이다. 주식 활황 덕을 보는 여의도 주변이나 거대한 수출 대기업을 안고 있는 거제, 울산, 포항에서나 경기 호전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경기의 양극화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15년 장기 호황을 누리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이고, 5년째 호황인 일본도 같은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호황 빌딩의 저편에 불황 마을이 거대하게 형성되는 식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경기의 양극화에는 몇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웃는 쪽은 소수고, 다수는 세계화라는 차디찬 풍파(風波)에 휩쓸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권에 진입한 다국적 기업과 그곳의 정규직 사원들, 머니 마켓에서 큰돈을 굴리는 억만장자와 투자회사들, 그리고 펀드 매니저,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들은 어디서나 승자(勝者)로 분류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이긴 자들의 잉여 이익이 낙오된 그룹에 잘 분배되지 않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출 대기업이 큰돈을 벌면 사원 채용을 늘리고, 임금도 올려주고, 새 공장을 건설하는 재투자로 나라 전체에 기분 좋은 ‘분배 파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통계를 봐도 달라졌다. 이익이 늘어도 사원은 별로 늘리지 않고, 임금 지출을 억제하고, 새 공장은 인도나 중국에 짓고 있다. 그동안 작동하던 호황의 선순환(善循環) 법칙은 깨졌고, 경기 회복의 배당금은 나눠지지 않는 셈이다.

세 번째는 경기 양극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바람에 정부나 경제계가 좀체 손을 쓰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기가 풀리더라도 거대한 패잔병 집단은 ‘그들만의 파티’를 강 건너 불꽃놀이로 구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경기 회복의 양극화는 국민들의 불안 증상을 더 부채질할 것이 확실하다. 신입 사원들은 걸핏하면 메뚜기 튀듯 직장을 옮기고, 주부들은 적금을 깨서 부동산으로 갔다가 다시 펀드로 투자처를 돌리고 있다.

이런 집단 스트레스 때문에 국내 경기가 좋아질수록 “호황의 떡고물을 나눠 달라”는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다. 양극화 회오리 속에서 승리한 세력은 “안 되는 건 다 당신네 탓”이라고 쏘아붙이지만 말고 이런 현실에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하며, 그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희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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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대한 논쟁이 극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10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이 바로 ‘디워’ 논쟁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워낙 논란의 파워가 강한 탓이었는지 ‘100분 토론’의 시청률도 평소의 3배를 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디워’ 파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이 나간 후 10일 아침에는 이날 토론의 패널인 진중권 교수와 칼럼니스트 하재근 씨도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진 교수야 이전에도 몇 번 검색어에 오른 경험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하재근 칼럼니스트는 내 기억으로는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 처음 아닌가 싶다.

하재근 씨는 내가 몸 담고 있는 데일리서프라이즈의 고정 칼럼 필진이기에 반가움이라는 단순한 감정도 있었지만 그가 영화 평론가도 아니면서 ‘디워’에 대한 글 한 번 쓴 것 때문에 이 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을 보면서 새삼 ‘디워’가 2007년 8월 한국 사회에서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에 대해 탄성을 자아낼 뿐이다.

하지만 ‘디워’를 토론한 ‘100분 토론’을 얘기하고자 키보드를 만진 것은 아니다. 심형래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심형래 감독과는 많지는 않지만 또 적지 않은 인연이 있다. 하긴 1990년대에서 2000년 초까지 영화담당 기자를 해봤던 자들 중에서 심 감독과 인연이 없는 사람도 별로 없긴 할 것이다. 그만큼 심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한국 영화계의 나름대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중요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심형래 감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물론 방송사에서다. 그는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 돈도 잘 벌었고, 인기도 천정부지였다. 당시 한국 코미디에서 심형래는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을 잇는 확실한 대들보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그는 영화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를 영화감독으로 만나게 된 것은 1994년 무렵이 아닌가 싶다.

당시 심 감독은 필생의 역작인 ‘티라노의 발톱’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는 영화계에 지금과 같은 펀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투자라고 해야 대체로 지방 배급업자들이나 극장주, 또는 몇몇 개인적으로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추렴해서 영화를 만드는 게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정통 영화인도 아닌 개그맨 심형래에게 투자를 하는 사람은 것의 없었다.

개그맨으로서 하루에도 10여 군데의 밤무대를 뛰면서 번 돈으로 심형래는 영화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전에 만들었던 우뢰매 시리즈나 영구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는 공룡 영화를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었다.

당시 심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인 영구아트무비 사무실이 방배동 카페 골목 안에 있었다. 기자들이 수시로 그곳을 드나들었는데 인심 좋은 심 감독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찾아오는 기자들을 박대하는 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밥 한 그릇에 소주 한잔은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배동 카페 골목 안의 아구찜 집을 이용했다. 그곳에서 하루는 심 감독이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심 감독은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공룡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하소연을 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심 감독이 눈물을 흘렸던 진짜 이유는 공룡 영화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영화계에서는 확실한 ‘왕따’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사 사무실도 충무로가 아닌 방배동에 차렸다는 후문도 있다.

즉 영화계에서는 ‘싸구려 어린이 상업영화’를 만드는 개그맨을 곱게 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성도 완성도도 없는 영화를 만들어서 한국영화의 평균을 깎아먹는다는 심 감독에 대한 편견, 돈 벌어 놓은 것 좀 있다고 거드름 피면서 영화로 장난질하는 개그맨이라는 조롱, 후배 개그맨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출연료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혹사를 시킨다는 중상모략까지 당시 한국 영화계는 분명 심형래를 영화감독이 아닌 ‘싸구려 망둥이’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영구아트무비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비밀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당시 할리우드 직배 영화와의 처절한 싸움, 현격히 줄어든 한국영화 제작 편수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영화계에서는 심 감독에 대한 일종의 질시로 “심형래는 기자들이 찾아가기만 하면 촌지로 도배한다”는 소문까지 충무로에 퍼졌던 탓이다.

그 시절 분명 심형래 감독에 대한 충무로, 즉 한국영화계의 질시는 대단했다. 즉 심형래는 영화계의 인물이 아니었고, 그의 작품들은 한국영화의 통계에 조차 넣기 부끄러운 사생아였던 것이다.

1999년 심 감독은 ‘용가리’를 만들어냈다. 글로벌한 그의 마인드가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그는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신지식인 1호’라는 대단한 칭호가까지 받았고,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강연도 했다. ‘바보 영구’가 엄청난 변태를 한 것이다.

당시 영구아트문화재단이라는 것을 만드는 자리에서 심 감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미 웬만한 자리에서는 형님 동생으로 호칭했던 터라 반갑게 “형래 형님, 축하합니다”라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그의 옆에는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박지원 전 장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놀랍게 변한 심 감독의 위상에 대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의 첫 글로벌 작업이었던 ‘용가리’는 완전 실패를 했다. 할리우드에서 처절할 만큼 혹평을 받은 것은 물론 해외 그 어떤 마켓에서도 ‘용가리’를 사는 사람은 없었다. 아울러 국내 영화관에서도 ‘용가리’는 참담한 실패의 역사였다. 국민의 정부 신지식인 1호 심형래가 무너졌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엄청난 빚더미 위에 앉아버렸다.

그 때 영화계와 언론은 또 다시 심형래 타작하기에 나섰다. 심형래의 허황된 꿈이 졸렬한 작품을 만들어 놓고 상승 기류였던 한국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혹평이 난무했다. 아마도 심 감독의 가슴에 수십 개의 비수가 날아들어 꽂혔을 것이다.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8월 초 ‘디워’가 개봉하면서 한국영화계는 이상한 싸움이 생겼다. 바로 심형래 감독과 충무로로 대변되는 한국영화계의 싸움인 것이다. 심 감독이 방송 오락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서 “심형래가 만든 작품이라 개봉도하기 전에 망할 것이라고 말한다”거나 “개그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영화계의 홀대를 받았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일부 팬들은 심 감독의 말을 들으면서 “한국영화계가 정말 못됐구나”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디워’와 ‘화려한 휴가’를 대결시키기까지 했다.(물론 이는 일부 전두환 추종세력이 조장한 듯한 인상이 강하기는 하지만 이런 흐름에 부화뇌동하는 대중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마치 과거 할리우드 직배 영화와 한국영화의 대결 구도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이는 잘못됐다. 심 감독의 ‘디워’는 분명 한국영화다. 그 작품이 잘됐거나 못됐거나 소중한 한국영화의 한 역사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형래라는 인물도 한국영화에 중요한 획을 긋는 감독의 역사다.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SF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고군분투했던 실험성 강한 영화감독인 것이다.

이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 감독이 ‘디워’의 개봉을 앞두고 털어놓았던 몇 마디의 푸념은 말 그대로 그동안 겪었던 아픔에 대한 넋두리일 따름이다. 심 감독 본인이 자신은 한국영화계의 인물이 아니라거나, ‘디워‘가 한국영화와 척을 지는 별종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사람의 평가와 비판을 가지고 이미 일반 대중들은 심형래 감독을 한국영화와 괴리를 시키고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세력은 이런 점을 자신의 주관적 정치성에 이용하고 있다.

만약 ‘디워’가 ‘괴물’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을 때 한국영화계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땅을 칠 리가 있을까? 각종 영화제에서 ‘디워’를 한국영화가 아닌 또 다른 별종으로 제외시킬 리가 있을까? 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워’가 흥행신기록을 향해 나아가면 그에 맞춰 흥분할 것이고 흥행신기록을 세운다면 한국영화계 전체가 크게 기뻐할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분명 이전에 당한 설움이 있다. 어쩌면 그 설움을 바탕으로 지금의 ‘디워’가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 설움이 시간들을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더 진보된 SF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심 감독을 충무로와 괴리시키는 말도, 그를 별종으로 떼어놓고 이야기하는 태도도 없어야 한다. 그와 한국영하는 상생의 동지요, 하나로 뭉쳐진 그 일원임을 각인해 볼일이다.
이석원 편집국장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非비우량 주택대출) 不實부실로 세계 금융시장에 미국發발 신용위기의 우려가 번지고 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지난 주말 “미국에 투자한 자산의 現金化현금화가 불가능해 자산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던 3개 펀드에 대한 還買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국내 증시도 지난 10일 80포인트나 떨어져 하루 하락폭으론 세 번째 기록을 세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틀간 1558억유로(198조원)의 긴급자금을 금융시장에 풀었고, 미국·일본·호주 등의 중앙은행들도 通貨통화 공급에 나서 일단 급한 불길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損失손실규모도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서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미국 모기지 관련 채권 8000억원어치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접 관련된 채권은 2000억원쯤이다. 손실이 나도 충분히 감당할 만한 규모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도 그 波長파장에서 무사하기 어렵다.

우선 서브프라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株價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그 때문에 회복세인 소비가 다시 위축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선호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지는 것도 문제다. 제2 금융권에 몰린 非비우량 주택대출이 부실화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와 투자자들이 금융위기를 지나치게 걱정해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상황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도 만일에 대비한 위험 관리를 소홀히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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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발 신용 경색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고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대출)가 부실해진 게 발단이 됐다. 부동산 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연체자가 늘어난 것이다. 전체의 17~18%가 부실하다고 한다. 관련 업체가 파산하고,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펀드도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과 유럽·일본의 중앙은행이 250조원의 긴급자금을 금융시장에 풀었지만 상황은 예측불허다. 국제금융시장은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부동산 버블에 직면해 있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힘든 이유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을 수습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려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직접 피해 규모만 따지는 건 사태를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 주가가 요동치고 있고, 30조원을 넘는 주식형 해외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해외채권 금리도 오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채권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 자칫 소비·투자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국내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정부도 여러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아울러 46조원에 달하는 저축은행·할부금융·대부업체의 주택담보대출에 문제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호들갑 떨어선 안 되지만,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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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의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액은 전체 모기지 시장의 12%에 불과하지만 집값 하락에 금리 상승이 겹쳐 문제가 터졌다. 연체율이 2004년 11%에서 작년 말 14%, 최근 20%로 높아지자 복잡한 거래로 얽혀 있는 세계 금융시장이 줄줄이 충격파를 맞았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관련 헤지펀드 2개를 청산했고 프랑스 최대 상업은행인 BNP파리바는 3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과거 같으면 금융 충격은 이들 모기지 회사에 대출한 은행이나 투자자 선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가도 잘 모르는 수많은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누가 얼마나 물렸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1997년 이머징마켓(신흥시장)발(發) 금융위기로 세계가 충격을 받은 지 10년 만에 ‘미국 독감(毒感)’이 세계로 번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까지 천하의 월가(街) 사람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치명적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 투자가 선호되고 세계 유동자금은 이머징마켓에서의 탈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작은 변화가 돌고 돌아 남미나 아시아 증시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세계 신용경색으로 미국이나 유럽 증시가 평균 2% 하락할 때 아시아 증시는 3% 이상 하락했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의 한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문제라면 중국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달리 적절한 심사 없이 마구잡이로 대출해 거품이 터지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 겹치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눌러놓아 대출 부실화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투자도 8억 달러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 독감’이 기승을 부릴 동안에는 조심 또 조심이 상책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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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벤처기업 10년,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벤처기업이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수출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육성해 온 벤처기업 제도가 실속이 없었다는 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8년 2042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이 지난 7월에는 1만3156개로 늘어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또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벤처투자액도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수출 가운데 벤처기업 비중은 지난 2001년 3.7%에서 2004년 3.6%, 2006년 3.4%로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

벤처기업 수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수출도 그만큼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늘어난 벤처기업과는 달리 벤처기업의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벤처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는 벤처기업제도는 법개정을 통해 다시 10년이 연장된 상태다. 지난 7월에 법의 효력을 10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법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벤처기업 육성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의는 벤처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 보완과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벤처기업 활성화는 기업 수만 늘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양적인 증가도 필요하다. 기업 수가 늘어나면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은 벤처기업 양적 증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이제는 양 보다 질을 따져야 할 때다. 벤처기업의 질적 도약이 필요한 것이다. 질적 도약은 곧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2004년 이후 벤처 패자부활제, 프리보드시장 활성화, 코스닥 상장특례제도, 1조원 규모의 모태 펀드 설립 등 다양한 벤처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리보드시장은 아직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며, 벤처 패자부활제도 눈에 띌 만큼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질적으로 우수한 벤처기업을 양성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벤처펀드 출자를 하는데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벤처거품을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벤처기업들은 돈이 생기면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활용하기 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벤처펀드 출자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벤처기업 육성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벤처기업ㆍ이노비즈ㆍ경영혁신형 중소기업 등 유사제도를 통합ㆍ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일은 당연하다. 다만 벤처기업 육성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있도록 벤처기업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 경제성장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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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들의 부실 여파로 급격히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4% 이상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7월27일에 이어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소위 ‘검은 금요일’을 경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약 58조원, 유럽중앙은행(ECB)은 200조원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금액을 금융시장에 공급하며 폭등 조짐을 보이던 단기금리와 투자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스위스의 중앙은행들도 긴급 유동성 제공에 나섰으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국가도 사태 추이에 따라 비슷한 금융 방어대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며칠 전까지도 대다수 세계 금융 정책가들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악재보다는 자국의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더 큰 듯하다. 실제로 지난주 호주 중앙은행과 우리나라 한국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로 그 다음날, 세계 금융시장에 소용돌이가 몰아쳤으니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과 유럽중앙은행도 8월과 9월쯤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태의 추이에 따라 그 인상폭이나 조정 시기가 매우 불확실해졌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브프라임과 연계된 대형 펀드들이 잇달아 주저앉으면서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에 도사리고 있던 부실의 연쇄 파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지속돼온 과잉 유동성 공급과 공격적인 대출로 지나치게 활황세를 보이던 세계 금융시장을 적절히 조정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시기로 보는 관점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금융시장의 특성으로 볼 때, 전자의 경우라면 국제 신용경색의 심화와 안전 위주의 투자 선호로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자본의 이탈이 심각해져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라면 오히려 과열된 국제 금융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기조에 유익하고 우리나라에도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후자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목요일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의 건실한 경제 기반과 시장의 자체 문제 해결 능력에 신뢰를 표시하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마수드 아메드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도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현상은 ‘신용위험도를 재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관리가능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취한 신속한 대응 자세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글로벌화된 국제 금융시장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검은 금요일’이란 표현이다. 사실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은 미국의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휴일 바로 다음날 대대적 할인을 동반한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금요일을 가리킨다. 1년 내내 적자(Red)를 면치 못하던 각종 쇼핑몰들이 이날을 기점으로 흑자(Black)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인 의미의 ‘검은 금요일’이 잇따라 ‘암울한 금요일’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암울한 금요일’을 겪어야 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부화뇌동하기보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오히려 한국 금융시장의 자생력과 방어력을 키울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암울한’ 검은 금요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흑자를 보는 ‘즐거운’ 검은 금요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차상구 / 미국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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