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들의 부실 여파로 급격히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4% 이상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7월27일에 이어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소위 ‘검은 금요일’을 경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약 58조원, 유럽중앙은행(ECB)은 200조원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금액을 금융시장에 공급하며 폭등 조짐을 보이던 단기금리와 투자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스위스의 중앙은행들도 긴급 유동성 제공에 나섰으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국가도 사태 추이에 따라 비슷한 금융 방어대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며칠 전까지도 대다수 세계 금융 정책가들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악재보다는 자국의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더 큰 듯하다. 실제로 지난주 호주 중앙은행과 우리나라 한국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로 그 다음날, 세계 금융시장에 소용돌이가 몰아쳤으니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과 유럽중앙은행도 8월과 9월쯤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태의 추이에 따라 그 인상폭이나 조정 시기가 매우 불확실해졌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브프라임과 연계된 대형 펀드들이 잇달아 주저앉으면서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에 도사리고 있던 부실의 연쇄 파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지속돼온 과잉 유동성 공급과 공격적인 대출로 지나치게 활황세를 보이던 세계 금융시장을 적절히 조정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시기로 보는 관점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금융시장의 특성으로 볼 때, 전자의 경우라면 국제 신용경색의 심화와 안전 위주의 투자 선호로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자본의 이탈이 심각해져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라면 오히려 과열된 국제 금융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기조에 유익하고 우리나라에도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후자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목요일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의 건실한 경제 기반과 시장의 자체 문제 해결 능력에 신뢰를 표시하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마수드 아메드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도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현상은 ‘신용위험도를 재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관리가능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취한 신속한 대응 자세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글로벌화된 국제 금융시장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검은 금요일’이란 표현이다. 사실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은 미국의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휴일 바로 다음날 대대적 할인을 동반한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금요일을 가리킨다. 1년 내내 적자(Red)를 면치 못하던 각종 쇼핑몰들이 이날을 기점으로 흑자(Black)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인 의미의 ‘검은 금요일’이 잇따라 ‘암울한 금요일’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암울한 금요일’을 겪어야 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부화뇌동하기보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오히려 한국 금융시장의 자생력과 방어력을 키울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암울한’ 검은 금요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흑자를 보는 ‘즐거운’ 검은 금요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차상구 / 미국 공인회계사]]

[Copyright ⓒ 문화일보 & 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