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 방영 중인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입시 교육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얘기가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다지만 결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진지한 고민을 안겨주는 드라마다.

극 중에서 아이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강남으로 이사 온 ‘진우 엄마’(하희라 분)는 아이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노래방 도우미라는 극단적 설정을 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과외비 마련을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부들이 많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사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답답한 현실이 기자에게도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사교육시장을 취재하는 기간 동안에도 이런 부담감이 기자의 마음 한 켠을 짓누른 이유다. ‘정당한 근로 소득으로 과연 아이들 사교육비나 제대로 댈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녀 사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월 소득의 19.2%에 달한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분기 현재 37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70만원 정도는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 평균이 70만원일 뿐 중산층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런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쉽사리 증가하지 않고 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지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교육비 때문에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구주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도 과외비 내고 주택담보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는 ‘가난한 부자’들이 속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초래한 문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부모 세대들의 노후 준비 부족이다. 사교육비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가구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노후 준비 비용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은퇴 준비 비용으로 사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자신의 노후 자금은 전혀 준비해 놓지 못하면서도 아이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서는 파출부 일도 마다 않는 게 우리 부모들의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자녀 교육,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어찌 보면 비생산적인 입시 교육에 부모들의 인생을 올인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더욱이 사교육에 올인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없지 않은가.

사교육비, 이제 딱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자금은 자신들의 노후 준비 자금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월 70만원의 사교육비를 35만원으로 줄이고, 35만원을 매월 적립식펀드에 가입해 15년 동안만 모아보자. 매년 10%의 수익률만 올린다고 해도 원금 6300만원에 수익금 8267만원을 더하면 1억45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다. 이 정도 자금이면 부부의 노후 은퇴 자금으로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노후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은 될 수 있다. 사교육비 지출과 은퇴 준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빠를수록 좋다.

‘늙어 보니 돈이 효자’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뼈저리게 느껴질 때쯤이면 이미 늦은 때일 것 같다.

[정광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8호(07.08.15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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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을 다시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금융시장 불안이 세계 증시의 동반폭락과 글로벌 신용경색 조짐으로 비화된 지난 주말, 뉴욕 월가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경제이론이나 통계수치보다 직관과 카리스마를 무기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에 대한 향수이자 벤 버냉키 현 의장에 대한 실망감의 표시다. 그린스펀이라면 2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어떤 식이든 손을 써 지금 같은 시장혼란을 막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 이번 사태는 1998년 여름 헤지펀드의 일종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종종 비교된다.

월가의 스타였던 존 메리웨더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스 등과 손잡고 설립한 이 펀드는, 소위 '무위험 차익거래'라는 새로운 금융기법을 앞세워 러시아 국채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다 러시아의 돌연한 모라토리움(지불유예) 선언으로 1,000억 달러대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 그린스펀은 서둘러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은행들의 손을 비틀어 36억 달러대의 유동성을 지원, 사태를 진정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 버냉키로선 시장의 성급한 평가가 서운하겠지만 그럴 여지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소신에 따라 "지금 가장 큰 관심은 성장둔화 위험보다 인플레이션"이라며 재앙이 발생하기 불가 하루 전 연방금리를 동결한 까닭이다.

그러나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의 펀드환매 중단조치가 나오며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상태로 치닫자, 그도 이틀간 600억 달러를 넘는 유동성을 긴급지원하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경제의 기초체력과 무관한 응급처방이라지만, 이미 '실기(失機) 논란'에 휩싸이며 체면은 크게 구겼다.

▦ 국내에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통화위원들이 머쓱한 처지가 됐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6년만에 2개월 연속 콜금리를 올리는 강수를 뒀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식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발(發) 후폭풍을 맞아서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과잉 유동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실물경제를 안정시켜 놓아야, 조만간 닥쳐올 대내외의 불안요인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상황이 하루만 빨리 터졌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지는 의문이다. 금통위의 금리인상 결정이 과연 약일까, 독일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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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름조차 생소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전 세계 금융권으로 확산돼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는 금융 정책의 실패와 금융회사 간 과도한 경쟁 및 금융시장의 높은 연계성 등이 빚은 합작품이다. 주택금융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틈을 타 금융 회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경쟁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확대했고, 이의 부실화가 증권을 통해 자본시장으로 파급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아 좋은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나 단기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 집값 상승으로 증가한 담보 가치를 활용해 소비 지출이나 다른 부채 상환용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근 규모가 커져 전체 주택담보부대출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일반 주택담보부대출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하며, 금리 조건도 처음 2년은 고정금리를 적용하다 이후에는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에 금리 상승이 맞물려 연체율이 높아지게 됐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대출 금융회사의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출 금융 회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민간부문 주택저당채권(MBS) 등을 발행하고, 이런 증권을 모아 유동화한 자산담보부증권(CDO)을 발행했다. 이렇게 발행된 증권에 투자은행과 펀드·헤지펀드 등이 투자함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이와 연계한 증권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전이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2003년 우리나라의 카드사태와 유사하다. 카드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실 자산이 크게 늘었고, 카드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에서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확대하고, 카드 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 발행을 늘리면서 카드 회사의 부실이 자본시장으로 전이돼 전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자본시장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 금융 당국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 자본시장 패닉 현상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소비자 금융 부실화는 그동안 누적된 문제가 일시에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치유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다.

차제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현상을 보고 우리도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준비와 점검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선 주택담보부대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중이 작아 당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연체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부실이 증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리와 경제 상황의 변동에 대응한 금융회사의 신용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개별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더불어 전체 시장 및 정책적인 차원에서 신용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단기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특정 부문의 자산이 크게 증대하고 이러한 자산의 부실화가 금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와 같이 특정 부문에의 집중과 과열은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에 따른 위험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한다.

거시적인 경제 요인의 변동에 대응해 국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금융정책의 추진 또한 필요하다. 국제적인 금융 변동성 증대를 감안해 환율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엄격하게 금융시장을 관리감독해야 한다. 아울러 세계적인 신용 경색 국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국내 실물경기가 냉각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필규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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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준호]  15일 오전 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1년 전에 든 펀드를 놔둬야 할지 아니면 환매해야 할지 고민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내 주변 사람에게까지 뻗친 모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느 회사의 무슨 펀드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글쎄, 증권사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그냥 돈을 맡겨서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워낙 투자에 문외한이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좀 극단적 경우이긴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상당수 투자자의 현주소다. 자신이 투자한 대상에 둔감하고, 투자환경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정세에 너무 어둡다. 그저 ‘저금리·노령화 시대에 유망한 투자수단은 펀드’라는 달콤한 이야기에 솔깃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개 펀드의 1년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더라’는 소문에 막연히 펀드 창구로 달려간 사람도 상당수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한국은 문제 없다”고 장담한다. 국내 금융회사의 서브프라임 투자가 적고 평가손실도 8500만 달러(약 79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과연 그럴까. 정부가 투자심리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밝은 면만 보는 것은 아닐까.

 미 서브프라임발 금융 불안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광복절로 서울 시장이 쉬는 동안 미국·유럽·아시아 증시가 돌아가며 다시 하락했다. 골드먼삭스 등 여기저기서 투자 실패에 대한 ‘고해성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국내 증권가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4일 “서브프라임 사태는 안개 속이어서 제대로 된 투자전략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서울 증시에서 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매도를 했다. 그 물량을 주식펀드를 앞세운 국내 기관들이 받아내며 버티는 형국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단정할 수 없다. 시간이 흘러야 외국인이 현명했는지, 아니면 개인과 기관의 전망이 옳았는지 밝혀질 일이다.

 당장 펀드에서 돈을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도 문제지만 상황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도 화를 부를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어느 나라, 어떤 주식, 무슨 금융상품인지는 알아야 한다. 자신의 펀드가 어디에 투자했는지도 모르고 펀드 환매를 위해 BNP파리바 은행 창구로 몰려든 파리 시민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 ▶최준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uno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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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와중에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여러 투자은행과 함께 ‘천하의’ 골드만삭스가 물렸다는 점, 투자 실패를 ‘추가 베팅’으로 풀어 가는 점이 그렇다.

막강한 인력과 자산은 기본이고 엄청난 인맥과 월가(街)에서의 영향력, 화려한 실적이 수식어로 따라붙는 골드만삭스가 두 눈 뜨고 당했다. 웬일인가.

골드만삭스의 ‘GEO 펀드’는 컴퓨터가 투자 결정을 하는 ‘퀀터티브(quantitive·계량적·약칭 퀀트) 펀드’다. 투자 대상 가운데 가격이 적정 가치보다 높으면 팔고 낮으면 사는 등 갖가지 공식에 따라 거래를 한다. 그동안 실적도 좋았다.

이 펀드 자산은 최근 50억 달러에서 36억 달러로 푹 줄었다. 지난주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폭락장에서 컴퓨터의 판단에 따라 빚까지 내서 주식을 사들인 결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집 살 돈을 빌려 주는 회사다.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면서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진 게 작년 말, 부실이 터진 게 올봄이다. 미국 금융자산의 1%에 불과한 이 시장의 위험요인을 증폭시켜 전 세계로 확산시킨 게 바로 현대금융시장이다. 금융상품을 결합하거나 복잡한 조건을 붙여 만든 파생금융상품에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도 섞여 들어간 탓이다.

한 시장의 위험을 다른 시장으로 전이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숱한 경고들은 계속 무시돼 왔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의 자금 공급과 함께 골드만삭스의 추가 투자 발표가 위험한 시장, 위험한 상품에 대한 걱정을 덜어 준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GEO에 추가로 넣은 돈은 30억 달러. 그중 10억 달러는 두 명의 억만장자가 냈다. 이번 투자가 잘되면 골드만삭스는 실패한 펀드도 살리고 뒷돈을 댄 억만장자들과 함께 또 거액을 벌 것이다. 결과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골드만삭스는 더 큰 돈을 집어넣어 이 펀드를 성공시킬 수도 있다. 이것도 월가의 운행 방식 중 하나다.

뉴욕증시의 불안감은 아직 남아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며 다른 모기지 시장으로 확산돼 가는 점도 악재다. 그렇다 해도 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해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의 행태가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변화가 있더라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일 것이다. 월가는 그렇게 살아간다.

세계 투자은행, 중소형 헤지펀드 등 국제금융시장의 선수들은 이미 한국 무대에서도 뛰고 있다. 국내 ‘개미’ 투자자들은 이들의 얼굴도 모른 채 한판 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직접투자를 하려면 태평양 건너 골드만삭스의 투자 결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은 또 얼마나 거셀 것인가. 시장이 불안하거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세계 투기성 자금은 안전 투자처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돈이 국경 너머로 달아나는 시장의 충격은 우리가 10년 전 경험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14일 일본의 저금리를 피해 고수익 시장에 투자된 ‘엔 캐리 자금’이 국내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의 혼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보다 더 불안한 계절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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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범여권 통합신당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신당에 참여한 시민단체 인사들은 많은 지분을 요구했고, 현역 정치인들은 수세에 몰려 있는 것처럼 머리를 낮추고 있다고 한다. 왜 시민단체는 현실 정치의 지분을 그렇게 목말라 하는가.

  국민이 위임한 국가의 권력이 비대해져 민중의 삶을 지나치게 구속하기 시작하자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민 활동이 시작됐다. 어느 시대에서든지 그 시대의 과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인과 시민들의 행동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상소운동 역시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다. 독재시대에는 민주화 운동이 시민운동이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1987년 군사독재가 무너진 뒤 시민들이 다양성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을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시발점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는 양극화가 심하다. 참으로 순수한 시민들의 모임이 많지만,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했음에도 권좌에 진입하는 통로로 변질된 극소수 권력단체도 있고, 리더 한두 명을 출세시킨 뒤 정체성이 도전받아 피폐해져 버린 단체들도 있다. 여야를 떠나 국가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역사적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시민단체는 왜 범여권에 포함되려 하는가. 정당의 50% 현실 지분을 요구하는 권력단체가 어찌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는지 안타깝다. 정권이 바뀌면 시민단체는 범야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범여권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반면 출세한 아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골 어머니처럼 권좌에 오르내리는 럭셔리 시민단체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가난하고 순수한 시민단체들은 오늘도 운영비 몇십 만원에 가슴이 졸아 들고 있다.

  언론은 이같이 수많은 시민단체들을 왜 진보, 민주, 운동권이라는 하나의 틀로서 평가해 버리는가. 행복·성장·품격 등의 보편적 가치가 시민단체의 구호가 될 수 있을 텐데, 그간의 우리 사회 발전 양상과 선명성 경쟁으로 인해 내용을 차치하고 시민단체가 민주·개혁이라는 구호만 내세우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언론은 진보라는 어휘에 주눅이 들어 버렸다.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시민단체들은 많은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현실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시민단체들은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공정한 감시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뒤 몰아칠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시민단체들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시민단체가 너무 많다는 말도 있지만, 선진국인 미국에는 1만2000여 개의 시민단체가 있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지역재단·봉사재단 등 세상을 밝게 하려는 수많은 단체다. 인간의 최고 욕구는 봉사할 수 있는 삶이라고 하듯이 자기가 속한 사회를 발전시키려는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고, 시민들이 아낌없이 펀드 모금·좋은 아이디어 제공에 나서는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용상 광주 전남 행복발전소 고문 미래아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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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휴가철도 이제 막바지다. 직장인들의 일상이 말 그대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모양새임을 생각한다면 여름휴가는 점심 후 잠깐의 오수(午睡)만큼이나 달콤하다. 피곤해도 기분 좋은 나른함이고, 가벼워진 주머니도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 앞에선 뿌듯한 스트레스이다.빠듯한 일정 탓에 주말을 최대한 활용한 약은 휴가를 다녀왔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딸아이와 아내가 함께 사뭇 진지한 자세로 기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가장으로서 소홀했다는 자책도 잠시 들었다. 딸의 기도가 무색하게 출발하는 날도 게릴라성 호우는 퍼부었고 빗소리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물놀이 갈 생각에 들떠 잠이 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 어린 시절 소풍을 앞두고 하늘을 보며 소원했던 간절함이 되살아났다.하지만 다행이 다음날은 땡볕더위여서 무사히 휴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 복귀하자 또 다른 변덕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오락가락하는 주식시장이 주인공이다. 두 변덕쟁이 때문에 8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루걸러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하루 이틀 사이에 80포인트 내외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은 야속할 만치 진을 다 빼놓는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한 신용시장의 경색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시장은 롤러코스트 위에 올려졌다. 조정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추가 조정을 주장하는 신중론자들이 늘어가고, 꾸준하게 증가하던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최근 들어 눈에 띠게 둔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초부터 그 파급효과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내 무감각해졌고, 이미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듯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해 나갔다.

이 대목에서 대우채 사태가 터진 1999년 7월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 당시 시장에서도 대우채 문제는 이미 노출된 악재이며, 더 이상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IMF 이후 가파르게 회복되던 시장은 대우채 문제로 인해 급격한 조정을 받게 된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시장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시장의 패러다임은 바뀌었으며 시장참여자들의 투자마인드도 많이 성숙했다. 아직 대량 환매사태나 본격적인 펀드자금의 이탈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우리 시장은 그동안 획기적인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소의 추가조정은 있겠지만 그 폭이 깊고 길어지리라는 전망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대비가 필요했다는 조용한 반성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침착한 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게릴라성 호우'는 말 그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 현상임을 잘 알고 있다면 그에 대비책은 한 가지다. 다소 귀찮더라도 항상 우산을 챙기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근래와 같이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재테크에 있어서 꾸준한 수익률 관리에 필적할 만한 현명한 방안은 없다. 시장이 좋을 때 리스크를 떠올릴 수 있고,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들이 난무할 때가 절호의 찬스라는 마인드만 갖춘다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다. 우산만 챙겨 다닌다면 말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 우산은 무엇일까? 투자 예비재원의 확보를 통한 기간 분할 투자기법, 다양한 투자 지역에 대한 고려, 투자 대상의 다원화가 그 것이다. 이에 선행되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예측이다. 2007년 8월. 변덕쟁이와 화해하는 슬기만 있다면 투자에 있어 보기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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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사태는 우리나라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파문의 영향권 안에 들었음을 알려 주는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가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단기 해결보다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 역력하다.

조그만 불씨가 산 전체로 번진 것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함으로써 글로벌 신용경색을 초래하고 있다.

정상적인 채권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펀드들이 속출하고, 신용이 좋은 프라임 모기지 업체마저 유동성 부족으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피해사례가 모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신용경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중앙은행이 나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불안감만 키운 꼴이 됐다.

이번 사태의 뿌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해소할 처방도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금리 인하 같은 강력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사태는 장기화할 위험성이 더 높다.

특히 지난 수년간 국제 금융시장에 풍부한 자금줄 역할을 해온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일본으로 환류) 가능성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

급격하게 엔 캐리 자금이 청산될 경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휩쓸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신용 경색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락할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인한 수출 타격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사실상 국제 금융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직접 피해가 없다거나 손실규모가 작다는 한가한 얘기를 거두고, 경제주체 모두가 위기에 준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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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말미암은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가 확산일로 추세다. 국내 증시는 처참하다. 어제 하룻동안만 코스피지수가 125.91(6.93%) 하락해 1600대로 주저앉았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가 폭락이다.

국내 증시의 폭락은 지나친 감이 있다. 실물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월별 취업자 증가 수가 두 달 연속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사정도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외환 보유고가 2천억달러 넘게 쌓여 있어 외환위기 때처럼 기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지난 몇 해 동안 큰 이익을 봤던 헤지펀드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를 부르고,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면 다시 주가가 폭락하는 연쇄 주가폭락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이 순식간에 유동성 축소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도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은 과잉 유동성 덕분에 지난 5~6년 동안 쉬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려 온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시장 등에서 급격한 거품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금 환수가 아시아권 신흥 공업국들부터 시작되리란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이런 맥락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실물경제가 탄탄해도 금융시장 한쪽에 구멍이 뚫리면 연쇄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주식시장이 그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잉 유동성 축소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는 증시의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는 있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가 전개되면 국내에서도 연쇄적인 펀드 환매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만으로 정부가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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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동교수/ 성균관대 경제학〉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한국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주가는 최고 시세 대비 하락폭이 10% 이내인데, 한국은 15% 이상 내렸다.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미국발 위기에 한국 적격탄-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취급한 금융 회사와 그 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채권이나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도산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M&A시장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회사채 등 장기 자본시장에 이어 단기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확산되었다. 급기야 연방준비은행이 최종 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거액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 등 국제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전파되어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상당수의 선진국 중앙은행도 개입하게 되었다.

재경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16일 주가 대폭락을 막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엔캐리 자금의 환류가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권오규 부총리의 글은 시장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 넣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에 은행 등 한국 금융회사가 투자액이 최대 10억달러 정도밖에 안되며 최악의 경우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있다고 정책당국이 발표했는 데도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대책으로는 첫째,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대미 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막아야 할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을 사들이기만 한 외환당국은 현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개입하는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공세도 약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국내 투자자의 심리도 안정될 것이다. 엔캐리 자금의 환수에도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우량, 불량의 구분조차 없이 과도하게 이루어져, 수 천조원에 달하는 거품을 키웠다. 이 거품이 해소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은 때늦었지만 적절했다고 본다.

정책당국은 거품이 저절로 사라진다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거품의 존재는 뒤늦게 대통령도 인정한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재경부와 건교부의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9월부터 실시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 원가 공개는 3.3㎡(1평)당 건축비를 150만원 이상 부풀린 뻥튀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 신도시는 계속 투기장화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보다 더 부실 요인이 큰 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건축비는 낮추고, 신도시는 공영개발하여 투기꾼의 먹잇감을 제거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엄격히 적용하여 부실대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자생력 키울 장·단기대책 시급-

그러나 이런 단기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경제는 실물부문에 비하여 금융부문이 취약하다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는데, 이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금융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은행장등 최고경영자(CEO)가 국내외 시장에서 실력이 인정된 시장 출신 인사로 선임되어야 하며 낙하산은 안 된다. 감사가 감독원 출신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런 사람 문제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나빠졌으며, 이것이 거품과 자산양극화를 통해 참여정부의 지지율 폭락을 초래한 것이다.

〈김태동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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