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 방영 중인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입시 교육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얘기가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다지만 결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진지한 고민을 안겨주는 드라마다.
극 중에서 아이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강남으로 이사 온 ‘진우 엄마’(하희라 분)는 아이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노래방 도우미라는 극단적 설정을 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과외비 마련을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부들이 많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사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답답한 현실이 기자에게도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사교육시장을 취재하는 기간 동안에도 이런 부담감이 기자의 마음 한 켠을 짓누른 이유다. ‘정당한 근로 소득으로 과연 아이들 사교육비나 제대로 댈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녀 사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월 소득의 19.2%에 달한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분기 현재 37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70만원 정도는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 평균이 70만원일 뿐 중산층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런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쉽사리 증가하지 않고 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지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교육비 때문에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구주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도 과외비 내고 주택담보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는 ‘가난한 부자’들이 속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초래한 문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부모 세대들의 노후 준비 부족이다. 사교육비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가구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노후 준비 비용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은퇴 준비 비용으로 사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자신의 노후 자금은 전혀 준비해 놓지 못하면서도 아이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서는 파출부 일도 마다 않는 게 우리 부모들의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자녀 교육,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어찌 보면 비생산적인 입시 교육에 부모들의 인생을 올인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더욱이 사교육에 올인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없지 않은가.
사교육비, 이제 딱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자금은 자신들의 노후 준비 자금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월 70만원의 사교육비를 35만원으로 줄이고, 35만원을 매월 적립식펀드에 가입해 15년 동안만 모아보자. 매년 10%의 수익률만 올린다고 해도 원금 6300만원에 수익금 8267만원을 더하면 1억45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다. 이 정도 자금이면 부부의 노후 은퇴 자금으로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노후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은 될 수 있다. 사교육비 지출과 은퇴 준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빠를수록 좋다.
‘늙어 보니 돈이 효자’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뼈저리게 느껴질 때쯤이면 이미 늦은 때일 것 같다.
[정광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8호(07.08.15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극 중에서 아이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강남으로 이사 온 ‘진우 엄마’(하희라 분)는 아이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노래방 도우미라는 극단적 설정을 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과외비 마련을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부들이 많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사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답답한 현실이 기자에게도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사교육시장을 취재하는 기간 동안에도 이런 부담감이 기자의 마음 한 켠을 짓누른 이유다. ‘정당한 근로 소득으로 과연 아이들 사교육비나 제대로 댈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녀 사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월 소득의 19.2%에 달한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분기 현재 37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70만원 정도는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 평균이 70만원일 뿐 중산층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런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쉽사리 증가하지 않고 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지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교육비 때문에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구주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도 과외비 내고 주택담보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는 ‘가난한 부자’들이 속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초래한 문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부모 세대들의 노후 준비 부족이다. 사교육비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가구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노후 준비 비용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은퇴 준비 비용으로 사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자신의 노후 자금은 전혀 준비해 놓지 못하면서도 아이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서는 파출부 일도 마다 않는 게 우리 부모들의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자녀 교육,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어찌 보면 비생산적인 입시 교육에 부모들의 인생을 올인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더욱이 사교육에 올인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없지 않은가.
사교육비, 이제 딱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자금은 자신들의 노후 준비 자금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월 70만원의 사교육비를 35만원으로 줄이고, 35만원을 매월 적립식펀드에 가입해 15년 동안만 모아보자. 매년 10%의 수익률만 올린다고 해도 원금 6300만원에 수익금 8267만원을 더하면 1억45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다. 이 정도 자금이면 부부의 노후 은퇴 자금으로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노후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은 될 수 있다. 사교육비 지출과 은퇴 준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빠를수록 좋다.
‘늙어 보니 돈이 효자’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뼈저리게 느껴질 때쯤이면 이미 늦은 때일 것 같다.
[정광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8호(07.08.15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실속없는 벤처기업제도 개선해야 (0) | 2008.02.08 |
---|---|
<포럼>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의 교훈 (0) | 2008.02.08 |
[지평선] 버냉키와 이성태 (0) | 2008.02.08 |
[시론]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배우자 (0) | 2008.02.08 |
[취재일기] ‘둔감 ’과 ‘민감’ 사이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