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아파트 재건축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아파트를 지은 지 15년 된 아파트까지 확대했다. 이에따라 리모델링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급격히 높아진 상태이지만 정부정책이나, 법제, 공법, 시장 등에 대한 구체 정보는 부족한 상태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① 배경과 개념 ② 정부 정책 있나 없나 ③ 새 집처럼 짓는다 ④ 재건축과의 비교 ⑤ 추진절차 와 현황 ⑥ 문제점 등 6회에 걸쳐 짚어본다.
신축 수요 둔화, 리모델링 수요 증가 예상
"정부, 노후 공동주택 적체 적극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이른바 `재건축'이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춤하면서 기존의 낡은 아파트를 수리 개선하는 `리모델링(Remodeling)'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급속히 발달된 건축기술 덕분에 20-30년 된 낡은 아파트들이 새 아파트처럼 변하면서 주거공간도 대폭 넓어지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한 용어였다. 건설업계에서 리모델링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인 1990년대 후반이다.
현대건설은 1998년 성능개선팀을 만들었고 삼성건설은 1999년 `리폼(Reform)'팀을 발족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리뉴얼(Renewal)'등의 이름으로 기존의 낡은 건물을 개ㆍ보수하는 부서를 서둘러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파트보다 상업용 건물을 염두에 둔 조직이었다.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는 원래 2000년5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 박사와 박용석 박사, 서울대 건축공학과 김광우 교수, 대한주택공사 조미란 박사 등 학자들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의 실무 전문가들이 리모델링 연구회를 만들면서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업계에서는 당시 아파트 개ㆍ보수 시장 규모조사와 사업성 분석 등을 통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을 신규사업 분야의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현대건설은 2003년에 주택영업본부에 도시정비사업부를 만들어 재건축과 함께 리모델링을 담당하게 했고, GS건설 역시 2003년부터 리모델링팀을 운영해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과거 본사에서 리모델링을 담당하다가 최근 각 영업소로 사업을 이관했다. 또 각사가 모두 리모델링 관련 조직을 보강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초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었고, 롯데건설도 요즘들어 리모델링 영업을 활발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리모델링이 정작 활성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정부가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재건축을 지목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주민들은 재건축으로 그리 큰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리모델링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으면서 개발이익을 얻는 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두기 때문에 개발이익이 별로 없는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
◇ 리모델링이란 = 리모델링이란 간단히 말해 개조공사다. 발코니를 거실로 편입시키는 간단한 공사에서부터 낡은 아파트의 뼈대만 남기고 모두 헐어낸 뒤 거의 새 아파트같은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아파트를 짓는 대규모 공사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법적으로 세대수를 증가시킬 수 는 없지만 아파트를 기존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증설할 수 있다.
리모델링이라는 용어가 공식화된 것은 2001년이다. 정부는 2001년 건축법에 처음으로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건축법 제2조에는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 또는 일부 증축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2003년 개정된 주택법 제21조 13항에 다시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에서 증축을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나중에 대통령령은 증축 범위를 "각 세대의 주거 전용면적(건축물대장의 전유부분 면적)의 10분의3 이내"로 정했다. 즉, 아파트를 전용면적의 30%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도 변화된 주거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 즉, 과거 방 중심에서 최근 거실 중심의 생활양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한편, 첨단 설계나 시공기술을 적용해 생활 편의성과 구조 안전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장이 부상한 것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본다. 한국에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난 것은 1980년대와 90년대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의 수명은 50년-100년 정도인데 지은 지 30년도 되기 전에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행위 즉, 재건축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것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 박사(도시행정)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사유재산인 아파트의 재건축을 규제해도 되느냐는 질문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 "그러나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개인재산이면서 공동주택인데 더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허물면 사회적으로 낭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해 건물 각층의 면적을 합계한 연면적(延面積)의 비율) 제한으로 재건축을 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점점 줄고 있다. 용적률이 큰 고밀도 아파트들은 어차피 재건축의 사업성이 없으므로 리모델링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평수와 편의시설등을 늘려, 아파트 가치도 상승시키고 수명도 연장시킨다.
전문가들이 꼽는 리모델링의 장점으로는 ▲ 건물의 기능과 이미지 개선에 따른 재산가치 상승 ▲ 공간 재배치를 통한 실용공간 증대 ▲ 건물 수명 연장에 따른 자원 절약 및 건축 폐기물 감소 ▲ 건축시장 확대로 건설경제 활성화 ▲ 새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 건설인의 고용확대 효과 ▲ 단열과 난방 성능 개선에 따른 에너지 소모 감소 등이 있다.
◇ 배경과 전망 = 한국에서는 1990년대초반 정부의 아파트 200만호 건설 등으로 2002년 12월 이미 전국적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신규 주택건설시장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리모델링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선진국의 30-50%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큰 것이다.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도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1990년대초 주택 200만호 공급 이후 절대부족이 해소돼 주택 신축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둔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90년대 들어 대량으로 신축된 고밀도, 고층아파트들은 추후 용적률 하향 조정 등으로 재건축이 어려워 곧 대규모 리모델링 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 저층단지 재건축은 향후 5년 이내 일단락 가능성이 크다. 그 밖의 중층 이상 아파트는 고밀도 건축과 용적률, 건폐율 등의 하향조정으로, 노후화될 경우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대건설 주택영업본부 도시정비사업1부의 진한무 부장은 "지금은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면서 "서울이나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서 남아 있는 노후아파트들은 대부분 중층, 고밀도 아파트들인데 이들은 재건축으로 갔을 때 용적률 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 부장은 "지금 짓는 아파트들도 모두 고밀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열 단국대 교수(건축학)는 19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문제점으로 ▲ 외관 디자인이 낡았고 ▲ 통신시설과 주차장이 부족하며 ▲ 내진설계 기준에 미흡하며 ▲ 물리적인 노후화가 진행됐다는 점등을 꼽았다.
전 교수는 "2006년 현재 리모델링이 가능한 20년 이상된 아파트는 19.34%"라면서 "과거 20년 간 공동주택 재고량은 매년 약 4%씩 증가해왔으며, 적어도 향후 20년 간은 매년 약 4%가 리모델링 대상으로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가지 않으면 노후 공동주택의 적체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k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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