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대 박물관서 내달 9일까지 전시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다듬이 방망이를 볼 때마다 어머님의 고운 자태가 생각납니다"(황금옥.56.여.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아내가 하루 종일 맨다리로 근무하면서 스타킹 살 돈으로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한광섭.48.중구 문화동)
"반짇고리 안에서 우리 모녀의 생(生)이 소리 없이 기워지고 있어요"(이은희.50.여.서구 내동)
28일 대전대학교 박물관에서 개막한 '대전시민 애장품 특별전'에 출품된 물건들 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한껏 묻어났다.
황금옥씨는 이불과 요 호청에 밀가루 풀을 빳빳하게 한 뒤 시어머니와 함께 두드렸던 다듬이 방망이 한 쌍을 출품했다.
황씨는 "저는 다듬이질을 잘 하지 못해 어머님과 박자가 맞지 않았다"며 "겨울에는 칼국수, 여름에는 콩국수 반죽을 다듬이 방망이로 밀어 만들어 주시기도 한 어머님은 지금 함께 계시지 않지만 항상 장 속에 넣어두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면 꺼내 본다"고 말했다.
한광섭씨는 1988년 결혼 후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 이브 때 아내로부터 선물받았던 필통을 출품했다.
그는 "나는 선물을 준비할 생각조차 못했는데 아내는 초코파이 10개로 만든 케이크로 파티를 준비하고 대학원생이었던 나에게 필통과 지우개를 선물로 내밀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내는 스타킹 살 돈으로 선물을 사고 하루 종일 맨다리로 근무했다고 하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반짇고리를 내놓은 이은희씨는 "1984년 우연히 내게로 와서 무심히 내 세월을 지켜온 반짇고리를 열자 그것은 '나' 자신이 돼 있었고 어느새 커버려 시집갈 나이가 된 딸이 제 나이와 같은 반짇고리를 열고 곰인형을 만들고 헌옷을 리폼한다고 부산을 떨었을 때 그것은 또 '딸 아이의 모습이 돼 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병옥(80.여.대덕구 읍내동)씨는 1977년 고교 2학년이던 셋째 아들이 장학퀴즈에 나가 부상으로 받았던 고급 양장지 옷감으로 멋있는 투피스를 만들어 입었으나 세월이 흘러 낡아져서 아까운 마음에 만들어 입었던 속옷을 출품했다.
또 연해숙(32.여.중구 대사동)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쓴 일기장을 내놓았는데 "일기장에 3학년 때 날 짝사랑했다고 적혀있는 짝꿍이 지금의 평생 반려자이자 평생 짝꿍이 돼 있다"고 자랑했다.
이와 함께 김칠수(57.동구 낭월동)씨가 1968년부터 쓴 일기와 1984-198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활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 모음집을 출품했고 장기양(33.동구 용운동)씨는 1992년 돌아가신 아버지가 1970년대부터 농사짓는 것에 대해 하나하나 메모해 놓았던 것들과 작고하시기 전 병마와 싸우며 힘들었을 때의 상황들을 적어놓은 투병일지를 내놓았다.
이밖에 가족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알뜰하게 생활하겠다며 20년 동안 쓴 김정화(43.여.동구 용운동)씨의 가계부, 송진영(26.중구 산성동)씨가 2002년 9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군생활을 하며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았던 편지들, 30여년 전 남편이 "이것만 있으면 우리도 분명 부자가 될 것"이라고 좋아하며 사가지고 왔다는 최재희(54.여.동구 용운동)씨의 돼지저금통 등도 선보였다.
이 같은 시민 애장품 146점이 출품된 특별전은 다음달 9일까지 계속된다.
cobra@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이디어드림 > 아이디어거래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북도, 새만금 관련 국제규모 환경축제 추진 (0) | 2008.02.21 |
---|---|
DJ센터서 茶.홈데코 전시회 개막 (0) | 2008.02.21 |
소중한 추억을 공개합니다… ‘가족사랑 물씬’ 대전시민 애장품전 (0) | 2008.02.21 |
소중한 추억을 공개합니다… ‘가족사랑 물씬’ 대전시민 애장품전 (0) | 2008.02.21 |
<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① 배경과 개념 (0) | 200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