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도시인들은 어떤 느낌을 갖을까?
그저 좀 오래되고 낡은 냄새가 나고, 별로 공감되지도, 자주 쓰지도 않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마을’ ‘우리동네’를 이야기 하면서 신나게 놀아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미산지키기 운동을 승리로 이끌어낸 성미산 일대 마을주민들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그들이다. 몇 해 전 동네 작은 산인 성미산을 지켜냄으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비록 성미산 지키기의 모습으로 타지 사람들에게는 잠시 기억되었을지 모르지만 성미산 싸움이 있기 전부터, 성미산 싸움이 끝나고 난 뒤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꿈을 모으고 실천해가며 도시 속 마을만들기를 계속해 오고 있다. 그들이 이번에 선사하는 “축제”또한 새로운 창조와 도전임에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통 물꼬 터주는 광장, 차 없는 거리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하는 성미산 마을축제는 그 의미와 내용이 다른 해와는 좀 달라보인다. 처음으로 그들이 살고 싶어하는 마을에 대해 공개발표회를 하는 자리라고나 할까? 그동안은 공동체 구성원들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공동체성을 다지는 자리로서의 축제를 해왔었다면, 2007년 마을축제는 지역 주민과 본격적인 소통을 시도하며 자기모습 드러내기를 하는 자리로 보인다.
그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차 없는 도로’ 만들기다. 성미산 마을축제 집행위원장 유창복님은 “공동체가 주민들과 단절되었던 물꼬를 터주는 장치로 광장을 생각했다. 내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판이 벌어지고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여다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성미산 마을축제 준비팀은 마을중앙의 4차선 도로를 이틀간 통제하고 광장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축제준비 절반의 에너지가 광장을 확보하는 것에 쓰여졌다고 한다.
‘생태ㆍ이웃ㆍ마을’ 로 꿰어진 다채로운 행사들
축제의 내용속에는 그들의 지향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산에서 출발하는 길놀이, 흙담쌓기, 자전거 아나바다, 나무랑 놀기(목공체험), 지역통화장터, 골목놀이마당, 생태사진전, 마을사람전, 마을줄다리기 등 생태, 이웃, 마을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가져가고 있다.
어찌보면 축제가 신명나는 놀이한판이면서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하는 외침의 장인 것이다. 장소만 달랐지 하나같이 똑같은 지역축제들이 많은데 성미산 마을축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살고싶은 마을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그들의 축적된 경험을 담은 체험부스로 이야기함으로써 다정한 길안내를 해주고 있다.
마포두레생협 타악퍼포먼스 동아리 '소녀들의 반란'
2007 성미산 마을축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몇가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하나, 성미산 마을축제에서는 ‘아마추어로서의 완벽한’ 공연을 볼 수 있다. 40대 아줌마들로 구성된 타악 퍼포먼스동아리 ‘소녀들의 반란’은 ‘댄싱퀸’에 맞춰 8분동안 공연한다. 주부로, 어머니로 살아가는 여성이 자신의 꿈을 기억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성미산 마을 화폐 ‘두루’를 아시나요?
2달전 축제 공고를 보고 모임을 시작한 주부 성숙창님은 “처음으로 북채를 잡아보았지만 두드림을 통해 내안의 또 다른 나와 만나게 되는 경험을 했다.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이렇게 몰입이 될줄은 몰랐다”며 두달간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소녀들의 반란’ 뿐 아니라 ‘내안에 몸부림’(춤공연), ‘아마밴드’, ‘마포스Ⅱ’ 등 아마추어인 주민동아리들이 두 달 간의 맹연습을 통해 10일 첫무대에 오른다.
성미산 마을축제 기획팀의 이창환님은 “누군가의 공연을 바라만 보는 것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내안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축제라고 생각한다.” 며 축제의 가장 중심은 마을동아리들이 두 달 간 준비해 발표하는 공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음향, 무대 등은 최대한 그들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한다.
둘, 성미산 마을축제에서는 하트모양의 지역통화를 경험할 수 있다. 성미산축제 집행위는 지역통화 ‘두루’를 발행한다. 자신에게 소용이 다한 물품들을 가져오면 ‘두루’를 받을 수 있다. 재활용품을 미리미리 정리했다가 가져오면 현금없이도 사고 싶은 것들은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금(원화)과 환전도 가능하다. 10,000원을 11,000두루로 환전하니 ‘두루’화를 사용하는 것이 참가자들에겐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지역통화 ‘두루’로는 천연염색 스카프나, 천연비누, 면생리대, 동전지갑, 메밀베게, 리폼티셔츠 등 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그 외에도 생협 물품이나 유료체험부스에서도 지역통화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축제의 장에서만라도 국가화폐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얼굴 아는 이웃들이 만나니 “미아는 걱정하지 마세요!”
셋, 성미산 마을축제에서는 사람과 이웃을 만날 수 있다. 성미산 마을축제 에서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알고 이야기 나누는 진기한 풍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축제를 준비하는 단체들의 구성원들만 따져보아도 1000명은 족히 넘는다. 그리고 그들이 일상의 공간에서 육아, 교육, 생활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맺음이 아주 잦다.
“미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마을에서 그물망처럼 관계하는 모습이 이날 광장에 전개도처럼 펼쳐질 것이다.” 마을축제 실무자인 김은주님은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익명의 사회가 주는 불안과 두려움이, 서로 알고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역공동체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성미산 마을축제는 6월 9일과 10일 이틀간 진행한다. 이번 주말 마포구 성산동으로 나들이 계획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미산 마을축제 일정과 프로그램
성미산 마을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도토리방과후, 또바기어린이집, 마포두레생협, 마포연대, 마포장애인자활자립생활센터, 마포FM, 마포청년회, 미디어연대, 성미산대동계, 성미산어린이집, 성미산차병원, 성미산학교, 우리어린이집, 참나무어린이집, 풀잎새방과후, 풍물굿패살판, 그림마을, 보리출판사, 한강문고, 숲속작은도서관, 이대성산복지관, 달리는 놀이터, 마을자영업모임
※ 성미산 마을축제의 자세한 내용은 www.sungmisa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정넷포터 허선희(jelsomina7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