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이 듬뿍 담긴 애장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전대학교 박물관에서 28일 개막한 '대전시민 애장품 특별전'에는 세월이 담긴 빛바랜 일기장, 어머니의 고운 자태를 떠올리게 하는 다듬이 방망이, 모녀를 이어주는 반짇고리 등 146점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대전대학교 박물관 김갑동 관장은 "대학도 지역주민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민들의 애장품을 모아 전시하게 됐다"면서 "사연이 담긴 물품들에서 인간 삶의 생생한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진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쓴 일기장을 출품한 연혜숙(32·대사동)씨는 "일기장에 3학년 때 날 짝사랑했다고 적혀 있는 짝꿍이 지금의 평생 반려자이자 평생 짝꿍이 돼 있다"고 자랑했다.

다듬이 방망이를 내놓은 황금옥(56·전민동)씨는 "다듬이질을 잘하지 못해 어머님과 박자가 맞지 않았다"며 "겨울에는 칼국수, 여름에는 콩국수 반죽을 다듬이 방망이로 밀어 만들어 주시기도 한 어머님은 지금 함께 계시지 않지만 항상 장 속에 넣어 두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면 꺼내 본다"고 말했다.

반짇고리의 주인 이은희(50·내동)씨는 "1984년 우연히 내게로 왔던 반짇고리를 열자 그것은 '나' 자신이 돼 있었고 어느새 커버려 시집갈 나이가 된 딸이 제 나이와 같은 반짇고리를 열고 헌옷을 리폼한다며 부산을 떨 때 그것은 또 딸 아이의 모습이 돼 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혼 후 처음 아내에게 선물받은 필통을 내놓은 한광섭(48·문화동)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는 스타킹 살 돈으로 선물을 사고 하루 종일 맨다리로 근무했다고 하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칠수(57·낭월동)씨는 68년부터 쓴 일기와 84∼8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활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 모음집을 출품했다. 장병옥(80·읍내동)씨는 77년 고교 2학년이던 셋째아들이 장학퀴즈에 나가 부상으로 받았던 고급 양장지 옷감으로 만들었던 투피스가 낡자 이를 재활용해 만든 속옷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가족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알뜰하게 생활하겠다며 20년 동안 쓴 김정화(43·용운동)씨의 가계부, 30여년 전 남편이 "이것만 있으면 우리도 분명 부자가 될 것"이라고 좋아하며 사 가지고 왔다는 최재희(54·용운동)씨의 돼지저금통 등도 선보였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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