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블리자드, 엇갈린 평가... 내부 축제 WWI 앞두고 송사]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모른다 하면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의 전설적인 게임들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 출시된지 10년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게임 애호가들의 마음은 사로잡았으나 국내 협력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PC게임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의 국내 총판을 맡았던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빛은 디아블로 판매 중단으로 입은 피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 내에서는 블리자드와 국내 협력사들과의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는 반응이다.
◇한빛소프트,협력사에서 적으로
블리자드는 리폼인터내셔널을 상대로 '띠아블'(불어로 악마를 뜻함)이라는 상표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허소송을 제기했었다. 디아블로가 스페인어로 악마를 뜻하는 만큼 유사 상표로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2005년 1월 특허법원은 상표권을 먼저 등록했던 리폼 측의 손을 들어줬다. 블리자드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소송 진행 중 리폼과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한빛소프트측과의 문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한빛은 지난해 10월 일단 리폼을 상대로 소송으로 인해 디아블로를 약 1년간 판매하지 못한 것에 대해 5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으나 최근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한빛은 이제 본격적으로 블리자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빛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공동 원고였던 우리와 한 마디 사전 협의 없이 리폼 측과 합의했고 소송 취하 과정에서도 사후 통지 하나 없었다"며 "리폼과의 합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리폼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의 손배 소송은 상징적인 수준이었다"며 "블리자드를 대상으로 한 피해 금액을 재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빛은 출고가 기준으로 30억원 어치의 블리자드 제고품을 팔지 못한 채 싸들고 있다. 블리자드는 게임 판매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하고 총판업체는 매 계약 갱신 때마다 초기 개런티를 지급하기 때문에 한빛이 개런티만 지급하고 판매가 금지됐다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빛이 지금까지 블리자드에 지급한 로얄티는 1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블리자드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식 소송이 들어오지 않은 만큼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WWI, '그들만의 잔치?'
블리자드와 협력업체와의 잡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 확장팩 '프로질스론'을 출시하면서 기존 워크래프트3 국내 총판을 맡았던 한빛이 아닌 손오공을 택해 업계의 의문을 자아낸 바 있다. 한 프로젝트를 동일 회사에 주지 않고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코스닥 상장을 앞둔 손오공이 매출 다변화를 위해 무리한 개런티를 내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블리자드가 총판 업체에게 지나치게 높은 초기 개런티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초도 물량을 과도하게 잡아 팔리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총판업체가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출시하면서 블리자드는 국내 온라인 게임 서비스업체들과 접촉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을 눈여겨본 국내 업체들은 블리자드의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블리자드의 자료 요구에 응했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 운용 노하우가 상당 부분 공개됐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애초 기대와 달리 자회사를 세우고 자체적으로 WOW 서비스를 개시했다. 블리자드의 게임 서비스를 맡기 위해 직원들 연봉내역까지 공개했던 국내 게임 서비스업체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외국계 게임사가 온라인 게임시장 진출을 목표로 국내시장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자연스런 수순이고 앞으로도 상황은 재현될 수 있다"며 "국내 업체들로서는 그만큼 경각심을 갖고 경쟁력을 높이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오는 19일 한국에서 신규 게임 출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리자드 게임축제인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WWI) 행사에서 공개될 게임이 스타크래프트 후속작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블리자드로서는 스타크래프트 출시 10년째를 맞는 만큼 이번 WWI는 국내외 취재진들과 게임 유저들을 대대적으로 초청하는 상징성이 큰 행사다. 하지만 축제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진정한 축제가 되려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도 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블리자드 역시 벤처로 시작한 신생 기업인 만큼 업력이 짧아 기업으로서는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희정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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