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올라갔다니 일단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 활황 덕분이겠지만 고수익 주식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덕분에 그나마 활황장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연기금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외국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주식투자 비중이나 수익률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집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9월 말 현재 수익률은 7%이고 이를 연율로 계산하면 8%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 5.77%와 비교해 1~2%포인트 정도 올라갔다. 작년 말 11.6%이던 주식투자 비중이 올 9월 말 현재 17.4%까지 올라간 데다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41%를 기록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를 미래에셋 등 민간 증권사의 주식형 혹은 채권과 주식 혼합형 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다.

특히 이번 실적을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인 캘퍼스는 자신들 홈페이지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연간 수익률을 19.1%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4.9%고 5년간 수익률은 13.8%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식투자 비중이 40~60%로 절대적으로 높고 기금운용도 전문가의 전략적 배분계획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처럼 팔자 좋은 연금이 아니다. 기금에 적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슬그머니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편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더 올려도 기금 고갈 시한을 2~3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으로 전락한 데는 그동안 지극히 낮았던 수익률에 그 책임이 있다.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금 지배구조를 시급히 개선하고 주식 등 고수익 투자에 대한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일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어서는 더 이상 얘기가 안 된다. 이와 함께 민간금융위원회 제안대로 기금을 분할 운용하는 방안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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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승일] 철학도인 조지 소로스한테는 ‘역사 중독자’라는 별명이 있었다. “펀드 매니저가 아니었으면 철학자가 됐을지 모른다”는 말을 자주 했다. HP 회장을 지낸 칼리 피오리나의 대학 전공은 경영학이 아니라 중세역사와 철학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재빨리 간파한 데는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깊이 공부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곤 했다.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인문계 출신이 많다. 수년 전 USA투데이가 미 1000대 기업 CEO의 전공을 알아봤더니 3분의 1 정도만 경영학이었다.

지난달 서울대에 개설된 고위 경영자 상대의 첫 인문학 과정은 변화의 조짐이다. 맨날 재무제표와 씨름하다 ‘괴테와 파우스트’ ‘알파벳의 기원과 현대문명’ 같은 ‘문사철(文史哲·문학·역사·철학)의 바다에 반년간 푹 빠져 볼 기회다. 영어 비중을 낮추고 역사·한자를 입사 시험과목에 넣는 직장도 늘고 있다. 재계가 인문학 쪽에 턱을 바짝 괴는 연유는 자명하다. 글로벌 경영, 감성 경영 시대에 CEO의 자유 교양은 필수다. 수종(樹種)사업 발굴을 위한 창조적 발상과 긴 안목은 인문 소양을 요한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읽으면 인생의 온갖 경우의 수와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제스 윈필드, 『셰익스피어라면 어떻게 했을까』)든가 ‘조조·유비·손권의 일대기에는 기업의 재무·인사와 흥망성쇠, 다양한 CEO 유형이 녹아 있다’(최우석, 『삼국지 경영학』)는 지적이 와 닿는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다 ‘인문 주간’(8~14일)이다. 점찍어 둔 교양서적 한 권쯤 독파할 짬을 내 보자. 때맞춰 서울대에서 8, 9일 열린 세미나 가운데 ‘창조적 기업경영과 인문학’이란 주제가 눈길을 끈다. 서먹한 인문학과 경영학이 상견례하는 계기였으면 좋겠다. 위기의 인문학계에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피해의식이, 경영학계에는 학생과 일반사회에 대한 인문학계의 ‘고객 마인드’ 부족을 꼬집는 여론이 있다.

1969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자 환호 대신 ‘아, 이제 달에 관한 시를 쓰긴 글렀구나’ 탄식한 부류도 있었다. 원로 수학자 김용운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갈채를 보낸 『무지개』의 시인 워즈워스를 인용해 응수했다. ‘뉴턴이 무지개의 광학(光學)을 규명해 준 덕분에 무지개를 노래하는 시는 미(美)뿐만 아니라 진(眞)까지 얻게 되었다.’ 이번 인문 주간의 구호가 바로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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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부터 불어 닥친 펀드투자 문화는 어느새 1가구 1펀드 시대를 만들었다. 이제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뒤늦게 한국을 타깃으로 몰려오고 있는 형세로까지 발전했다. JP모건, 피델리티 등 외국계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앞 다퉈 한국에 없는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견 ‘우리 간접투자시장이 이렇게 컸구나’하는 뿌듯함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덩치에 걸맞지 않게 질적인 기반은 취약하다는 의견이 많다. ‘투자풍토와 문화, 제도 등이 양적인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펀드매니저의 안일한 투자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 한 운용사는 뒤로는 잘못을 은폐하면서 앞으로는 ‘뻔뻔하게’도 선진 운용기법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 모았다. 이 회사는 얼마전 지난 3개월간 펀드 기준가를 잘못 계산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잘못된 소문이라고 발뺌하다가 한 달 뒤 마지못해 잘못을 시인했다.

펀드 기준가란, 펀드를 가입하고 환매할 때 적용되는 펀드 1단위당 가격을 의미한다. 이 단가는 꽤 복잡한 과정에 의해 결정되는데 특히 해외펀드인 경우 해당 국가 세금, 배당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펀드 기준가는 회계처리 기준이 모호하고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해 기준가 오류 가능성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비판을 줄곧 듣는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 공시엔 심심찮게 기준가 오류 정정을 알리는 글이 올라온다. 기준가에 오류가 생겨 가격이 올라가면 고객 입장에서 매수 시 부당하게 그만큼을 더 내야 한다.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펀드 기준가격이 10원 이상 오류가 발생, 수정 공시된 경우는 지난 8월까지 모두 40건이 넘게 집계된다. 특히 기준가격을 100원 이상 수정한 펀드도 무려 10개에 달했다. 100원이라고 하면 적은 돈 같지만 투자 금액이 늘어날수록 차이는 엄청날 수 있다.

사실 펀드 1단위당 단가를 계산하는 주체는 자산운용사의 펀드회계업무를 위탁받은 사무수탁사지만 고객 돈을 직접 수탁받은 운용사들이야말로 가입자를 대신해 기준가의 적정성을 철저히 따져야 할 의무가 있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우리 증시가 잠시 열을 식히는 모습이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현 상태를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를 계기로 단기 과열 양상이 해소되는 조정(Correction) 즉, 비정상적이었던 게 합리적인 궤도로 바뀌는 양상이라고 해석한다. 운용업계도 그동안 앞만 보고 ‘신상품’을 쏟아내며 과열된 경쟁을 벌였던 구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고객 자산 위탁 관리자로서 기본을 찾는 조정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5호(07.10.1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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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지구 산소의 4분의 1을 만들어 낸다고 알려진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어 “머지않아 생수처럼 신선한 공기를 사 마시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웃어넘기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먹는 생수가 보편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인데, 그 후 10년 동안 지구환경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 변화가 가장 위협적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 온도가 2100년까지 최대 섭씨 6.4도 상승하고 전 세계 해안지대의 30% 이상이 침수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독일 포츠담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750년 산업혁명이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지구 온도는 0.7도 상승했지만 2070년까지는 3도가 오르게 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60여 년 후에는 북극 빙하와 아마존 우림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더 섬뜩한 것은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기상 이변 등으로 2050년까지 ‘환경난민’이 1억5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예측이다. 물론 이러한 비관적 예측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며 온난화 현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기상 이변이 지구촌 곳곳을 급습하면서 기후 변화를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으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2100년 지구온도 6.4도 상승

이런 ‘재앙 시나리오’를 접하면서 유독 착잡한 심경이 되는 이유는 그 비극적 전망이 1979년 유엔기후회의, 1988년 IPCC 창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등을 통해 제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받은 ‘온난화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제시한 여러 조치가 목표 설정이나 선언적 수준에 그친 결과로서, 결국 ‘국가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200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발효됐으나,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또한 산업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책임 공방도 치열한데, 미국은 중국이나 인도 등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지 않는 한 교토의정서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며 별도의 정책 마련을 공언하였다. 반면 온난화 문제의 자체 해결 역량이 부족한 빈국(貧國)들은 선진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기술과 재정 지원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 격차로 빚어진 갈등 현상인 ‘남북 문제’가 환경과 기후 분야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해 영국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를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기후 안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5월 다자 간 기후변화협상 촉진을 위해 유엔사무총장 직속의 기후변화특사 3명이 임명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올해 1월 다보스포럼, 6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9월 유엔총회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각각 기후 변화가 핵심 의제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들은 기후 변화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임을 보여 준다. 이제 문제는 국가 이기주의를 뛰어넘어 ‘지구적 책임감’을 토대로 정책 개발과 재정 마련 및 기술 제고를 위해 합의된 사안들을 얼마나 행동으로 옮기느냐에 있다.

한국도 ‘지구 구하기’ 앞장서야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의 2배를 웃도는 1.5도가 상승하였고,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환경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기상 이변과 관련해 예보에 실패한 기상청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고 기후 변화 관련 펀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비해 근본 원인인 기후 변화를 안보 문제로 인식하는 범국가적 접근과 투자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제 세계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도 녹아내리는 빙하와 바다에 잠겨 가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를 선도해 나가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앞으로도 계속 ‘사서 마시는 공기’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렸으면 하는 바람에서라도 더욱 그렇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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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주식시장을 희망(Hope)과 탐욕(Greed), 그리고 공포(Fear)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주

가가 떨어질 때면 두려움에 떨며 투매하지 않게 되고 상승기에는 욕심에 빠져 매도기회를 놓치고 희망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이 주식시장에 끼어들기만 하면 깡통을 차는 개미로 전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종목과 타이밍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종목에 투자하라'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좋은 종목을 고를 수 있는 눈썰미와 적절한 매수 및 매도 타이밍을 잡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 주변만 살펴봐도 자신이 사면 주가가 떨어지고 다시 팔면 주가가 오른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경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 대다수가 종목을 누군가가 이야기해줘서 따라했거나 혹은 국내 우량종목으로 알려진 것을 사기는 했지만 적당한 시기를 맞추지 못해 매수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손절매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종목을 선정하려면 전체적인 산업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투자할 기업과 산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즉 주식시장의 전반 상황과 흐름을 읽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투자를 많이 해보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종목에 대한 투자보다는 시장에 대한 투자가 훨씬 유리하다.

자신이 주식투자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일찌감치 뉴스 끝머리에 보여주는 종합주가지수를 자세히 보자. 그것만 잘 알아도 주식투자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인덱스 펀드-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여 증시의 장기적 상승세를 타도록 한다. 단, 시장이 하락국면을 나타낼 경우 펀드 수익률도 동반하락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 ETF(KODEX, KOSEF)-인덱스펀드와 마찬가지로 KOSPI200이나 KOSDAQ50 등 주가지수와 같은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으로 펀드와 주식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지수가 상승하는 폭 만큼의 최소한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환금성도 높다. 소액으로 지수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있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좋다.

3) 리버스 인덱스 펀드-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펀드로 인덱스 펀드와는 반대 개념이다. 여러 개 펀드로 구성된 '엄브렐러 펀드'의 자(子)펀드 형태며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인덱스 펀드 등 엄브렐러 펀드의 다른 자펀드로 갈아탄다.

제공 ㅣ 대교베텔스만

※글쓴이 한정은 금융 컨설턴트로 현재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 지점에서 자산관리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나도 재테크 할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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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부자는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선사업 등으로 총액이 약간 줄었다고는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465억달러(약 43조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게이츠의 재산도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 다윗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윗왕은 황금 10만3000달란트와 은 100만7000달란트를 갖고 있었다. 이는 요즈음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무려 2400억달러(약 220조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같은 천문학적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 솔로몬왕도 그지없이 호화로운 삶을 누렸다고 성서는 전하고 있다.

다윗왕이나 게이츠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경제적 여유를 누리길 원한다. ‘의식이 풍족해야 예절을 안다’거나 ‘쌀독에서 인심난다’ 등의 우리 옛말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범절이나 도리도 일정한 물적 토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급격한 개발과 경제성장으로 수많은 졸부들이 탄생한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히 부(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02년 초 어느 신용카드 광고에 등장한 ‘부자되세요’라는 카피는 순식간에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를 능가하는 ‘국민 인사말’로 떠올랐다. 중국집 나무젓가락 종이 포장지 위에 ‘맛있게 드시고 부자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은행과 증권회사는 ‘10억 만들기 펀드’ 따위의 상품을 내놓았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0억 만들기’가 최고의 관심사가 됐다. 또 부자가 되는 요령을 소개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대중들의 폭발적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달에는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 증권사 간부직원, 민간경제연구소 책임자 등이 중심이 된 ‘부자학 연구학회’가 생겨났다. 부자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고심끝에 부자학을 ‘affluent studies’로 번역했다고 한다. 대학가에서도 부자가 되기 위한 비법을 연구하기 위해 30개 대학이 ‘부자학 연합동아리’를 결성하는가 하면 각 대학의 부자학 특강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소식이다. 청년들의 부자 연구 열풍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비판적 지성’의 요람인 대학 캠퍼스까지 물신의 너울에 뒤덮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손동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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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 한 매점 가격표에 커피 한 잔 값이 2유로로 매겨져 있다. 달러로 지불하겠다고 하니 3달러를 내라고 한다. 1유로당 1.5달러를 적용하는 셈이다.

요즘 달러를 가지고 유럽에 가면 물건을 살 때 바가지를 쓰기 일쑤다. 공정 환율보다 달러를 더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9ㆍ18 금리인하 조치로 달러화 가치는 급전직하했다. 유로는 9월 말 사상 최고치인 1.4267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달러 '그린백'은 세계 곳곳에서 찬밥 신세다. 달러 가치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197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역가중지수로 따지면 1980년대의 절반 수준이다. 영국 1파운드는 2달러를 웃돌고 있다. 물새 '루니'로 불리는 캐나다달러 가치는 1달러에 도달했다. '오지' 호주달러도 미화 90센트를 넘어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질랜드달러 '키위'는 2000년에 미화 40센트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그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약달러는 원유 등 상품시장에도 불똥이 튄다. 에너지 가격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년 사업계획 을 수립할 때 가장 주목하는 변수다. 산유국은 안정된 원유 매각수입을 원한다. 그래서 달러 가치 하락을 상쇄하는 고유가 정책을 고집한다.

"달러 패권시대는 끝났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은 유로화 강세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 위상이 추락했다는 얘기다. 기축통화는 국가간 결제나 금융거래에 기본이 되는 대외 지급수단이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국력을 반영한다. 이에는 경상수지, 자본이동, 금리, 성장, 물가, 저축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달러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 GDP 대비 5.5%에 달하는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달러 지폐는 매년 평균 7.6%씩 발행이 늘어난다. 2005년 말 7600억달러어치가 발행됐다. 3분의 2는 미국 밖에서 유통된다. 하지만 세계 최대 통용화폐 자리는 유로로 넘어갔다. 유로는 2006년 말 6100억유로(약 8020억달러) 이상 공급된 상태다.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외환 선택은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ies)'로 설명된다. 특정 외환을 선호하는 중앙은행 수가 많아질수록 그 외환의 보유 가치가 커진다. 각국은 많은 나라에서 보유하는 우량 통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는 글로벌 통화 전쟁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은 외환 다변화 시대다. 중동과 아시아는 최근 힘이 강해진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의 돈줄이다. 이들 중앙은행은 미국 국채 등 달러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율은 64.8%로 전년 동기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유로는 24.8%에서 25.6%로, 파운드는 2.8%에서 4.7%로 각각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달러 페그제 이탈 가능성도 달러 입지를 흔드는 요인이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 금리인하 조치를 뒤따르지 않았다.

유로가 기축통화로 부상할지는 국제금융계의 핫이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EU 회원국의 유로존 가입 확대로 미국 경제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유로존의 거시경제정책이 유로화의 가치 안정과 함께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방되고 잘 발달된 금융ㆍ외환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제프리 프랜켈 하버드대 교수는 이 같은 조건 아래 달러가 매년 3.6%씩 절하되면 유로는 2024년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은 약점도 많다. 13개 가입국에 영국 덴마크 스웨덴이 빠져 있고,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국은 일러야 2012년 유로화 채택이 가능하다. 뉴욕, 런던, 취리히, 도쿄에 필적하는 국제금융센터도 없다. 세계 경제를 이끌 성장엔진이 되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급격한 유로화 상승은 성장에 위협이 된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과 이탈리아 프로디 총리는 이같이 주장한다. 와인, 패션제품 등 자국 수출품 가격경쟁력 약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달러 쇠퇴, 유로 부상은 과점적 통화체제로 이행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국제금융 환경에 자칫 잘못하면 한국은 또 다른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부의 이동'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경제주체마다 환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제거래에서 원화를 주고받는 원화의 국제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국제금융 전쟁에서 한국 '쩐(錢)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국제부 = 홍기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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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2일 9일간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영화제측의 결산보고에 따르면 일단 규모에서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64개국 271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우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관객인 20만명 가량이 영화제를 찾았다고 합니다. 65편의 월드 프리미어와 26편의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편수도 역대 최다라고 합니다. 아시아영화펀드(ACF)와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가 성공적으로 출범했고, 아시안필름마켓에는 50개국 460개 업체가 참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규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는데요, 그중에서도 행사 진행 차질과 주요 게스트인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감독으로부터 불거진 개막식 입장 문제 등이 수차례 언론에서 지적된 바 있습니다.

영화제측도 이런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사고로 보이는 이런 문제는 근원적인 차원에서 영화제의 정체성과 철학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올 영화제는 관객들에겐 ‘자전거 영화제’라고 불리우는데요, 매회 영화상영 전 보여지는 트레일러 필름은 다이아몬드 스폰서의 기업로고인 자전거를 테마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노골적인 기업홍보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급성장한 영화제가 예산확보가 절박해 상업주의의 비위를 맞춘 행태가 지나쳐 보입니다.

관객서비스 차원에서 개막식을 스타의 레드카펫 입장으로 도입하는건 이해가 되지만, 영화와 상관없는 연예인들, 특히 여자 연예인들이 과다 노출 드레스 경쟁을 벌이며 레드카펫 입장시간을 갈수록 길게 잡는건 연예기획사 홍보장이 된 스타 상업주의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올해는 막판에 정치인들까지 등장해 보고프지 않은 정치쇼까지 부록으로 소화해 버렸습니다.

그러고보면 노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홀대도, 과대한 여배우들의 노출 드레스 입장과 정치인들 사이에 끼어 설자리를 잃은 부수적인 당연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연예인들은 레드 카펫 홍보를 위해 오기 때문에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개막작 상영전 자리를 떠 늘 앞자리는 텅 빈 흉한 모습을 노출시키곤 합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에선 여배우들의 드레스가 얇아서 야외에서 영화를 볼 처지가 아니라는 매니저급 변명을 하는데요, 아마 그들은 외투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스타 노출 패션쇼 개막식에 아시아 스타 띄우기로 아시아 최대 영화제가 된다면 그건 연예기획 활성화로서의 아시아 대표 부산영화제를 꿈꾸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타 서밋’이라는 정치적인 영어 표현도 연예권력의 정치성을 보여주는 수사로 어색하게 들립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진정으로 아시아 영화의 창으로서 아시아영화제의 대표적 존재가 되고 싶다면, 이제라도 연예기획과 스타마켓의 거품을 빼고 상업주의에 떠밀려가지 않는 영화제 본연의 품격을 되찾는 프로그램과 진행으로 내실화를 기해야 할 것입니다.

CBS 객원해설위원 유지나 동국대 교수 ginarain@empal.com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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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 관련 펀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구온난화 펀드'도 시장에 나왔다. '지구온난화'란 말이 이제 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된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국제학회 보고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6도 정도 상승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손에 땀을 쥐며 보았던 재난 영화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산화탄소 주생성원인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궁극적으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과 같은 청정에너지의 개발이 옳은 방향이지만 지금은 활용에 한계가 있다.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유가, 이란의 핵사태,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 등은 에너지 고갈 문제가 불러올 어두운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고리 1호기 계속 운전 등과 같은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대책이 암초에 부닥쳐 표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웅석(부산 기장군 장안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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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 관련 펀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구온난화 펀드'도 시장에 나왔다. '지구온난화'란 말이 이제 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된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국제학회 보고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6도 정도 상승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손에 땀을 쥐며 보았던 재난 영화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산화탄소 주생성원인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궁극적으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과 같은 청정에너지의 개발이 옳은 방향이지만 지금은 활용에 한계가 있다.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유가, 이란의 핵사태,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 등은 에너지 고갈 문제가 불러올 어두운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고리 1호기 계속 운전 등과 같은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대책이 암초에 부닥쳐 표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웅석(부산 기장군 장안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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