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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소집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이 개막사를 하고 헨리 폴슨 재무,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부,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등 행정부 고위직이 총출동했다. 단 이틀간 열리는 회의에서 이들 장관이 돌아가며 오찬과 만찬을 베풀었다. 27일 폴슨 재무장관과 짐 코너턴 백악관 환경위원장이 주재하는 만찬 장소는 각국 정상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묵는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였다. 부시 대통령이 특별 배려를 했다. 블레어하우스에서 만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라면 뉴스였다.
이번 국제회의가 '정치적 이벤트'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드물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부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마음을 바꿔 폭탄발언을 할리 만무했다. 오히려 기후변화를 중요한 어젠더로 잡았던 유엔 노력에 찬물이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런 사정을 빤히 꿰뚫고 있는 각국 외교단들이 워싱턴에서 예기치 않은 환대를 받았으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실제 회의 내용도 사뭇 진지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 도중에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누차 반복했다. 온실가스 배출한도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에는 반대했지만 각국이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를 측정할 강력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자고 강조한 데서 어느 정도 진실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폴슨 장관을 끌어들인 것은 내용물을 알차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청정에너지펀드'를 만들자고 제언했다. 미국이 앞장설 테니 각국도 이 펀드에 돈을 갹출해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하자는 제의다. 그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열쇠라고 역설했다.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미국은 적어도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했다. 환경 어젠더를 최대 공격무기로 삼는 민주당에 대응할 명분도 찾았다. 그러면서 펀드를 만들고 그걸 구실로 기업들에 생색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미국 외교를 보면서 늘 그런 생각을 하지만 미국은 천하 없는 장사꾼이다.
[손현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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