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올라갔다니 일단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 활황 덕분이겠지만 고수익 주식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덕분에 그나마 활황장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연기금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외국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주식투자 비중이나 수익률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집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9월 말 현재 수익률은 7%이고 이를 연율로 계산하면 8%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 5.77%와 비교해 1~2%포인트 정도 올라갔다. 작년 말 11.6%이던 주식투자 비중이 올 9월 말 현재 17.4%까지 올라간 데다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41%를 기록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를 미래에셋 등 민간 증권사의 주식형 혹은 채권과 주식 혼합형 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다.

특히 이번 실적을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인 캘퍼스는 자신들 홈페이지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연간 수익률을 19.1%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4.9%고 5년간 수익률은 13.8%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식투자 비중이 40~60%로 절대적으로 높고 기금운용도 전문가의 전략적 배분계획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처럼 팔자 좋은 연금이 아니다. 기금에 적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슬그머니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편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더 올려도 기금 고갈 시한을 2~3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으로 전락한 데는 그동안 지극히 낮았던 수익률에 그 책임이 있다.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금 지배구조를 시급히 개선하고 주식 등 고수익 투자에 대한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일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어서는 더 이상 얘기가 안 된다. 이와 함께 민간금융위원회 제안대로 기금을 분할 운용하는 방안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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