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헤지 펀드 투자가 짐 로저스는 2003년 딸 힐튼을 낳자마자 중국인 보모를 고용했다. 그는 “19세기가 영국,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중국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기 침대와 벽에 영어와 중국어 단어 카드를 같이 붙여 놓았다. 미국 CEO들은 중국 출장에도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영국에서도 장래 국제 비즈니스 언어로 부상할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중국인 보모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서양인이 중국어 발음과 한자를 배우는 건 고통 그 자체라고 한다. 기저귀 찰 때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노력해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어를 한국어·아랍어·일본어·광둥어와 함께 ‘가장 배우기 어려운 5대 언어’로 분류해 놓고 있다. 보통 미국인이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2200시간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40시간씩 13개월을 공부해야 하는 양이다.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는 넉 달이면 그 수준에 도달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세계를 몰아치고 있다. 프랑스에선 중국어능력검정시험(HSK) 응시자가 매년 20%씩 증가한다. 영국에서 중국인 보모는 일반 보모의 두 배 가까운 보수를 받는다. 뉴욕에선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할 줄 아는 보모 연봉이 5만달러라고 한다. 태국 정부도 “중국어를 못하면 패배한다”면서 영어·중국어 동시 조기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안일은 물론 아이에게 중국어까지 가르치는 중국인 가사도우미가 인기다. 특히 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 중국인 도우미를 원하는 가정이 많다.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중국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중국인 여성 중에도 중국어 학원강사보다 가사도우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원강사 해봐야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경쟁만 심해서다.
▶우리나라에서 학생 1명당 영어 교육비가 평생 1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런 비용을 들이고도 국제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영어 실력을 키워내진 못하는 것이 우리 외국어 교육의 현실이다. 영국 언어학자 데이비드 개덜은 “영어는 더 이상 경쟁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서 가려면 이제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중국어를 적은 비용으로 고통 없이 배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내야 한다.
![](http://photo-media.hanmail.net/200710/16/chosun/20071016175101.892.0.gif)
[강인선 논설위원 insun@chosun.com]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자의 목소리] 원자력발전, 선택 아닌 필수 (0) | 2008.02.08 |
---|---|
[김영호칼럼]‘SR시스터스' 에 거는 기대 (0) | 2008.02.08 |
[디지털 산책] 재무주치의가 필요한 시대 (0) | 2008.02.08 |
[특파원 칼럼] 중국 全大와 인플레이션 (0) | 2008.02.08 |
[경제시평―송정환] 폰지금융과 금융불안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