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유한대학 학장
21세기로 진입하면서 우리는 IT, BT, NT…라는 T브라더스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정책구상을 낸 바 있다. 그것은 적중했다. 이제 다시 우리는 SR시스터스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그늘을 걷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SR시스터스란 지금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SRI(사회책임투자), SRC(사회책임소비), SRL(사회책임노동), SRS(사회책임교육) 바람 등 제각각 불고 있는 여러 바람들을 서로 연결시켜보기 위한 개념이다. 우선은 연결이나 시켜보자는 것이지만 연결이 잘 되어 종합되고 구조화되면 새로운 사회책임 시장경제시대가 열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신자유주의 그늘 드리운 한국-

CSR 바람은 종래 종교적 혹은 윤리적 동기에서 부자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제기되어오던 것이 1980년대 이래 환경적 요소를 주로 고려하게 되고, 이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동기에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SRI도 처음에는 종교적 혹은 윤리적 동기에서 돈을 좋은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것이 80년대는 주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투자되고 최근에는 환경적(E) 사회적(S) 지배구조(G)를 고려한 ESG 원칙에 따른 투자를 하고, 그러면 그런 기업에 좋은 돈이 많이 모이고 그 기업의 평판이 좋아져 마케팅이 잘될 것이니 결국 그곳에 투자한 사람에게 더 많은 수익을 줄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매개하고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좋은 펀드매니저가 많이 생겨났고 연기금이 적극 투입되어옴에 따라 점점 커지게 되었다. 이것을 유엔 레벨에서 적극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사회책임소비(SRC)도 특히 80년대 환경 문제가 크게 제기되면서 그린 컨슈머리즘(Green Consumerism)의 형태로 전개되다가 지금은 인권, 안전 등을 고려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서로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CSR를 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SRI가 가게 되고 SRC가 따라준다. 또 그런 기업에 SRL이 일어나주고 다시 사회책임대학(SRS)과의 산학협력이 잘 되고 사회책임행정(SRA)의 행정적 혹은 조세상의 혜택이 주어진다. 노르웨이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연금이 사회책임투자로 전환되어 노르웨이만이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이 CSR 지수를 끌어올리지 않을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펀드의 규모는 헤지펀드의 규모보다 큰 4조달러 정도이다. 그런데 헤지펀드의 자금은 한국에 대량 유입되고 있으나 사회투자펀드 기금은 별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의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추어 CSR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일본 기업의 국제적 이미지를 끌어올려 마케팅 효과를 제고시키면서 한편으론 국제 SRI 자금을 대거 끌어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SRL 효과도 함께 보고 있다.

-사회책임 시장경제가 해결사-

한국은 어떤가. 기업의 CSR 활동도 미약하고 아직 소비자의 SRC도 미약하고 노동의 SRL도 미약하여 노사분쟁이 끊일 날이 없다. 정부 규제는 여전하고, 그러니 국제 SRI 자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헤지펀드가 춤을 춘다. 한국경제의 문제점이 이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가 없다.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피해를 SR시스터스가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규제완화의 공간을 SR시스터스가 메워주고 SR시스터스가 사회책임 시장경제로 구조화되고 시스템화되면 한국은 세계 최초의 사회책임 시장경제로 진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의 첩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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