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올여름 주식시장과 날씨가 요동치고 있다. 변화 패턴이 과거와는 판이하고 변동 폭도 사뭇 다르다. 8월 초부터 아열대성 폭우가 지속되더니 이제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일부 전문가의 지적처럼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하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세계 평균의 2배 정도인 섭씨 1.5도 상승했다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1차 감축의무 달성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 금융시장, 금융기관의 다양한 대응이 주목을 끌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해인 2005년 5월 뉴욕의 유엔본부에 3조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모였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신들의 자금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해 10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세계 200여 개 은행과 보험사가 모여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논의했다.

지구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친화 투자자금 조성이다. 사회에서 위탁받은 자금을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및 관련 상품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얻어진 성과는 환경과 경제의 지속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보탬이 된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좋은 예다.

또 하나의 역할은 저(低)탄소 사회 구축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위험을 측정하고 등급을 매기는 일은 금융의 기본 기능이다. 투자 대상 기업을 평가할 때 종래의 재무 심사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리스크 등 새로운 평가 요소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기업의 환경 보호 노력을 평가해 기업 평가 정보로 활용하는 탄소공개 프로젝트(CDP)나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가 그 예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 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수익과 지구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갈수록 세분되는 기후변화 관련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파생상품의 개발도 활발하다. 일본은 금융상품거래 법령에서 배출권 거래를 금융기관 업무에 추가하는 등 소규모 수요자를 위한 배출권 신탁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2년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배출권 시장의 선점을 위한 노력이다.

이제 한국 금융권도 기후변화, 환경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때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물, 대체에너지, 온실가스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출시됐다. 탄소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크다. 선물 및 옵션 시장에서 한국 금융의 능력과 활약상은 이미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새로운 탄소시장에서 금융의 블루오션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장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90년대와 80년대 은행주는 대중주의 대표였다. 건설 무역(상사)주와 함께 트로이카로 불렸다. 개발연대에 수출로 돈을 벌고, 건설 붐이 일던 시절이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은행주에 묻어두었다. 지방은행에는 애향심까지 가세했다. 향토기업이나 지역 유지들이 지방은행주를 자랑스럽게 보유했다.

역시 외환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부실 은행은 공적자금이 들어가면서 휴지조각이 됐고 이후 국내 투자자는 등을 돌렸다. 은행 경영이 정상화됐지만 정부 지분 매각 때 대부분 외국인들이 물량을 받아갔다.

부실 은행 중 제일은행 외환은행 등은 잇따라 외국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당시 우량 은행으로 꼽혔던 국민 주택 하나은행 등은 돈이 아쉬운 기업이나 은행주에 정떨어진 개인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 물량 역시 외국인들이 사들였다.

신한은행은 감독 당국의 특별승인을 얻어 액면가 이하로 증자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신주인수권을 얹어주고야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애국심까지 가세해 신한은행 창업에 참여했던 재일동포 주주들도 머뭇거렸다. 경영진이 일본에 달려가 일일이 설득했음에도 실권한 사례도 많았다.

현재 국민은행은 83%, 하나금융지주는 74%, 신한금융지주도 60% 가까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은 60%, 대구은행도 70%를 넘었다. 외환은행은 HSBC와 협상 중이라고 하니 론스타를 거쳐 또 외국계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이 외국계 은행이지 무슨 국내 은행이냐." 가끔 독자들의 항의 섞인 전화를 받는다.

은행업이 외국 자본에 장악됐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많다. 국민 정서에 편승해 한때 토종은행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면서도 중립적이다. 국내 은행의 경영 전망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게 보고 베팅한 외국인들은 배당금으로, 주가로 보상받고 있다. 2년여 동안 10조원 가까이 평가차익을 남겼다. 10조원이면 외환은행 시가총액을 넘는 규모다.

한국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현재 34% 수준으로 3년 반 사이에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다. 당시 외국인의 은행 지분은 61.1%였고 현재 69.95%로 8%포인트 이상 늘었다.

아무도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에게 은행 주식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어떤 판단이었든 안 샀을 뿐이다. 산업자본이라고 해도 국내 기업이 4%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외면했다.

이제 은행의 가치를 되돌아봤으면 한다. 은행은 국가 경제를 총체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인덱스 성격을 갖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개도국 시장에 투자할 때 금융 업종을 선호하는 편이다.

얼마 전 만난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믿고 한국의 금융 분야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자신도 덕을 봤고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3년여 사이 외국인에게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시장이나 증권시장은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더라도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은행의 강점도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은행이 평판이나 자기자본 규모에서 우세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증권업종 주가가 급등했지만 외국인 지분은 12% 선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 속에도 국내 펀드 자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규모 때문인지 성격 때문인지 은행은 여전히 기피 업종이다.

몇 년 전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면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나놓고 보면 난센스였다.

어느 회사의 주주가 될지 말지는 투자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과거 악몽에 얽매어 있다면 다시 5년 후 수익을 챙기기 어렵게 된다. 그때 가서도 왜 은행 주주는 대부분 외국인이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여본들 소용이 없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분명히 한국이라는 시장 속에 존재하는 국내 은행이다. 현 시점에서 외국인이 다수 주주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주주 구성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에게 다시 판단을 요구하는 시점인 것 같다. 시장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투자자들의 결정을 담아내고 이를 통해 적정 가격을 만들어갈 따름이다.

[조경엽 금융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에 정책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은 CSR 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정책자금 신청 시 가점을 주는 등 `중소기업의 CSR 구축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에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CSR 가이드라인을 개발ㆍ보급하고, 내년부터 우수사례 발굴 등 CSR 확산을 위한 작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의 CSR 경영체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 책임기업 투자펀드' 조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중소기업들이 CSR 경영기법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에도 CSR 경영을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CSR 경영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CSR 경영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를 국제표준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기업의 CSR를 인증하는 `ISO 26000'을 2009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은 선진국에 대한 수출을 할 수 없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할 때 자사의 CSR 기준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CSR가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들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은 중소벤처기업, 대기업, 글로벌기업을 막론하고 국내외 기업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은 CSR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CSR는 이제 새로운 경영전략이나 다름없다. CSR를 실천하는 중소벤처기업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는 물론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과 글로벌기업이 앞다퉈 CSR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에는 CSR 경영 도입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처럼 사회공헌ㆍ투명경영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한꺼번에 요구한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에 비해 중소벤처기업의 경제력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글로벌 브랜드도 약해 자율적으로 CSR 경영을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대기업의 CSR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ISO 26000 인증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중소벤처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CSR 경영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이를 제고할 수 있는 포럼 등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소기업도 CSR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해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CSR는 글로벌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모바일로 보는 디지털타임스 3553+NATE/magicⓝ/ez-i >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윌리엄 파프/ 미 컬럼니스트〉

워싱턴과 유럽의 자본들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국제적 영향력이 확산되는 것을 보고 선입견에 빠졌다.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초강대국으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무역과 경제적 경쟁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 원문보기

하지만 양쪽은 모두 현대의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적인 기술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정교하고 혁신적인 산업이 요구된다. 오늘날의 중국은 이것이 다 부족하다.

중국은 미래 성장에 필수적인 과학자와 기술자 세대를 빠르게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와도 그들을 적절히 활용할 만한 산업기반이 부족하다. 중국의 기술도 모방한 것이다. 이런 상태는 계속될 것 같다.

MIT대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최근 연간 산업 성장률이 10%나 그 이상이라는 중국의 공식 주장을 분석·발표하면서, 전기소비 지수 같은 객관적 증거 등과 맞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서로는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4.5%에서 6% 정도로, 어느 쪽이 돼도 중국을 금세기에 경제대국으로 만들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성장 전망은 가난하고 사회적·정치적으로 들떠 있는 중국 농촌 인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국에서 매우 중요하고 혁명적인 정치적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적 위기는 무능하고 부패하고 이데올로기적이나 정치적으로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지배계급에서 비롯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 선진국의 투자나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으로 유입되는 막대한 펀드, 혹은 부유한 자원을 가진 개도국들로부터 대량의 원자재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이런 방식은 영향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종속과 분노를 부른다. 이미 중국이 자원개발을 했다가 버린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값싼 중국산 수출품으로 국내 산업이 붕괴했다.

이런 세계화는 중국 자체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는가. 르 피가로의 전직 중국 주재 특파원인 프랑수아 오테는 외국인에게 보여진 현대적인 중국과 숨겨진 중국 등 2개의 중국이 공존하는 것에 대해 “지난 25년간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기차, 국내은행,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 등에 가면 건방지고 무관심한 직원과 회색빛 침대 커버, 오염된 음식을 찾을 수 있다. 해외 파트너가 없다면 중국은 시대에 뒤떨어질 것이다. 여전히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으로 남아있다”고 그는 썼다.

오테는 이런 ‘적극적 수동성’이 불행한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인류에게 준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창의성을 잃어버린 중국이 어떻게 서구와의 경쟁을 꿈꿀 수 있는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다.

〈정리|김주현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송희영·논설실장
론스타가 끝까지 한국에 검은 페인트를 끼얹고 나갈 모양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HSBC도 이를 인정했다. 두 당사자가 이 정도 말했다면 세부 협상은 거의 끝났고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려고 막후 접촉에 들어간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권 말 온 국민이 대선 쇼에 눈을 돌리고 있을 때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채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어물쩍 외환은행을 처리할 모양이다.

텍사스에 본거지를 둔 론스타는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려 일본의 골프장 체인 사업까지 확장한 전형적인 미국 펀드다. 그동안 어둡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씻지 못하더니, 마지막에는 국민은행과 매각 계약을 파기한 후 싱가포르, 카타르에 이어 한국의 농협까지 구슬러가며 인수자를 찾아 돌아다녔다.

론스타의 끈질긴 세일즈 행각의 결과, 한때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했던 외환은행은 바겐세일의 떨이상품처럼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새 대주주를 만나면 어차피 간판을 내릴 가능성이 높지만 주인 한번 잘못 만나 말년 몰골이 비참해지고 말았다.

우리는 론스타가 한국에서 수조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이유로 배 아파하고 미워하는 건 아니다. 한국 투자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남긴 외국인 투자자는 뉴브리지 캐피털, 골드만 삭스, 카알라일 등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론스타에만 세무조사, 검찰수사, 여론의 몰매가 집중된 이유는 론스타가 한국 시장 바닥을 거칠게 활보했기 때문이었다. 세무 공무원들에게는 소화기를 작동해가며 세무조사를 몸으로 막다가, 나중에는 세금을 깎기 위해 제3자를 통해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법정에서 밝혀졌다. 이는 미국법이 철저히 금지하는 중범죄다.

론스타의 본사 임원은 검찰 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부했다. 론스타 전·현직 임원 3명의 경우 한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미국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특혜와 불법이 있었고, 론스타가 인수한 후에도 주가 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잡았다.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론스타는 줄곧 은행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

어쩌면 다 잡은 초대형 월척을 놓칠지 모른다는 초조함 때문에 더 서두르는지도 모른다. 국세청과 검찰을 짓밟고, 법원까지 깔고 뭉개려는 듯한 론스타의 오만이야말로 국제 금융계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게다가 론스타 경영진은 런던과 뉴욕, 도쿄를 돌며 한국을 비난해왔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입만 열면 한국이 외국인 투자자를 부당하게 억압한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계에서 한국 이미지는 엄청 나빠졌다.

실제 어느 거대한 투자은행은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다가 미뤄버렸다. 한국에서 큰돈을 번 후 보은(報恩)은 커녕 욕설만 퍼붓는 패륜 악동이 되고 만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금융계에서는 HSBC 행동에도 못마땅한 반응이다. 단지 인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두르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입맛을 다신다. 더구나 미국 씨티은행과 영국 SCB가 한미·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한국 금융계에 특별한 금융 기법을 소개한 일도 없고, 별다른 좋은 파장을 만들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분위기는 작년과는 딴 판이라고 한다. 매각 승인권한을 가진 금융감독원의 태도는 ‘재판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정식 승인을 요청해오면 거절할 이유가 약하다고 어정쩡하다. 금융계에서는 몇 가지 루머가 묘한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텍사스의 부시 대통령 인맥이 총출동, 론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론스타가 막판 베팅으로 거액 후원금을 제안했다’ 등등.

미국 쪽에서는 부시 가문과 가장 친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경영하는 법률회사가 론스타 사건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올들어 노무현 정권 핵심들과 관련된 사건을 많이 수임해온 로펌이 론스타 대리인으로 개입했다.

론스타의 이런 움직임에서 뭔가 정치적인 뒷거래 냄새가 풍긴다고 웅성거린다. 그렇지 않다면 정권 말기에 론스타가 이렇게 막무가내 질주할 수 있느냐는 해석들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정권은 하나의 음울한 스캔들을 임신하는 꼴이 된다.


[송희영 논설실장]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 수 있다면, 더구나 그러한 권리를 거래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려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면….

봉이 김선달은 그나마 실체가 있는 대동강 물을 팔았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온실가스 배출권이 거래된다고 하니 언뜻 듣기에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일컬어 '탄소시장'이라고 한다. 자산 규모가 이미 1조달러에 근접했다. 런던 주식거래소에서 거래하고 있는 회사의 절반에 해당될 규모니 이쯤 되면 "그런 일도 있나 보다"고 그냥 흘려버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돼 세계 유수 금융기관과 헤지펀드 등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이후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선진 38개국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가 2005년 2월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의 가장 큰 특징은 선진국에 강제적인 감축의무를 부과했다는 것과 비용효과적인 감축을 위해 온실가스를 금융상품처럼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은 배출 허용량에 비례한 배출권리를 할당받았으며, 허용량을 초과해 배출하려면 배출권을 다른 나라에서 사들여야 한다.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선진국은 배출권을 타 국가에 판매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감축의무를 받지 않은 국가도 유엔에서 인정한 종류의 감축 사업을 추진하면 유엔에서 배출권을 받아 선진국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당초 범지구적 환경협약으로 출발한 기후변화협약이 실제 이행 단계에 접어들어서는 각국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제협약으로 변하고 있다. 선진국들에 실질적인 의무 감축량이 부과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각국은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자국이 받는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출권 구매를 포함한 가장 비용이 낮은 감축 수단을 찾고 있으며 감축기술 개발과 이전 그리고 지적재산권 보호 등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은 온실가스 저감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여 확보한 배출권을 거래시장에 판매하여 많은 수익을 확보하고 있으며, 배출권 거래시장에는 거래중개인과 같은 판매대행자나 투자전문기업, 파생금융 상품 등이 등장하는 등 배출권 거래시장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온실가스 저감 사업과 탄소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는 지금 새로운 시장 진출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인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온실가스 저감 기반을 확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산업자원부는 지난 23일 제1호 탄소펀드를 만들었다. 탄소펀드는 유엔에서 인정한 종류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거래시장에 판매하여 수익을 확보하는 펀드다.

그동안 국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은 기술적 검토 능력 부족, 금융권 인지 부족으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대부분 선진국 주도 하에 추진되었다.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각 분야 전문가 풀을 구성하여 사업 타당성 검토, 자금조달부터 수익 실현까지 모든 사업 절차를 일원화하여 운영함으로써 국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108억달러 규모에서 첫 출발한 탄소시장이 작년에는 300억달러로 3배 커지는 등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어 우리 정부, 기업,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시장에 대한 선진 금융기법 연구나 개발, 투자 경험 축적이나 전문가 육성 등도 중요한 문제지만, 탄소시장을 주도한다는 것은 결국 온실가스를 얼마나 저렴한 비용에 줄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향후에는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에너지 강국은 화석연료 부존 정도에 따라 결정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신기술 보유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시장 육성, 선진국과 공동 기술 개발이나 이전에 관한 협력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함으로써 기후변화협약을 부담이 아닌 21세기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자리잡는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 경쟁자보다 몇 걸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주 화요일 알고 지내던 선배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 펀드단타하는 방법이 유행이던데, 알고 있니?"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설명은 이랬다. 오늘 중국 증시가 10%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자. 이 10% 과실을 모두 무위험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재간접펀드 투자다. 일부 재간접펀드들은 오늘 5시 안에 가입하면 오늘 시초가격을 기준가로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오늘 중국 A증시가 1000에서 1100으로 10% 상승했다고 하자. 일반 주식형펀드는 오늘 마감 전 가입하면 1100을 기준가격으로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재간접펀드들은 약관상 1000이 기준이 된다. 이를 이용해 A증시가 10% 상승 마감한 것을 확인한 다음 가입하고 단기에 환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8월 24일자 '중국 재간접펀드 단타매매 극성' 기사 참조

실제로 이런 단타매매는 활개를 치고 있다. 환매수수료도 없어서 단타에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3개 펀드 설정액을 뒤져봤다. 일별로 들쭉날쭉이었다.

펀드 단타매매는 죄악이다. 단타를 하는 사람들이야 돈을 벌지 몰라도 장기투자하는 사람들은 단타 때문에 손해를 본다. 단타매매를 위해 들어온 투자자 자금 때문에 수익률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운용사들도 이런 단타매매 고객들을 원하지 않는다. 고객자금이 대량으로 들쭉날쭉 들어오면 펀드를 제대로 운용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기존 장기투자자들은 운용상 어려움으로 인한 수익률 손해도 고스란히 입는다. 누가 이런 펀드에 장기투자하고 싶겠는가.

3가지를 감독당국에 말해주고 싶다. 첫째, 펀드 투자약관을 승인한 금융감독원이 부실심사를 한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 둘째, 판매사들이 선취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단타를 부추기진 않았는지 실태파악에 나서야 한다. 셋째, 차제에 펀드 단타매매를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막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펀드 단타매매자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가 있던 날이다. 개표는 다음날로 미뤄졌던 터다. 마감 시간에 쫓기던 중 전화를 받았다. “위에 보고라도 해야겠는데 누가 이기는 겁니까?” 알고 지내던 대기업 중역이었다. 얼버무리고 말았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승패가 새나오던 이튿날 오후까지 지인들의 ‘현문(賢問)’과 필자의 ‘우답(愚答)’은 계속됐다. 감은 있었지만 입을 떼기 쉽지 않았다.

요즘 정치부 기자들이 으레 겪는 일이다. 친구를 만나도, 친지를 만나도, 편집국 내 다른 부서에서도 질문은 계속된다. “이번에 누가 되는 거야?” 이해한다. 필자도 누구 못지 않게 궁금하다. 경마식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선거보도 대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선거의 재미는 역시 승자를 맞히는 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름대로 ‘현답(賢答)’을 개발했다. ‘누가 되느냐고 묻지 말고, 누굴 찍을지 고민하라’고.

택시라도 탈라 치면 입장이 바뀐다. 택시는 여론의 바로미터다. 5년 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 광주에서 ‘노풍(盧風)’의 진앙을 처음 감지한 것도 번갈아 택시를 타며 탐문한 결과였다. 얼마전 좀 다른 기사분을 만났다. 그 분은 ‘왜 남의 장단에 춤추려 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반가웠다. 대선판에 던져진 ‘경제’, ‘평화’ 같은 화두들이 떠올랐다. 정권만 바뀌면 우리 경제가 고성장의 길에 들어서고, 한반도 평화는 손에 잡힐 것 같다. 현실화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허나 많이 듣던 소리다.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랬다. 대선 때면 늘 거대담론이 춤췄고,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 후보선택 거대담론으론 미흡 -

허망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1970~80년대처럼 고도성장을 할 수는 없을 테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다. 범여권 주자 중 한 명이 대역전한다 해도 한반도 평화가 성큼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범여권이 정권을 재창출해도 경제는 망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이겨도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는 시스템화됐고, 대북 포용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누가 승자냐에 따라 속도는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뜻한다는 ‘7·4·7 공약’을 보자. 삶의 질과의 구체적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도쿄 시민들이 서울 시민들보다 좁은 집에서 사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평화는 빵’이라는 담론도 마찬가지다. 평화는 그 자체로 목표이지 빵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빵도 마찬가지다. 평화는 평화이고, 빵은 빵이다.

대선주자들만이 아니다. 평소 아파트값이나 ‘사오정(40~50이면 정년)’, 특수목적고, 국민연금, 주식형 펀드를 화제로 삼는 유권자들도 선거만 임박하면 거대 담론의 함정에 빠져든다. 나의 행복보다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 물론 거대담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명분과 시대정신이 없다면, 선거란 약육강식 논리를 법제화한 데 불과할 수도 있다. 해도, 거대 담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국가와 사회의 이슈, 나와 내 가족의 이슈를 묶어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대선 관전법은 어떨까. 첫째, 가장 원하는 것을 생각한다. 비정규직에서 벗어나고 싶은지, 작은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꿈인지, 내 아이가 과외 안 받고도 괜찮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지…. 하나일 수도 있고 다일 수도 있다.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이 기준으로 후보들을 살핀다. 둘째, 막연히 경제나 평화를 말하는 후보를 경계한다. 경제나 평화를 말하더라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후보를 선택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후보보다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이가 공약을 실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셋째, 휩쓸리지 않는다. 관료와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민 개개인이 국정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투표만이 사실상 유일한 참여의 통로다. 이 소중한 권리를 남들의 눈에 맞춰 행사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 내 가족 이슈도 묶어선 판단을 -

거대 정당·언론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선거판을 바라볼 때 세상은 바뀐다. 후보들간 정책·비전 경쟁은 구체화하고, 오랜 늪이던 지역주의도 덤으로 사라질 것이다. 투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복무행위가 아니다.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권리다. 누가 될 것인가 묻지 말고, 누구를 찍을 것인가 생각하자. 그것도 아주 이기적으로.

〈김봉선/정치부장〉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170억달러와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모두 200억달러 펀드를 토대로 2005년 7월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겨우 10억달러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투자대상도 신용등급 BBB 이상 안전한 회사채나 주요 선진국 주식에 한정돼 있다. 최근 주요국 국부펀드(SWFㆍSovereign Wealth Fund)들이 위험자산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 국가외환투자공사(SIC)를 설립해 제1탄으로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는 채권 위주 투자를 하고 있는 3300억달러 규모 정부투자공사(GIC)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 테마섹을 통해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테마섹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8750억달러), 러시아 안정화펀드(1000억달러),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3000억달러) 등 기타 국가 국부펀드도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IC는 안전성을 중시한 나머지 부동산이나 자원개발, 사모펀드 등과 같은 고수익 자산 투자에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이 때문에 수익도 저조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0억원을 넘은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국민이 대외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합쳐진 돈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계정상으로는 국가기관 자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이 주인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자산 증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KIC가 소극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이 기관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줘 고위험ㆍ고수익 자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도 효율화해야 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가장 큰 관심 뉴스는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일일 것이다.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였다. 더욱이 경선 후유증이 걱정될 만큼 양대 후보 진영간 원색공방이 대단했기에, 매일 싸움질만 한다며 지긋지긋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경선패배를 시인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하자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칭송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 경선과정 보도에서 국민일보는 두 후보간 경쟁 및 기타 사항들을 균형있게 다루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사진배치나 지면구성 등에서 시각적 효과를 염두에 둔 편집을 하면서도 공정함을 유지하고자 애쓴 흔적이 보였다.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멋진 경기를 즐기며 관전하도록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각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경선 시뮬레이션 예측결과를 내놓았는데, 그 중 실제 결과와 가장 근접한 것이 국민일보의 예측이었다. 타 기관들은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적어도 6∼10%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던데 비해, 국민일보는 두 사람간 득표차를 5.6%포인트로 예측, 실제 득표차 1.5%포인트에 가장 근접한 수치를 제시하였다. 또한 경선결과 발표 다음날인 8월21일자(6면)에서 '대선레이스 3대 변수와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22일부터 나흘간 '이명박 후보 경제정책 검증'을 거시정책, 부동산, 조세, 기업 등으로 나누어 발빠르게 다룬 것은 단연 돋보이는 점이었다.

그러나 '2% 부족'을 느끼게 하는 면들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동일주제의 기사는 같은 면에 실리는 게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8월23일자 종합면 기사중 '이 후보 경제정책 검증: 2.부동산-공급확대 정책 성공할까'(7면)는 이 후보 관련기사들이 있는 4·5면에 연속해서 실리는 게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2007 세제개편안'(6·7면)이 실린 7면에 동떨어져 실림으로써 '세제개편안'과 '이 후보 정책'이 뒤섞여서 양자를 분간하기 힘들게 하였다. 또 같은 날자 '탄소배출권 시장 연내 개설'(2면)과 '탄소펀드 출시: 전문가 기고-국가마스터플랜부터 세워라'(7면)의 두 기사도 동일면에 실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지나친 정파적 정치개입과 관련해 다른 신문들은 대부분 비판적 분석을 곁들여 보도한데 비해, 국민일보는 8월24일자 'DJ, 민주신당 386의원들에 국민설득 주문: 수구보수에 나라 못넘긴다'에서 일체의 비판적 분석평가 없이 DJ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지면배정이 과다함은 물론, 과연 정론탁설(正論卓說)의 자세에 합당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였다.

한편, 학력위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터에 기독교계도 그 문제로부터 비켜나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8월20일자 '국내외 신학대학 학위실태와 대책: 1년에 1주씩 네번 수업받고 외국박사'(29면) 기사는 매우 시의적절하였다. 오히려 근년 들어 힘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는 기독교계의 정련화와 새 힘의 충전을 위해 이 문제를 좀더 깊고 넓게 분석 비판하는 기사가 시도됐으면 좋겠다.

백승현(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