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휴대폰으로 아빠를 찾는다. 초등학교 3학년, 2학년에 다니는 첫째와 둘째가 ‘시간’을 배우고 난 다음부터는 질문이 예리해졌다. “아빠, 오늘은 몇 시 몇 분에 들어오세요?” 회사일이 끝나는 게 대략 몇 시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분초까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아빠에게 믿음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거짓말로 대충 둘러댈 수도 없는 노릇. 늘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해 당황해한다. 첫째와 둘째의 영향을 받아 아직 시계도 볼 줄 모르는 여섯 살 막내딸도 전화를 걸어와 몇 시 몇 분에 도착하냐고 묻는다.
사소한 퇴근 시간은 물론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최근 들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잘 붙는 주식시장이 그렇다. 하루에 10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상승이나 하락이 거듭되는 널뛰기 장세. 주식에 무지한 사람이거나 증권회사 베테랑 펀드매니저라도 내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지 하락할지 자신있게 예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올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000이 될지, 1000이 될지 안팎으로 변동성이 큰만큼 확률이 2분의 1인 상승, 하락의 방향성조차 맞추기가 쉽지 않다. 주식 전망 보도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내용이 공존한다.
영화 시장도 그렇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이렇게 선전할지 아무도 몰랐다. 개봉 초기에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디 워’를 봤는데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지만 나나 집사람은 지루하게 느꼈다. 극장 문을 나서며 속으로 ‘잘되면 200만∼300만명 관객이 들겠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주말 800만명 가까이 흥행을 이어가며 한국영화 톱10에 화려하게 진입하고 외화 사상 최대 흥행작인 ‘트랜스포머’의 관객 수조차 훌쩍 뛰어넘었다.
요새 날씨 예보도 그렇다. ‘하루 앞 날씨도 못 맞히는 기상청’이란 제목의 신문 기사처럼 요즘 사람을 만나면 거의 빠지지 않는 화두가 날씨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푹푹 찌기만 하더라” “장마 그쳤다고 해서 모처럼 휴가를 갔는데 비만 잔뜩 맞고 왔다”는 말은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듣거나 직접 경험해본 얘기일 게다. 물론 자연의 변덕스러움에 지구 온난화까지 영향을 미치는 날씨를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히 맞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점차 일기 예보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정답’을 피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의 거센 비난 여론에 기상청도 빠져나갈 수 있는 안전한 예보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 앞을 알기 어려운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정치권도 그렇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며칠 전에 끝났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후보끼리 서로를 격렬히 비방하면서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국 한 후보의 승리로 경선은 막을 내렸다. 이번 야당의 경선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언론이나 시장조사기관은 여론조사를 거듭하면서 답을 찾는다. 한나라당에 이어 통합 신당과 민주노동당도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한다.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단정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수많은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숨겨진 미래를 가늠해볼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을 위해 파트너를 찾고 만나는 일이 어김없이 반복된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른 회사 파트너와 e메일을 주고받고 미팅 일정을 잡는다. 과연 내일은 그동안 추진해온 일이 성사될지 아닐지 십수년간의 사회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코 확신할 수가 없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튀어나와 공들였던 일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앞도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지만 ‘희망’이란 덕목은 우리 것이다. 희망을 품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이다. 미래를 포기한 사람이 미래를 바꾸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래는 아직 나나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사실이다.
◆김종래 파파DVD 사장 jongrae@papadvd.com
'No.1 IT 포털 ETNEWS'
Copyright ⓒ 전자신문 & 전자신문인터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소한 퇴근 시간은 물론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최근 들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잘 붙는 주식시장이 그렇다. 하루에 10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상승이나 하락이 거듭되는 널뛰기 장세. 주식에 무지한 사람이거나 증권회사 베테랑 펀드매니저라도 내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지 하락할지 자신있게 예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올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000이 될지, 1000이 될지 안팎으로 변동성이 큰만큼 확률이 2분의 1인 상승, 하락의 방향성조차 맞추기가 쉽지 않다. 주식 전망 보도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내용이 공존한다.
영화 시장도 그렇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이렇게 선전할지 아무도 몰랐다. 개봉 초기에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디 워’를 봤는데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지만 나나 집사람은 지루하게 느꼈다. 극장 문을 나서며 속으로 ‘잘되면 200만∼300만명 관객이 들겠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주말 800만명 가까이 흥행을 이어가며 한국영화 톱10에 화려하게 진입하고 외화 사상 최대 흥행작인 ‘트랜스포머’의 관객 수조차 훌쩍 뛰어넘었다.
요새 날씨 예보도 그렇다. ‘하루 앞 날씨도 못 맞히는 기상청’이란 제목의 신문 기사처럼 요즘 사람을 만나면 거의 빠지지 않는 화두가 날씨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푹푹 찌기만 하더라” “장마 그쳤다고 해서 모처럼 휴가를 갔는데 비만 잔뜩 맞고 왔다”는 말은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듣거나 직접 경험해본 얘기일 게다. 물론 자연의 변덕스러움에 지구 온난화까지 영향을 미치는 날씨를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히 맞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점차 일기 예보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정답’을 피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의 거센 비난 여론에 기상청도 빠져나갈 수 있는 안전한 예보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 앞을 알기 어려운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정치권도 그렇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며칠 전에 끝났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후보끼리 서로를 격렬히 비방하면서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국 한 후보의 승리로 경선은 막을 내렸다. 이번 야당의 경선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언론이나 시장조사기관은 여론조사를 거듭하면서 답을 찾는다. 한나라당에 이어 통합 신당과 민주노동당도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한다.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단정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수많은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숨겨진 미래를 가늠해볼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을 위해 파트너를 찾고 만나는 일이 어김없이 반복된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른 회사 파트너와 e메일을 주고받고 미팅 일정을 잡는다. 과연 내일은 그동안 추진해온 일이 성사될지 아닐지 십수년간의 사회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코 확신할 수가 없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튀어나와 공들였던 일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앞도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지만 ‘희망’이란 덕목은 우리 것이다. 희망을 품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이다. 미래를 포기한 사람이 미래를 바꾸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래는 아직 나나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사실이다.
◆김종래 파파DVD 사장 jongrae@papadvd.com
'No.1 IT 포털 ETNEWS'
Copyright ⓒ 전자신문 & 전자신문인터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고] 매경-대우증권 전국 순회 투자설명회 (0) | 2008.02.08 |
---|---|
[기고] 기후변화 새 시장이 열린다 / 김영주 (0) | 2008.02.08 |
[매경광장] 채권소매시장 육성 정부가 나서라 (0) | 2008.02.08 |
[기고] 서브프라임 사태와 희생양찾기 (0) | 2008.02.08 |
[매경포럼] `엔캐리` 진실과 오해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