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170억달러와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모두 200억달러 펀드를 토대로 2005년 7월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10월 10억달러를 포함해 올 8월 현재 총 110억달러를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대상이 신용등급 BBB 이상 안전한 회사채나 주요 선진국 주식에 한정돼 있어 충분한 수익을 낼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최근 주요국 국부펀드(SWFㆍSovereign Wealth Fund)들이 위험자산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 국가외환투자공사(SIC)를 설립해 제1탄으로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는 채권 위주 투자를 하고 있는 3300억달러 규모 정부투자공사(GIC)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 테마섹을 통해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테마섹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8750억달러), 러시아 안정화펀드(1000억달러),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3000억달러) 등 기타 국가 국부펀드도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IC는 안전성을 중시한 나머지 부동산이나 자원개발, 사모펀드 등과 같은 고수익 자산 투자에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이 때문에 수익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은 국민이 대외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합쳐진 돈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계정상으로는 국가기관 자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이 주인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자산 증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KIC가 소극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이 기관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줘 고위험ㆍ고수익 자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도 효율화해야 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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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로 한국 증시가 폭락하고 많은 기업이 매물로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그 중에는 수익성과 성장성에 문제가 없는 데도 치솟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온 회사도 적지 않았다.

이때 발빠른 외국인들은 헐값에 알짜 기업들을 사들였다. 당시 한국 기업들을 사들였던 외국계 자본은 이후 몇 년 만에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 세금 과세 논란이 일고 있는 론스타펀드도 그 중 하나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은 기업 가치에 비해 싸게 나온 기업과 자산을 과감하게 사들였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한 적이 있다.

외부 환경 등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 내재 가치보다 낮게 평가된 회사를 싸게 사들여 이후 대규모 이익을 챙기는 '저가 매수(바겐헌팅)'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대자 월가에서 저가 매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가 매수'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나선 사람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에 대혼돈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또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금융주 투자를 늘렸으며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컨트리와이드 등 모기지 업체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규모 채권펀드를 운용해 '채권 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PIMCO)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들의 채권을 사들였다.

그로스 핌코는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모펀드계 거물들도 저가 매수에 동참하고 나섰다. 부실기업 인수로 유명한 윌버 로스는 세계 신용경색 위기를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는 늘어난 채무 불이행과 대출업체들로 위기에 처한 서브프라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은 미국발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 투자를 꾸준히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이들 거물이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으로 가격이 떨어진 자산 중에서 '알짜 줍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아직 저가 매수에 나서기에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무엇보다도 시장이 아직 불안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데다 주택경기 부진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관론을 펼쳐온 전문가들조차 아직 미국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가 아니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한 관계자는 어떤 종목을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매수하더라도 상당 기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우량 자산을 더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가 고수들이 저가 매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데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투자자들도 있다.

저가 매수를 선언한 대부분 전문가가 이미 많은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인 만큼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저가 매수 시기에 대한 적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수들은 약세장일 때 저가 매수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저가 매수에 성공하려면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투자 대상 기업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고 향후 내재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종목을 찾기 위해서는 버핏이 강조하는 것처럼 해당 기업을 잘 알아야 함은 기본이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sunnyw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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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 은행의 3개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발표 이후 급락하던 세계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재할인율 창구의 담보로 허용하면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뇌관은 여전히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듯하다.

-FRB 조치후 세계증시 진정-

향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모기지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간 미국의 전형적인 모기지 대출은 금융회사가 주택이라는 담보물건을 기초로 차입자에게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을 제공하고, 공적 금융주택기관이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고 대출자금을 보전해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적 금융기관은 주택금융 차입자에게 상환능력과 담보비율(LTV)과 같은 신용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루어진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담보물건과 차입자의 신용이 적격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모기지 대출을 집행하는 은행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금융회사가 취급하게 되는데, 이를 모기지 전문회사라 부른다. 이와 같은 모기지 전문회사는 2000년대 들어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적 붐에 편승하여 크게 증가했다. 한편 모기지 전문회사들은 모기지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대출채권을 모아 유동화라는 과정을 통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자본시장에 유통시키게 된다. 이때 신용 보강이 이루어진 우량채권은 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은행, 보험사들에 매각되고, 고위험-고수익의 후순위 채권은 주로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 등이 소화하게 된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미국 증권거래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 사모펀드여서 금융감독을 전혀 받지 않고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킨 데 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 관련 후순위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FRB가 정책목표금리를 17차례에 걸쳐 4.25%포인트나 올리면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들이 먼저 부실화되면서 관련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연이어 부실화했다. 충격은 삽시간에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 우리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충격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와 투기적 붐이 결합되는 경우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결국 낮은 금리와 감독의 실패로 인해 급증한 유동성과 투기적 붐이 결합되어 양산된 투기의 거품은 결국 언젠가는 붕괴되게 마련이며 복잡한 파생상품의 연쇄구조 가운데 어느 고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유동화가 어려운 상품, 현금화가 용이하지 않은 부문, 레버리지를 과잉으로 사용한 부문으로 문제가 확산되어 전 금융권,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투기 위험 경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괜찮은가. 금융회사들의 대출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고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제2금융권의 LTV와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점, 이 모든 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주택금융시장의 현재라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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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월 23일자 8면에 실린 기획시리즈 ‘가까워진 이웃 중국’ 중(中)편을 읽었다. 기사는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및 펀드 구입 열풍과 중국에서의 한류 드라마 인기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투자 실태를 조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對)한국 투자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전제품은 한국이 중국보다 한참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산 제품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1위인 품목이 있고 매년 매출이 두 배씩 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부품 및 소재 수입 분야에서도 곧 중국산이 일본산을 제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중국의 한국기업 사냥에 관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2004년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한국의 우량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해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한다. 선진기술 확보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인수합병은 ‘시장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막을 수도 없으며 막아서도 안 되는 문제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팔려나간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결국 우리 기업이 팔리지 않도록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선진 수준의 기술과 경영기법, 노사관계 등이 경쟁력을 이루는 요소들인데 이를 제고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미 FTA는 좋은 방안이다.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있는 미국과의 장벽 없는 무역을 통해 비교우위 상품의 경쟁력은 더욱 발전시키고 열세에 있는 상품은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가 앞서가는 일본과 뒤쫓아 오는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경고가 자주 등장한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바짝 뒤쫓는 단계를 넘어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수준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중 경제가 대등한 수평관계가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장현태 충북 제천시 봉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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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라는 게 있다. 요즘 은행권에서 널리 자행되고 있는 대출고객에 대한 펀드 가입 강요 행위가 대표적인 꺾기 사례라고 보면 된다. 꺾기는 물론 불법이다.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의 아쉬운 처지를 빌미로 상품을 강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원이 줄어드는 은행으로선 꺾기 유혹을 떨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펀드를 팔아 벌어들인 수수료만 1조2000억원. 대출시 펀드 판매 유혹은 마약과도 같다.

꺾기는 너무나 익숙한 금융관행이다. 권하는 측이나 권유받는 측 모두가 불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도 대출 상담 때 펀드 가입을 '은근히' 권유받은 적이 많다.

실제 주변에서 대출받은 사람 대부분은 펀드 한 개쯤은 가입해 있다. 꺾기를 당한 셈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간 꺾기 뒤지기와 숨기기 혈투가 매년 벌어지지만 승자는 늘 금융기관이었다.

'강매냐 자발이냐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변명하지만 감독당국의 마지못한 조사는 꺾기 번식에 훌륭한 면역력만 제공해왔다. 이런 감독당국의 초라한 모습은 28일에도 다시 한번 증명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8개 은행 157개 점포를 대상으로 대출을 미끼로 펀드 가입을 강요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발표에서다. 발표는 28일 김대평 은행담당 부원장이 직접 맡았다. "조사기간에 적발된 꺾기 사례는 모두 358건이며 관련 기관, 관련자를 모두 엄중 조치하겠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서슬 퍼렇다는 금융당국이 수만 건에 이르는 3개월간 대출을 샅샅이 뒤져서 나온 꺾기가 고작 358건이라니.

또 다시 금융기관의 교묘한 숨기기에 당국이 패했음을 자인한 발표에 불과했다. 돈이 필요해 대출을 받았고,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펀드에 가입해야만 했던 수많은 서민들이 30년 금융감독에 몸담았다는 분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은행들이 금감원 나으리에게는 감히 꺾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원래 금감원 검사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지 혼란스럽다.

[경제부 = 장광익 기자 pald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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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소리야, 이 펀드는 선취형만 있다던데?"

평소 펀드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지인이 항의 전화를 해왔다. 추천해준 펀드를 후취형(보수가 매일 나눠 결산되는 것)으로 가입하려고 했는데 은행 판매직원이 선취형(가입시 보수를 일정 부분 내는 형태)밖에 없다고 설명해 할 수 없이 선취형으로 가입했다는 것이다.

물론 직원이 잘못 설명한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확인해 보니 판매직원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다양한 보수체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펀드에 가입할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펀드 판매에 대한 불만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들린다. 펀드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부족하거니와 어설픈 상품 설명으로 운용보수에 비해 두 배 가까운 판매보수를 계속해서 떼간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판매사들이 담합해 판매보수가 이렇게 높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판매사들도 할 말은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받는 판매보수 대신 판매수수료로 바꾸면 판매사들이 수수료를 벌기 위해 판매 환매를 부추겨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갈 것이라고 했다.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온종일 고객 문의 전화를 받고 애쓰는 것을 생각하면 현행 보수는 그리 높은 게 아니라고까지 했다.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을 향한 은근한 협박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한때 사라진 것 같았던 펀드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업계 노력뿐만 아니라 펀드를 믿고 투자한 소비자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고민해야 할 때다.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에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판매사 스스로 앞장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건 어떨까.

[증권부 = 박준형 기자 pione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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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경기 과천시가 얼마전 의미있는 협약을 체결했다. 과천을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과천시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환경부는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술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지자체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더이상 남의 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환기시켜준 사례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특히 이번 협약에서는 국내에서 개념조차 생경한 개인배출권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인배출권 할당제는 개인별로 온실가스의 상한선을 할당해주고 사용후 남거나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간 거래를 통해 충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에선 자발적 참여자에게 할당량을 주고 이를 초과해 배출할 경우 탄소펀드에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가 민간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10년내에 여왕에서 최극빈층까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배출량을 할당하고 탄소은행을 통해 거래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논의되는 갖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방안이 개인배출권 할당제인 것이다.

과천시는 우선 냉·난방을 아끼는 등의 방법으로 할당량을 남긴 사람에게 시민회관 시설사용할인권 같은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중에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높은 단계를 시행하면 자칫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사실 개인배출권 할당제를 통해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 우선은 시민 개개인에게 ‘나도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과천시의 도전이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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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훈 경제부장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을 아시는가. 당신이 재테크와 담쌓았다면 몰라도, 주식 투자를 한다거나 혹은 펀드 환매 타이밍이라도 재고 있다면 그녀를 몰라선 곤란하다.

물론 당신은 그녀의 얼굴조차 본 일이 없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특정인이 아니라 일본 주부 전체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씨 부인’쯤 되겠다. 어찌 됐건 당신은 아주 실질적인 이유로 그들을 주시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투자 수익률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엔화 투기자금의 큰손이다. 일본의 저금리에 실망한 나머지 남편 월급을 외화(外貨)로 바꿔 해외에 투자해 왔다. 그러던 중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대출) 사태가 터졌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이들은 해외 투자자금을 빼내 일본으로 되갖고 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들이 자금을 회수해 간다면 또 하나의 폭탄이 터지는 셈이다. 각국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요동치게 된다. 당연히 당신의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별 생각 없이 해외펀드에 가입한 당신, 안방 PC로 주식 투자하는 당신이 얼굴조차 모르는 일본 주부들 심리까지 신경 써야 할 이유다.

그러나 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당신은 세계 곳곳에 잠복한 오만 가지 변수를 피해가며 험난한 ‘재테크의 정글’을 헤쳐가야 한다. 당장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엔 투기자금)’의 폭탄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얼마 전 ‘파리바은행’의 환매보류 조치 때 실감하지 않았는가. 수천㎞ 떨어진 프랑스 은행의 간단한 행동이 순식간에 지구를 돌아 서울 증시를 직격하고 당신의 투자 수익률을 흔들어 놓았다. 세계 금융은 스크럼 짠 럭비선수처럼 한 묶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편한 투자’에 익숙해진 당신으로선 잘 적응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4년간 재테크는 참 수월했다. 세계적 저(低)금리로 마구 풀린 뭉칫돈이 온갖 곳을 휘젓고 다니며 주식과 부동산 값을 올려 놓았다. 어디에든 투자하기만 했다면 대체로 돈을 벌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당신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동유럽이며 남미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해도 그럭저럭 돈을 벌었다.

4년간 무려 400%의 수익률을 낸 펀드도 있다(미래에셋증권 ‘디스커버리펀드’). 석 달 새 주가가 1500에서 2000으로 폭등하고, 주식해서 돈 번 ‘대박’ 스토리가 곳곳에서 탄생했다. 그러니 당신은 한 자릿수 수익률 정도로는 직성이 안 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눈높이를 낮출 때가 됐다. 풍성했던 ‘재테크의 잔치’가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려가며 유동성(돈)을 빨아들이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세계의 자산가격을 올려 놓았던 엔화 투기자금의 일본 복귀도 시간 문제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글로벌 자산 버블(거품)의 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식·부동산이 폭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이나, 적어도 지난 몇 년 같은 수직 상승세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제부터 재테크의 주제는 ‘리스크(손실위험)’와의 격투가 될 것이다. 안개 자욱한 불확실성 속을 당신의 판단력 하나에 의존해 헤쳐가야 한다. 목표 수익률도 좀 낮춰 잡는 편이 안전하다. 비행기로 치면,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고도를 낮춰 육안(肉眼) 저공비행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버블이란 반드시 꺼지는 법인데 호황에 취한 당신은 이 사실을 잊고 있었을 것 같다. 이제 잔치가 끝났으니, 당신도 나도 ‘피곤한 재테크’의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



[박정훈 경제부장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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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의 세계적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목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빼어난 풍광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다.

이 안에 있는 작은 휴양도시 잭슨홀은 매년 8월 말만 되면 갑자기 부산해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와 명망 높은 경제학자 등 100여명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1박2일 동안 연례 심포지엄을 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잭슨홀 미팅'이다. 원래는 머리를 식히며 정책 현안과 새로운 연구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친목 모임이지만, 그들의 언행은 늘 뉴스가 된다.

▦ 지난달 30~31일 열린 회의가 유달리 관심을 모은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초래된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위기 우려 상황과 시점이 1998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 해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 선언에 따라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순식간에 파산사태에 이르고 이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경험과 거의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때마침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후 9월부터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나 낮춰 위기를 조기 수습했다.

▦ 올해 그 자리엔 벤 버냉키 의장이 있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은 지 1년 6개

월 만에 '모기지 부실 폭탄'을 떠안은 그를 향해 월가는 이미 '초보자의 실수(rookie's mistake)'라는 딱지를 붙였다. 또 직관과 현실을 앞세운 그린스펀이 '시장적(street-smart)'이라고 평가되는 것과 달리, 통계와 이론을 중시하는 그에겐 '학구적(book-smart)'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이런 표현이 유쾌할 리 없다.

더구나 금융계는 "유동성 긴급지원이나 재할인율 인하는 임시방편이고 결국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그가 전임자의 해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 그러나 버냉키는 잭슨홀에서 큰 힌트를 주지 않았다. 우선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여러 여지는 남겼다.

반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선택의 결과로 인한 손실을 보호하는 것은 FRB의 책임이 아니다"며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시장은 일단 18일 FRB가 금리를 인하하는 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서브프라임'의 충격은 컸으되, 버냉키와 시장이 벌이는 게임에서 얻는 학습효과도 적지 않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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