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준호]  15일 오전 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1년 전에 든 펀드를 놔둬야 할지 아니면 환매해야 할지 고민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내 주변 사람에게까지 뻗친 모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느 회사의 무슨 펀드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글쎄, 증권사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그냥 돈을 맡겨서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워낙 투자에 문외한이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좀 극단적 경우이긴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상당수 투자자의 현주소다. 자신이 투자한 대상에 둔감하고, 투자환경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정세에 너무 어둡다. 그저 ‘저금리·노령화 시대에 유망한 투자수단은 펀드’라는 달콤한 이야기에 솔깃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개 펀드의 1년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더라’는 소문에 막연히 펀드 창구로 달려간 사람도 상당수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한국은 문제 없다”고 장담한다. 국내 금융회사의 서브프라임 투자가 적고 평가손실도 8500만 달러(약 79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과연 그럴까. 정부가 투자심리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밝은 면만 보는 것은 아닐까.

 미 서브프라임발 금융 불안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광복절로 서울 시장이 쉬는 동안 미국·유럽·아시아 증시가 돌아가며 다시 하락했다. 골드먼삭스 등 여기저기서 투자 실패에 대한 ‘고해성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국내 증권가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4일 “서브프라임 사태는 안개 속이어서 제대로 된 투자전략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서울 증시에서 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매도를 했다. 그 물량을 주식펀드를 앞세운 국내 기관들이 받아내며 버티는 형국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단정할 수 없다. 시간이 흘러야 외국인이 현명했는지, 아니면 개인과 기관의 전망이 옳았는지 밝혀질 일이다.

 당장 펀드에서 돈을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도 문제지만 상황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도 화를 부를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어느 나라, 어떤 주식, 무슨 금융상품인지는 알아야 한다. 자신의 펀드가 어디에 투자했는지도 모르고 펀드 환매를 위해 BNP파리바 은행 창구로 몰려든 파리 시민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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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와중에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여러 투자은행과 함께 ‘천하의’ 골드만삭스가 물렸다는 점, 투자 실패를 ‘추가 베팅’으로 풀어 가는 점이 그렇다.

막강한 인력과 자산은 기본이고 엄청난 인맥과 월가(街)에서의 영향력, 화려한 실적이 수식어로 따라붙는 골드만삭스가 두 눈 뜨고 당했다. 웬일인가.

골드만삭스의 ‘GEO 펀드’는 컴퓨터가 투자 결정을 하는 ‘퀀터티브(quantitive·계량적·약칭 퀀트) 펀드’다. 투자 대상 가운데 가격이 적정 가치보다 높으면 팔고 낮으면 사는 등 갖가지 공식에 따라 거래를 한다. 그동안 실적도 좋았다.

이 펀드 자산은 최근 50억 달러에서 36억 달러로 푹 줄었다. 지난주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폭락장에서 컴퓨터의 판단에 따라 빚까지 내서 주식을 사들인 결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집 살 돈을 빌려 주는 회사다.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면서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진 게 작년 말, 부실이 터진 게 올봄이다. 미국 금융자산의 1%에 불과한 이 시장의 위험요인을 증폭시켜 전 세계로 확산시킨 게 바로 현대금융시장이다. 금융상품을 결합하거나 복잡한 조건을 붙여 만든 파생금융상품에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도 섞여 들어간 탓이다.

한 시장의 위험을 다른 시장으로 전이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숱한 경고들은 계속 무시돼 왔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의 자금 공급과 함께 골드만삭스의 추가 투자 발표가 위험한 시장, 위험한 상품에 대한 걱정을 덜어 준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GEO에 추가로 넣은 돈은 30억 달러. 그중 10억 달러는 두 명의 억만장자가 냈다. 이번 투자가 잘되면 골드만삭스는 실패한 펀드도 살리고 뒷돈을 댄 억만장자들과 함께 또 거액을 벌 것이다. 결과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골드만삭스는 더 큰 돈을 집어넣어 이 펀드를 성공시킬 수도 있다. 이것도 월가의 운행 방식 중 하나다.

뉴욕증시의 불안감은 아직 남아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며 다른 모기지 시장으로 확산돼 가는 점도 악재다. 그렇다 해도 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해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의 행태가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변화가 있더라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일 것이다. 월가는 그렇게 살아간다.

세계 투자은행, 중소형 헤지펀드 등 국제금융시장의 선수들은 이미 한국 무대에서도 뛰고 있다. 국내 ‘개미’ 투자자들은 이들의 얼굴도 모른 채 한판 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직접투자를 하려면 태평양 건너 골드만삭스의 투자 결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은 또 얼마나 거셀 것인가. 시장이 불안하거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세계 투기성 자금은 안전 투자처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돈이 국경 너머로 달아나는 시장의 충격은 우리가 10년 전 경험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14일 일본의 저금리를 피해 고수익 시장에 투자된 ‘엔 캐리 자금’이 국내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의 혼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보다 더 불안한 계절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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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범여권 통합신당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신당에 참여한 시민단체 인사들은 많은 지분을 요구했고, 현역 정치인들은 수세에 몰려 있는 것처럼 머리를 낮추고 있다고 한다. 왜 시민단체는 현실 정치의 지분을 그렇게 목말라 하는가.

  국민이 위임한 국가의 권력이 비대해져 민중의 삶을 지나치게 구속하기 시작하자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민 활동이 시작됐다. 어느 시대에서든지 그 시대의 과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인과 시민들의 행동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상소운동 역시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다. 독재시대에는 민주화 운동이 시민운동이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1987년 군사독재가 무너진 뒤 시민들이 다양성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을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시발점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는 양극화가 심하다. 참으로 순수한 시민들의 모임이 많지만,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했음에도 권좌에 진입하는 통로로 변질된 극소수 권력단체도 있고, 리더 한두 명을 출세시킨 뒤 정체성이 도전받아 피폐해져 버린 단체들도 있다. 여야를 떠나 국가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역사적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시민단체는 왜 범여권에 포함되려 하는가. 정당의 50% 현실 지분을 요구하는 권력단체가 어찌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는지 안타깝다. 정권이 바뀌면 시민단체는 범야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범여권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반면 출세한 아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골 어머니처럼 권좌에 오르내리는 럭셔리 시민단체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가난하고 순수한 시민단체들은 오늘도 운영비 몇십 만원에 가슴이 졸아 들고 있다.

  언론은 이같이 수많은 시민단체들을 왜 진보, 민주, 운동권이라는 하나의 틀로서 평가해 버리는가. 행복·성장·품격 등의 보편적 가치가 시민단체의 구호가 될 수 있을 텐데, 그간의 우리 사회 발전 양상과 선명성 경쟁으로 인해 내용을 차치하고 시민단체가 민주·개혁이라는 구호만 내세우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언론은 진보라는 어휘에 주눅이 들어 버렸다.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시민단체들은 많은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현실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시민단체들은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공정한 감시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뒤 몰아칠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시민단체들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시민단체가 너무 많다는 말도 있지만, 선진국인 미국에는 1만2000여 개의 시민단체가 있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지역재단·봉사재단 등 세상을 밝게 하려는 수많은 단체다. 인간의 최고 욕구는 봉사할 수 있는 삶이라고 하듯이 자기가 속한 사회를 발전시키려는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고, 시민들이 아낌없이 펀드 모금·좋은 아이디어 제공에 나서는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용상 광주 전남 행복발전소 고문 미래아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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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휴가철도 이제 막바지다. 직장인들의 일상이 말 그대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모양새임을 생각한다면 여름휴가는 점심 후 잠깐의 오수(午睡)만큼이나 달콤하다. 피곤해도 기분 좋은 나른함이고, 가벼워진 주머니도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 앞에선 뿌듯한 스트레스이다.빠듯한 일정 탓에 주말을 최대한 활용한 약은 휴가를 다녀왔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딸아이와 아내가 함께 사뭇 진지한 자세로 기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가장으로서 소홀했다는 자책도 잠시 들었다. 딸의 기도가 무색하게 출발하는 날도 게릴라성 호우는 퍼부었고 빗소리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물놀이 갈 생각에 들떠 잠이 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 어린 시절 소풍을 앞두고 하늘을 보며 소원했던 간절함이 되살아났다.하지만 다행이 다음날은 땡볕더위여서 무사히 휴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 복귀하자 또 다른 변덕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오락가락하는 주식시장이 주인공이다. 두 변덕쟁이 때문에 8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루걸러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하루 이틀 사이에 80포인트 내외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은 야속할 만치 진을 다 빼놓는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한 신용시장의 경색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시장은 롤러코스트 위에 올려졌다. 조정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추가 조정을 주장하는 신중론자들이 늘어가고, 꾸준하게 증가하던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최근 들어 눈에 띠게 둔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초부터 그 파급효과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내 무감각해졌고, 이미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듯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해 나갔다.

이 대목에서 대우채 사태가 터진 1999년 7월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 당시 시장에서도 대우채 문제는 이미 노출된 악재이며, 더 이상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IMF 이후 가파르게 회복되던 시장은 대우채 문제로 인해 급격한 조정을 받게 된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시장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시장의 패러다임은 바뀌었으며 시장참여자들의 투자마인드도 많이 성숙했다. 아직 대량 환매사태나 본격적인 펀드자금의 이탈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우리 시장은 그동안 획기적인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소의 추가조정은 있겠지만 그 폭이 깊고 길어지리라는 전망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대비가 필요했다는 조용한 반성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침착한 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게릴라성 호우'는 말 그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 현상임을 잘 알고 있다면 그에 대비책은 한 가지다. 다소 귀찮더라도 항상 우산을 챙기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근래와 같이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재테크에 있어서 꾸준한 수익률 관리에 필적할 만한 현명한 방안은 없다. 시장이 좋을 때 리스크를 떠올릴 수 있고,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들이 난무할 때가 절호의 찬스라는 마인드만 갖춘다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다. 우산만 챙겨 다닌다면 말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 우산은 무엇일까? 투자 예비재원의 확보를 통한 기간 분할 투자기법, 다양한 투자 지역에 대한 고려, 투자 대상의 다원화가 그 것이다. 이에 선행되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예측이다. 2007년 8월. 변덕쟁이와 화해하는 슬기만 있다면 투자에 있어 보기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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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사태는 우리나라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파문의 영향권 안에 들었음을 알려 주는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가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단기 해결보다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 역력하다.

조그만 불씨가 산 전체로 번진 것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함으로써 글로벌 신용경색을 초래하고 있다.

정상적인 채권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펀드들이 속출하고, 신용이 좋은 프라임 모기지 업체마저 유동성 부족으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피해사례가 모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신용경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중앙은행이 나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불안감만 키운 꼴이 됐다.

이번 사태의 뿌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해소할 처방도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금리 인하 같은 강력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사태는 장기화할 위험성이 더 높다.

특히 지난 수년간 국제 금융시장에 풍부한 자금줄 역할을 해온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일본으로 환류) 가능성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

급격하게 엔 캐리 자금이 청산될 경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휩쓸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신용 경색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락할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인한 수출 타격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사실상 국제 금융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직접 피해가 없다거나 손실규모가 작다는 한가한 얘기를 거두고, 경제주체 모두가 위기에 준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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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말미암은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가 확산일로 추세다. 국내 증시는 처참하다. 어제 하룻동안만 코스피지수가 125.91(6.93%) 하락해 1600대로 주저앉았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가 폭락이다.

국내 증시의 폭락은 지나친 감이 있다. 실물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월별 취업자 증가 수가 두 달 연속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사정도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외환 보유고가 2천억달러 넘게 쌓여 있어 외환위기 때처럼 기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지난 몇 해 동안 큰 이익을 봤던 헤지펀드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를 부르고,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면 다시 주가가 폭락하는 연쇄 주가폭락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이 순식간에 유동성 축소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도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은 과잉 유동성 덕분에 지난 5~6년 동안 쉬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려 온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시장 등에서 급격한 거품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금 환수가 아시아권 신흥 공업국들부터 시작되리란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이런 맥락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실물경제가 탄탄해도 금융시장 한쪽에 구멍이 뚫리면 연쇄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주식시장이 그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잉 유동성 축소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는 증시의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는 있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가 전개되면 국내에서도 연쇄적인 펀드 환매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만으로 정부가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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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동교수/ 성균관대 경제학〉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한국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주가는 최고 시세 대비 하락폭이 10% 이내인데, 한국은 15% 이상 내렸다.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미국발 위기에 한국 적격탄-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취급한 금융 회사와 그 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채권이나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도산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M&A시장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회사채 등 장기 자본시장에 이어 단기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확산되었다. 급기야 연방준비은행이 최종 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거액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 등 국제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전파되어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상당수의 선진국 중앙은행도 개입하게 되었다.

재경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16일 주가 대폭락을 막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엔캐리 자금의 환류가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권오규 부총리의 글은 시장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 넣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에 은행 등 한국 금융회사가 투자액이 최대 10억달러 정도밖에 안되며 최악의 경우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있다고 정책당국이 발표했는 데도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대책으로는 첫째,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대미 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막아야 할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을 사들이기만 한 외환당국은 현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개입하는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공세도 약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국내 투자자의 심리도 안정될 것이다. 엔캐리 자금의 환수에도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우량, 불량의 구분조차 없이 과도하게 이루어져, 수 천조원에 달하는 거품을 키웠다. 이 거품이 해소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은 때늦었지만 적절했다고 본다.

정책당국은 거품이 저절로 사라진다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거품의 존재는 뒤늦게 대통령도 인정한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재경부와 건교부의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9월부터 실시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 원가 공개는 3.3㎡(1평)당 건축비를 150만원 이상 부풀린 뻥튀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 신도시는 계속 투기장화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보다 더 부실 요인이 큰 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건축비는 낮추고, 신도시는 공영개발하여 투기꾼의 먹잇감을 제거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엄격히 적용하여 부실대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자생력 키울 장·단기대책 시급-

그러나 이런 단기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경제는 실물부문에 비하여 금융부문이 취약하다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는데, 이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금융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은행장등 최고경영자(CEO)가 국내외 시장에서 실력이 인정된 시장 출신 인사로 선임되어야 하며 낙하산은 안 된다. 감사가 감독원 출신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런 사람 문제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나빠졌으며, 이것이 거품과 자산양극화를 통해 참여정부의 지지율 폭락을 초래한 것이다.

〈김태동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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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및 엔캐리 청산 우려로 주식시장이 사흘째 폭락하고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의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증시 대폭락 직전에 콜금리를 올린 통화당국의 단견을 탓하는가 하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기도 한다. 하루에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안심리에 휩싸여 무작정 투매 대열에 끼어들기보다는 당국이 공시하는 정보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히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는 우리 정책의 잘잘못과는 무관하다. 외환보유고나 유동성 등 기초체력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편승한 투기성 머니게임이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에 발목을 잡히면서 촉발됐다. 그리고 최근의 순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개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비율이 우리 금융시장의 충격 진폭을 더 키우고 있을 뿐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금융시장을 휘감고 있는 막연한 불안심리는 자칫 손실만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당국은 불안심리가 실물경제에 주름을 주지 않도록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심하게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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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거침없이 치솟던 주가가 ‘서브프라임 충격’에 힘없이 무너지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증시 전망이 장밋빛 낙관론 일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 보면, 언론들도 마찬가지 잘못을 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충격파가 밀려오기 전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실상과 영향을 독자 여러분께 미리 예고하지 못한 점을 자책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하지 못한 예측을 한국의 신문에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비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시 과열의 위험성을 경고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던 점은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저희도 신중한 보도 태도를 견지하려 애썼습니다. 코스피지수가 불과 석달 새 500 가까이 오르며 2000에 육박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건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증시 과열 양상을 지적하고 투자자들에게 냉정해질 필요가 있음을 주문했습니다.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증권사 신용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빚내서 투자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성 기사도 여러 차례 내보냈습니다. 주위에서 “<한겨레> 주식 기사를 읽으면 돈을 못 번다”는 농담 섞인 핀잔도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의 고속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대세 상승’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희도 흔들렸습니다. 결국 ‘주가 2000 시대’를 평가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위험에 대한 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세상사 이치가 모두 그렇듯이, 주식 투자에도 양면이 있습니다. 고수익과 고위험입니다. ‘대박’을 낼 수도 있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주가 보도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섣부른 주가 전망은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주가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실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00년 펀드매니저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1년간 모의 투자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원숭이에게 다트를 던져 투자 종목을 고르게 한 뒤 펀드매니저들이 고른 종목과 수익률을 비교했는데, 원숭이가 이겼다고 합니다.

언론의 속성상 주가 전망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보도의 무게중심은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투자 자세 등을 알리는 데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주가가 급등할 때는 언론의 냉정한 자세가 더욱 요구됩니다. 주가가 급락할 때도 시장의 불안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게 언론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를 때는 시장보다 더 흥분하고 떨어질 때는 더 야단법석을 떱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1994년에도 그랬고 2000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판단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증권사, 투자자, 언론 모두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안재승 경제 부문 편집장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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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신용경색 위기를 보면서 꼭 10년 전 우리나라의 경제위기와 비교하게 된다. 차이점은 많지만, 실물 부문의 부실이 은행의 불안을 일으키고 위기가 다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이 흡사하다.

실물 부문의 부실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한 기업 부문이었고, 미국의 경우는 과열됐던 주택시장의 침체와 위험한 모기지 채권시장에 과다하게 자금을 쏟아 부은 투자회사들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융위기가 극단화하면서 자금줄이 완전히 끊기고 국가가 부도상태에 빠지는 지경까지 갔다. 반면, 이번 위기는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으나, 미국의 극단적 경제위기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별로 없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뉴욕증시의 급반등으로 이어진 것도 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이 우리나라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 근본 차이는 '최종 대부자' 신뢰

오늘의 미국 경제가 당시 한국 경제보다 더 낫고 훌륭하기 때문일까. 사실 위기 이후 비판과 자기혐오의 홍수 속에서 기업의 무모한 설비투자, 은행의 불건전한 대출 관행,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 등 한국경제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 영미권의 논자들은 '아시아적 가치'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런 구조적 문제가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경제 역시 이런 식의 문제점이 없는 게 아니다. 한 해 수 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헤지펀드는 자기자본의 10배가 넘는 신용 레버리지(지렛대)를 물쓰듯 쓰고 있다.

당시 한국 부실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0%가 넘었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오늘날 미국의 첨단 금융기업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거시경제도 그렇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경상수지ㆍ재정적자국이다. 따라서 어느 경제에나 있기 마련인 구조적 문제가 극단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금융불안이 우리나라에선 한 순간에 극단적 경제위기로 진화한 반면, 미국은 그럭저럭 연착륙(soft landing)을 점치게 되는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라고 본다.

'최종 대부자'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갚아야 할 자금을 정상적으로는 구하지 못하는 채무자들에게 최종적으로 긴급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주체를 말한다. 국가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보통 이 역할을 한다.

문제는 중앙은행까지 위험할 경우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천재지변이 없는 한 국채 발행을 통해 얼마든지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럽, 일본을 수족처럼 움직일 수도 있어 '최종 대부자'로서 거의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다.

● 아시아 역내 협력체제 구축해야

반면, 경제위기 당시 우리나라에는 '최종 대부자'가 없었다. 마지막 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화를 빌미 삼아 일본마저 자금 지원을 거부하자, 끈 떨어진 연처럼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 대부자'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없다면 언제라도 금융위기를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해 일본 주도로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이 추진됐다가 무산됐지만, IMF와 달리 아시아시장의 안정을 위해 각국의 이해에 부응할 수 있는 역내의 '최종 대부자' 구축이 시급하다.

새로운 아시아의 협력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가다듬을 때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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