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hoto-media.hanmail.net/200708/19/joins/20070819234810.567.0.jpg)
[중앙일보 이좌근]
지난주 국내 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이틀 사이에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수 2000 시대를 연 지 불과 보름 만이다.
왜 갑자기 시장이 돌변했을까. 먼저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랐다. 우리 증시는 전 세계적으로 올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시장 중 하나다. 4월부터 3개월 만에 6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다급해진 투자심리도 주가 폭락에 한몫했다. 2005년 2월 증시가 1000선을 다시 회복했을 때 그 심드렁했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1400까지 오르는 동안에도 개인들은 팔자로 일관했다. 그러다 1500선을 넘어서자 다급해졌다. 빚을 내 산 주식(신용매수 잔액)이 7조원을 넘기도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급하게 먹은 떡은 체하게 마련이다.
결정타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다.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전 세계 증시를 흔들었다. 사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3500억 달러로, 미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고도화된 파생금융상품 기법을 활용해 신용 손실 위험을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앞으로 우리 주식시장은 폭락의 위기를 벗어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을까.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선 일단 우리 증시가 왜 급등했는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의 체질 개선과 수익성 증가다. 외환위기 이전 상장기업의 연간 이익 규모가 6조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50조원으로 늘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주주가치(주가)는 당연히 올라간다.
시장 수급의 질도 개선됐다. 저금리가 정착되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증시에 뛰어들었다. 반면 기업은 증자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공급을 줄이고 있다.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이 줄면 물건 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이런 시장의 상승 동력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물론 단기적으로 국내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향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다행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주말 재할인율을 0.5%포인트 내리면서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다.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이 실물 부문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지수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5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 펀드의 ‘유동성 경색’에 대비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팔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진정되면 무차별적인 매도세는 완화될 것이다. 결국 우리 증시의 대세 상승 기조는 유효하다. 다만 글로벌 증시에 따라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현금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대세상승 국면에서의 조정장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현금이 없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적립식 투자 방법도 대안이다. 이는 주가가 급등락하는 시기, 주식의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춰줄 수 있다. 또 언제 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덜어 준다. 적립식은 직장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액 투자자들에게도 필요한 투자 방법이다.
무엇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중요하다. 이제 시장은 개인이 맞서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로 개인이 이기기는 힘들다. 펀드에 가입한다는 것은 곧 개인이 기관투자가가 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자산운용사는 개인이 맡긴 돈을 대신 굴려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좌근 동부자산운용 운용본부장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감각있는 경제정보 조인스 구독신청 http://subscribe.joins.com]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자의 목소리] 정부가 금융시장 혼란 부추기나 (0) | 2008.02.08 |
---|---|
세계 증시 폭락세는 멈췄지만 (0) | 2008.02.08 |
[아침논단] 내 이름 석자가 ‘브랜드’ (0) | 2008.02.08 |
[JERIReport] 한국 금융에 중동 오일머니 흐르게 하자 (0) | 2008.02.08 |
"[광화문에서/이병기]‘스승’도 모르는 길"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