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산자부 외국인투자기획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00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스칸을 선정한 바 있다. 이는 수백년 전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세계를 하나로 만들려 했던 칭기스칸의 정신이 21세기에 글로벌화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도 21세기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은 `유목민(nomade)'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로 기업경영의 글로벌화가 촉진됨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빈번한 교류가 발생하고, 정착민의 수동적ㆍ수직적 마인드보다는 유목민의 진취적ㆍ수평적 마인드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 기술ㆍ브랜드 확보 등을 위한 해외진출은 이제 기업의 필수 생존전략이 되었으며, 최근 고유가에 따른 자원확보 경쟁 심화는 우리나라에게 해외진출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만들고 있다.

그 간 우리 산업은 첨단제품 개발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세계 조선 1위, 반도체 3위, 철강ㆍ자동차 5위의 글로벌 리더십을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GDP 대비 해외직접투자잔액 비중은 4.6%로 일본의 8.5%, 미국의 16.4%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석유화학ㆍ이동통신ㆍ전력ㆍ금융ㆍ게임 등 국내시장이 성숙ㆍ포화단계에 이른 산업의 경우는 구조조정이나 해외진출로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경우 설비과잉, 가격경쟁력 상실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방안을 수립했다. 정부의 공식 협의체로서 해외진출협의회와 실무협의회를 구성ㆍ운영 중이며, 4월에 공식 출범한 KOTRA의 글로벌 코리아에 콜센터를 설치해 해외진출 희망기업들에게 무료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기업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해외진출통합정보시스템 구축과 민관 합동 해외진출지원단 구성을 통해 통합정보 제공 및 컨설팅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해외건설펀드, 유전개발 후속펀드 출시 등 금융ㆍ세제ㆍ인력 등의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어떤 사람들은 기업의 해외진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산업 공동화를 우려하거나 국내 기업환경 개선 문제와 혼동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국내투자 활성화 및 외국인투자 유치가 중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는 해외진출 확대를 통한 국부창출과 병행돼야 할 별개의 과제이다. 산업 공동화 문제는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논쟁이었으나, 해외투자가 국산부품 및 중간재 수출촉진, 생산유발 등 국내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들이 입증하고 있다. 2004년 산업연구원 조사결과에서도 해외투자가 연간 순수 무역흑자 33억8000만달러, 생산유발 19조1000억원, 고용유발 8만8000명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 동구 산유국 등 자원부국은 풍부한 오일달러를 이용해 인프라 건설, 산업발전, 경제개발을 모색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 습득, 산업협력 등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이지리아, 알제리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이들 국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서 자원 확보, 플랜트 수주, 수출 등 상호 윈-윈(Win-Win)하는 패키지형 해외진출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일례로 현재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의 UAE 수출이 성사될 경우 그 금액만도 1조2000억원에 달할 뿐 아니라 항공산업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성공적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국내투자보다 몇 배나 더 높은 리스크를 극복하고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Globalization+Localization)에 성공해야만 한다. 중동지역의 접시문화를 식기세척기에 접목시킨 동양매직이나,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의 특성에 맞춰 문을 자주 여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물쇠 냉장고를 개발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현지화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경제는 한미 FTA라는 새로운 기회와 함께 중국ㆍ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줘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해외진출은 이를 위한 돌파구이자 우리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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