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서브프라임 사태. 지난 7월부터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슈이다. 대체로 8월말 정도부터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 차분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사태의 가장 근원적인 시발점은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을 바탕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개인들에게까지 과도한 모기지대출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고수익의 투자처를 필요로 하던 주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 낮은 등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으로부터 높은 등급의 새로운 금융상품의 추출을 가능케 하는 CDO(부채담보부증권)와 같은 금융상품의 개발, 내용이야 어떻든 대출을 실행하기만 하면 커미션을 챙길 수 있었던 모기지 브로커, 그리고 느슨한 금융감독 관행, 이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국의 주식시장은 베어스턴즈 사태가 있었던 지난 7월 25일 이후 급락세를 보이다가 미 연준의 재할인율 인하를 발표한 지난 8월 18일부터는 불안 요소들이 해소되면서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급매도세를 보이면서 고점대비 20%에 가깝게 폭락하였다가 빠르게 회복된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회복 국면이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렇게 해소되고 글로벌 경제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멀쩡하게 굴러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쉽게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미연준 의장 버냉키를 비롯한 여러 조사기관에 의하면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액은 약 800~1,300억불의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전체 금융자산의 약 0.25% 내외로 절대 수준으로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변동금리부 대출로 금년 10월 이후에 도래할 모기지 규모가 분기당 평균 1000억달러의 규모에 이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 대출의 경우 매달 상환해야할 이자규모가 많으면 수 배까지 증가할 수 있고, 결국 연체율이나 저당률이 상승하면서 손실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 부분이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7월 수치까지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한 이후인 8월 수치들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고 과거 수년간 고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소비가 소비심리 급락으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사태가 확산된 주범 중의 하나인 헤지펀드에 대한 것이다.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실을 우려하는 고객들의 환매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들은 자산을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CDO들은 그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유동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적정가격에 매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헤지펀드들은 문제가 있는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의 비중은 줄이지 못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 우량주식이나 채권, 상품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들을 급매하면서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가격변동폭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문제는 본질적인 불안요소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2개월간에 있었던 사태들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금융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전면적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아마도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액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려지면서 단기적인 패닉 현상이 다소나마 해소되고, 나아가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은 여전히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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