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은행 HSBC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경제계 일각에서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 철폐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국내 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다보니 론스타가 외국계 자본인 HSBC에 비싼 값으로 팔고 한국을 떠나는 이른바 ‘먹튀’를 도와주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연결한 ‘논리의 비약’이다. 우선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는 국내 자본이든 해외 자본이든 4%를 초과해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국내외 자본에 차별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 논란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어떤 경위로 외환은행이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나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잘못은 없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과정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졌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전 세계 여러 기업들에도 투자를 하고 있는 론스타를 금융 주력자로 인정해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부여한 정부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산분리 논란에 치우치기보다는 외환은행이 론스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법과 오류가 있었다면 철저히 가려내 책임을 묻고, 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의 국부를 손쉽게 빼가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인 보완을 하는 데 집중할 때이다.

론스타는 금산분리 논란이 가열되길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론스타는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 한국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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