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대형 은행인 HSBC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3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함으로써 외환은행 매각에 다시 세인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은 그동안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빚어지면서 우리나라에 마치 반(反)외자 정서가 있는 듯이 비춰지게 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으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국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 은행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국내 은행의 대형화와 국제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견해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수적인 시각에서 외국계 자본이라고 해서 외환은행 인수를 막는 것은 글로벌 경제체제를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뿐이다. HSBC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실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국내 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자 인수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은행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정부 눈치를 보며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외국계 은행인 HSBC가 어부지리를 한 셈이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년 4월 말까지 정부 승인이 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는데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3~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마냥 시간을 끌고 표류하는 것은 우리 측에도 결코 득될 게 없다. 론스타는 올해 들어 3500억여 원을 배당금으로 챙겨갔으며 6월엔 외환은행 주식 13.6%를 팔아 1조1927억원을 회수했다. 매각 차익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것보다는 못 해도 론스타가 야금야금 돈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한국이 마치 외자에 대해 배타적인 국가인 양 이미지가 훼손됨으로써 입는 손실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은 국민적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국내와 외국계 은행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론스타의 호응을 기대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외환은행 매각은 그동안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빚어지면서 우리나라에 마치 반(反)외자 정서가 있는 듯이 비춰지게 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으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국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 은행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국내 은행의 대형화와 국제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견해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수적인 시각에서 외국계 자본이라고 해서 외환은행 인수를 막는 것은 글로벌 경제체제를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뿐이다. HSBC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실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국내 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자 인수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은행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정부 눈치를 보며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외국계 은행인 HSBC가 어부지리를 한 셈이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년 4월 말까지 정부 승인이 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는데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3~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마냥 시간을 끌고 표류하는 것은 우리 측에도 결코 득될 게 없다. 론스타는 올해 들어 3500억여 원을 배당금으로 챙겨갔으며 6월엔 외환은행 주식 13.6%를 팔아 1조1927억원을 회수했다. 매각 차익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것보다는 못 해도 론스타가 야금야금 돈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한국이 마치 외자에 대해 배타적인 국가인 양 이미지가 훼손됨으로써 입는 손실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은 국민적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국내와 외국계 은행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론스타의 호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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