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은행 HSBC가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 51.02%를 63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사실은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매각승인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무시한 결정이다. 이 문제가 외국자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인 것처럼 국제여론을 환기시켜 주권국가의 금융당국을 압박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금감위의 입장은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천무효될 수도 있는 사안이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 승인을 진행할 경우 문제를 꼬이게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조건부 인수계약을 했다가 파기됐던 상황과 달라진 것이 없어 자칫 국내 은행을 역차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애초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이 불거져 법원으로까지 간 배경은 복합적이다. 단순히 천문학적인 이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 차원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쏟아져 들어온 외국자본들의 투기적 행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반성과 의식 전환의 필요성, 과세 문제 등 법·제도의 허점에 대한 여론의 질책 등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이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여론에 기반한 것이다.

금감위는 앞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헐값 매각 관련 1심 판결도 앞두고 있다. 어떤 경우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일었던 이 같은 사회적 파장과 그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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