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치열한 경쟁속 수익악화
해외쪽으로 눈돌려 동남아 시장 오히려 기회
태양전지 오래전 관심 기후협약 각국 동참땐
재생에너지 시장 급성장 8월 시양산 내년엔 이익날것
우리나라 IT산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단순히 D램 등 메모리 제품이나 LCD로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라는 소자와 세트 산업 아래를 떠받치는 하부 양산공정 장비나 부품?소재의 근간이 없다면 그동안 우리가 일궜던 반도체 신화와 세계를 호령하는 디스플레이 강국이라는 호칭은 모래성과 같은 셈이 될 것이다. 올해로 31년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하고 있는 신성이엔지 이완근 회장을 만나 소자본 창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노하우와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산업의 이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또 최근 거센 바람을 타고 있는 태양광 에너지와 관련해 신성이엔지가 올해 태양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망도 들어봤다. 대담= 서낙영 디지털산업부장
- 신성이엔지는 빈손으로 공조기 사업을 시작해 30년 넘는 세월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에서 맏형 역할을 하며 매출 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신성이엔지가 해외거래를 많이 했는데, IMF 사태가 나면서 기존 매출 1200억원대에서 매출 400억원대 아래로 떨어지는 어려움을 다른 기업처럼 맛봤다. 회사 존망의 위기에서 회사 규모도 좀 줄이고, 증자 등을 통해 가까스로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당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증자하는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외줄을 타는 위기감 속에도 발로 뛰며 성공시킨 것이 기억에 남는다."
- 2008년 IT제조, 특히 반도체와 LCD 부문의 경기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비 업체 입장에서는 성장의 호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보는가.
"올해 장비업체 경기가 좋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작년이 워낙 나쁘니까 올해는 나아지지 않겠느냐 보고 있는데,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반도체 D램값이 거의 재앙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쪽은 좀 낫다. 신성이 하고 있는 클린룸이나 자동화 시스템 등은 구조적으로 경쟁이 더 심해졌다. 시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데다 서로 수주해야하는 경쟁 속에 수익성이 나빠졌다. 주력은 아직 클린룸인데, 과거처럼 급성장하는 상황은 아니다. 해외쪽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이 오히려 기회가 많다."
-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꿈을 향해 창의적인 도전을 펼치는 젊은 벤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30년전 벤처 창업한 셈인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선진국처럼 좋진 않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쪽에서 창업을 한다면 트렌드가 확실해야 한다. 또 기술력이 확실해야 하고, 시장이 충분히 있는 아이템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최근 벤처 숫자가 많이 줄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 차기 정부에 어떤 벤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과거 정부가 벤처 육성책에 힘을 실어서 많은 벤처들이 생겼다가 이젠 많이 줄었다. 벤처 창업 지원보다는 엔지니어 인재를 많이 양성하는 쪽에 무게를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엔지니어가 훌륭한 벤처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대학, 좋은 학생, 좋은 엔지니어를 많이 길러내면 벤처 생태계가 좋아질 것이다. 벤처 캐피털사는 굉장히 많은데, 투자할 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교내 실습이 아니라 진짜 산업현장에서 해봐야 한다. 학생들은 머리로 공부하지 말고, 손과 발로, 그리고 가슴으로 일해야 한다."
- 신성이엔지가 최근 태양전지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2012년 세계 톱10 태양전지 업체로 자리잡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태양전지 신사업을 추진한 배경은 뭔가.
"태양전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됐다. 최근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돼 사업을 검토했다. 태양전지 양산공정은 거의 반도체 공정과 비슷하다. 소재도 같고, 늘 보던 공정이어서 생소한 느낌이 없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또한 태양전지 양산라인에는 우리 회사의 기존 제품인 클린룸이 똑같이 필요한데, 장비와 태양전지 관련 우수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
- 태양전지 사업의 어려운 점은.
"최근 세계적으로 태양전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공급부족현상이 심화됐다. 많은 기업들이 태양전지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빨리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폴리실리콘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스팟 시장에선 킬로그램당 350달러 수준이다. 2000년에 고작 30달러 수준이었다. 2010년쯤에는 폴리실리콘 공급이 원활해져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 태양전지 사업의 미래 기회는.
"태양전지 시장은 국내보다는 해외, 특히 유럽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만들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세계 기후변화협약 UN 회의에 첨석했는데, 회의 결과 2013년부터는 1990년보다 온실가스를 20%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강제로 한다면, 포스코 현대차같은 대기업도 문닫아야 한다. 탄소배출권을 해외서 사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태양광발전소, 풍력발전소를 보조금 줘가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정책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각국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인도, 남미가 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하면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 신성이 태양전지 부문에서 적지 않은 전문 연구진을 갖추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척상황과 향후 계획은.
"우리가 조금 일찍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전문인력을 먼저 데려올 수 있었다. 연간 30%씩 성장하는 시장인데, 더 성장하지 못하는 건 폴리실리콘이 없어서다. 현재 태양전지 양산 장비 도입을 위해 독일에 인력을 파견해 공정기술을 배우고 있다. 올 8월에는 시양산을 시작한다. 올해 ROI가 크진 않겠지만, 2009년부턴 확실히 이익이 날 것이다. 장비 구매하고 공장 짓는데 약 400억원이 투입됐고, 웨이퍼 원자재 사는데 앞으로 더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 본격 양산을 시작하면, 아무리 효율이 낮아도 15.8%짜리 효율의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가 나올 것이다. 목표는 16% 이상이다."
- 우리나라가 태양광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국내 태양광 전문가들이 조금 늘었는데, 아직 옥석을 가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양, 지열, 풍력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할 게 아니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소에는 보조금을 주는데, 태양전지를 만드는 곳에는 지원이 전혀 없다. 독일, 일본, 중국 등은 태양전지 업체에 저리 융자, 전기료 경감 등의 지원책을 쓰고 있다. 중국 태양전지 업체들은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뉴욕과 런던 증시에 상장해 엄청난 부자가 됐다. 우리나라는 태양광산업에 대해 지원을 했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일본은 꾸준히 지원을 통해 태양전지를 일찌감치 상품화했고, 샤프나 교세라 등이 반도체급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태양광 관련해 수요자와 금융만 좋아선 안된다. 태양광 관련 부품과 장비 등 제조자 중심의 협단체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반도체와 LCD를 생산하는 대기업 소자 업체들은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협력 장비 부품업체는 세계적 규모를 갖춘 회사가 없다. 이에 따라 매출 1조원 장비부품 기업의 탄생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많다. 1조원 기업 등장이 언제쯤 가능하겠는가.
"해외 장비 업체들도 한가지 장비만 가지고 매출 1조원 하는데는 없다. 국내 장비기업들간 합병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M&A 활성화해서 1조원이 아니라 5000억원이라도 하는 기업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R&D 여력이 생긴다. R&D 하지 않으면 해외기업과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는 현재 2000억원대까지 올라온 기업들이 더러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5000억원 하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장비산업은 대기업 계열화가 문제거리다. 하이닉스 거래업체는 삼성전자에 공급할 수 없다. 과감히 해소해야 한다.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업체까지 타깃으로 해서 M&A로 규모를 키우고, 제대로 된 R&D인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런 게 안되니까 외국 대형 장비회사들이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정리=김승룡기자 srkim@
< 모바일로 보는 디지털타임스 3553+NATE/magicⓝ/ez-i >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승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