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강하게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약달러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고, 수출 기업들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달러화는 16개월전 헨리 폴슨 미재무장관 취임 이후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9.5% 하락했다. 폴슨 장관은 취임 내내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상반되는 말만 되풀이했다.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 취임 이후 달러화는 11%나 하락했다. 버냉키 역시 약달러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그렇다면 약달러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택은 많지 않다. 달러화 강세를 지원하기 위한 구두 개입에 나설 수 있다. 더불어 약달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달러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 이도 아니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나 연준은 약달러 해소에 대해 어떤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시장이 움직이는 대로 주시할 뿐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지금의 미국 경제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건강한 달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널은 미정부가 외환시장에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면서도 정부 개입은 달러화 하락세가 빨라지고 시장의 질서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날 때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달러화 급락으로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때 미정부가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덤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 매도가 집중될 때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사상최저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점진적이어서 미정부의 행동이 없다는 것이다.
약달러는 안정성만 흔들리지 않으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다국적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미국 경제가 3.9% 성장하는데는 이같은 수출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컸다.
과거 정부와 달리 현 부시 행정부는 유독 외환시장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개입은 클린턴 정부 시절인 2000년이었다. 그나마 유로화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달러 강세를 위한 개입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95년8월, 연준이 금리를 올렸음에도 달러화가 하락하자 단행됐다. 이게 마지막이었다.
전 연준 관료였던 에드윈 트루먼은 "부시 행정부는 시장 개입을 꺼리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트루먼은 "외환시장 불안이 다른 금융시장에 전염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시장에 메시지를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외환시장이 너무 방대해 정부의 개입이 중국과 같은 통제시장을 제외하고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 외환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개입은 냉정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두 개입 역시 달러화 약세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이를 즐겨 사용했다. 폴슨 장관이 구두 개입을 한다면 이는 매우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다. 말로는 약달러에 대해 불만을 표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 액션도 취하지않을 공산이 큰데 이는 불신을 조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한 구두 개입이 어느 정도 효력을 가져올 지는 의문이다. 하바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정부의 달러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로고프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더이상 인하가 없다는 신호를 주면 달러화가 급반등할 것이다. 단 어느 수준의 달러가 미국 성장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위해 적당한지를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셉 킨란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개입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연준이 지금처럼 계속 인플레이션과 싸우기를 원한다"며 "정부 역시 보호무역주의자들의 영향력을 계속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시장 개입에 대한 여론은 유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약달러가 이지역 수출기업에게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유로화 강세에 대한 생각은 뚜렷하지만 금리를 내리면서까지 유로화를 깎아내릴 의사가 별로 없다. 중국 역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원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엔/달러 110 위태..엔캐리청산 우려↑
유일한기자 onlyyou@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산운용사 CEO레터]삼성투신운용 강재영 사장 (0) | 2008.02.05 |
---|---|
[단독]박용만 부회장 "밥캣 잘샀다, 가치 더 높아져" (0) | 2008.02.05 |
은행권, 국내기업 대상 신BIS제도 홍보 (0) | 2008.02.05 |
[Biz] 사회적 책임 강조·핵심인재 양성 (0) | 2008.02.05 |
[Book] 사업 시작부터 목적지 정하라 (0) | 2008.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