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흔히 화려하고 영광된 모습이 부각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뒷면에는 고독하고 고뇌에 찬 순간이 숱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문제에 홀로 답해야 하는 외롭고 두려운 때도 많다. 그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그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길을 잃고 헤매면서 다른 사람에게 길을 인도할 수는 없다. 나침반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나침반이 있다면 올바른 행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빌 조지 교수와 경영전략가인 피터 심스가 함께 저술한 ‘나침반 리더십’은 125명에 달하는 성공한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로 이런 내부의 나침반을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는 뉴욕 브루클린의 빈곤가에서 자랐다. 7세 때는 배달부로 일하던 아버지가 빙판에 넘어져 발목이 부러진 사고를 당한 후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가족 전체가 극심한 곤궁을 겪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은 경영자로서 슐츠의 리더십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슐츠가 어린 딸을 브루클린에 데려갔을 때 그의 딸은 이런 곳에서 슐츠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 있었는지 의아해 했지만 그런 곳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그는 어느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었다. 슐츠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회사를 만들었다. 인생에서 체험하면서 감동을 느꼈던 일이 진북(眞北, True North)이 된 것이다.

미국 서부 웰스파고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딕 코바체비치는 워싱턴주의 조그만 마을에서 자라며 작은 가게에서 일해본 자신의 경험이 리더십 철학을 갖게 했다고 한다. 다른 은행들은 컴퓨터를 도입해 창구 직원의 수를 줄이는데 코바체비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직원들이 작은 가게의 점원처럼 고객을 직접 접하고 고객의 금융수요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는 고객에게 친숙한 은행으로서 웰스파고은행의 이미지를 만들었으며 결국 큰 성공을 거둔 토대가 됐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화려한 모습의 이면에 가려진 쓰라린 과거를 지닌 사람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윈프리는 어린 나이에 친척과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14세 때 조숙아를 사산하는 일까지 겪었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때까지는 그저 출세욕에 불타는 평범한 방송인에 불과했다. 어릴 때 성적 학대를 당한 고통스런 경험을 가진 한 여성 출연자와의 대담은 그런 그녀를 바꿔 놓았다. 그녀의 목표는 자신만의 성공을 좇는 것에서 젊은이, 특히 여성들의 힘을 북돋워 주는 것으로 발전했고 그들에게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교훈으로 주게 됐다.

■ 자기 내부에 나침반을 심어라 ■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치관과 원칙이 무엇인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리더란 이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공통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목적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나란히 서게 만드는 것은 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다.

로이 배겔로스가 CEO였을 때 머크는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강변실명증’을 치료할 수 있는 매지캔이라는 신약을 개발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은 약을 살 돈이 없었다. 그는 무료로 약을 공급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과 세상 사람들을 위한 것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대부분은 후자를 택할 것”이라는 게 배겔로스의 결론이었다. 일견 주주의 이익에 배치되는 듯이 보이는 이 일이 있은 뒤 10년 동안 머크가 잇달아 신약개발에 성공한 것은 배겔로스의 진북이 이끈 목적의식과 열정에 감동해 머크 연구원들이 심기일전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한 리더들을 통해 모두를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성철환 매일경제 신문 논설위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0호(07.11.1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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