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펀드쏠림 <1>
금융당국 뒤늦게 실태점검 나서
'시중자금 블랙홀' 금융시장 왜곡 우려
펀드가 간접투자시대의 총아로 자리잡으면서 쾌속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분산투자를 기본 철학으로 하는 펀드에서 아이러니칼하게도 특정 브랜드로의 몰빵현상이 심화되면서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4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둘러싸고 본격화된 펀드 쏠림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이 급기야 직접적인 검토에 나섰다.
시중 자금의 상당 규모가 펀드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에 특정 지역, 특정 운용사의 펀드로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금융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본지는 '경고등 켜진 펀드쏠림'이라는 주제로 현재의 문제점과 인기펀드의 허와 실, 그리고 바람직한 펀드 문화를 위한 제언 등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시중 자금, 중국펀드 이어 인사이트 펀드로
16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주식형펀드 잔액은 101조709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2005년 3월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한 후 꼬박 2년만인 올해 3월 50조원을 돌파했고, 다시 8개월만에 2배 수준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해 말 38조7978억원에서 57조9986억원으로 늘었고, 해외 주식형펀드는 같은 기간 7조6916억원에서 43조7108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이들 펀드 자금이 특정 운용사로 편중되고 있는 점.
14일 현재 운용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2조3320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신한BNP파리바투신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8조4040억원으로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특히 지난 달 말 설정된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운용 시작 전 이미 1조6000억원이 몰리더니 판매 열흘 만에 수탁액이 3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는 4조1000억원을 상회한다.
비슷한 시기, 중국과 홍콩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중국펀드에 몰리던 자금이 국내로 회귀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막대한 자금흡수력으로 인해 자금 유입이 지연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자금쏠림, 당연하지만 위험한 문제
이처럼 특정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익률'. 중국펀드에 대한 과열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도 자금 유입세가 지속됐듯, 기대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인위적인 조정이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자금이 급격하게 쏠리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시장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운용사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겪을 수는 있으나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특정 회사의 영향력만 높아져 운용업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는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펀드 전문가는 "덩치가 큰 펀드는 주가 상승기에 기존 편입 종목의 투자비율을 늘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며 "특히 대형 인기펀드의 실패는 연쇄적인 펀드 환매를 불러와 시장 전반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주인공인 미래에셋 측의 반응은 담담하다.
박현주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에셋의 운용 규모는 세계 자산운용 시장의 0.2%에 불과하다"며 "펀드의 규모가 정보력을 좌우하는 면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모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유입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천천히 들어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금감원, 이례적인 운용사 검사 나서
급기야 금융감독 당국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펀드의 판매 실태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6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11~12월 중 정기점검 차원의 검사를 계획해 왔다"며 "첫번째 조사 대상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싱가포르 법인이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법인은 미래에셋 영국법인, 홍콩법인과 함께 인사이트 펀드의 직접 운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해외법인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금감원은 향후 운용사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관리 및 제도 전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번 검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5일 금감원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손실위험이 제대로 고지되고 있는지,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의 조치와 관련,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해외법인에 대한 검사는 이미 몇 달 전에 통보받았으며,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문제 역시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들에 대한 점검이 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이 특정 대상, 특정 운용사로 집중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위험분산이 안돼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국민들의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시점에서는 감독 당국이 적절히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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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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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블랙홀' 금융시장 왜곡 우려
펀드가 간접투자시대의 총아로 자리잡으면서 쾌속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분산투자를 기본 철학으로 하는 펀드에서 아이러니칼하게도 특정 브랜드로의 몰빵현상이 심화되면서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4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둘러싸고 본격화된 펀드 쏠림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이 급기야 직접적인 검토에 나섰다.
시중 자금의 상당 규모가 펀드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에 특정 지역, 특정 운용사의 펀드로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금융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본지는 '경고등 켜진 펀드쏠림'이라는 주제로 현재의 문제점과 인기펀드의 허와 실, 그리고 바람직한 펀드 문화를 위한 제언 등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시중 자금, 중국펀드 이어 인사이트 펀드로
16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주식형펀드 잔액은 101조709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2005년 3월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한 후 꼬박 2년만인 올해 3월 50조원을 돌파했고, 다시 8개월만에 2배 수준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해 말 38조7978억원에서 57조9986억원으로 늘었고, 해외 주식형펀드는 같은 기간 7조6916억원에서 43조7108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이들 펀드 자금이 특정 운용사로 편중되고 있는 점.
14일 현재 운용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2조3320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신한BNP파리바투신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8조4040억원으로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특히 지난 달 말 설정된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운용 시작 전 이미 1조6000억원이 몰리더니 판매 열흘 만에 수탁액이 3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는 4조1000억원을 상회한다.
비슷한 시기, 중국과 홍콩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중국펀드에 몰리던 자금이 국내로 회귀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막대한 자금흡수력으로 인해 자금 유입이 지연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자금쏠림, 당연하지만 위험한 문제
이처럼 특정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익률'. 중국펀드에 대한 과열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도 자금 유입세가 지속됐듯, 기대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인위적인 조정이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자금이 급격하게 쏠리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시장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운용사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겪을 수는 있으나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특정 회사의 영향력만 높아져 운용업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는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펀드 전문가는 "덩치가 큰 펀드는 주가 상승기에 기존 편입 종목의 투자비율을 늘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며 "특히 대형 인기펀드의 실패는 연쇄적인 펀드 환매를 불러와 시장 전반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주인공인 미래에셋 측의 반응은 담담하다.
박현주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에셋의 운용 규모는 세계 자산운용 시장의 0.2%에 불과하다"며 "펀드의 규모가 정보력을 좌우하는 면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모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유입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천천히 들어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금감원, 이례적인 운용사 검사 나서
급기야 금융감독 당국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펀드의 판매 실태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6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11~12월 중 정기점검 차원의 검사를 계획해 왔다"며 "첫번째 조사 대상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싱가포르 법인이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법인은 미래에셋 영국법인, 홍콩법인과 함께 인사이트 펀드의 직접 운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해외법인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금감원은 향후 운용사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관리 및 제도 전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번 검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5일 금감원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손실위험이 제대로 고지되고 있는지,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의 조치와 관련,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해외법인에 대한 검사는 이미 몇 달 전에 통보받았으며,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문제 역시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들에 대한 점검이 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이 특정 대상, 특정 운용사로 집중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위험분산이 안돼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국민들의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시점에서는 감독 당국이 적절히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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