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사회=정희경 금융부장, 정리= 진상현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은행IB' 해외로 뛴다 <9·끝> 전문가 좌담]
"은행에 IB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성공의 관건입니다."(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
"일본처럼 정부 차원에서 세계 각지의 정보를 수집하고 리서치하는 지역 전문가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홍대희 우리은행 부행장)
"'원뱅크'에 소매은행과 CIB(기업금융+투자은행) '투뱅크'를 두는 체제로 성공한 선진은행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신용규 AT커니코리아 부사장)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이 국내 IB부문의 발전을 위한 제안과 고언을 쏟아냈다. 머니투데이가 '은행 IB, 해외로 뛴다'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지난 16일 마련한 좌담회에서다. 좌담회에는 IB영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휴원 신한은행 IB담당 부행장과 홍대희 우리은행 IB담당 부행장, 신용규 AT커니코리아 부사장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국내은행들이 IB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내부의 문화 혁신 △규제 완화 △헤지펀드 등 국내 부동자금을 모을 기반 마련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IB가 본격적인 태동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은행들이 IB로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이하 이 부행장)=IB를 추진하는 은행의 경영진이나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규제완화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금융허브를 한다지만 아직 한국에 베이스를 두겠다는 금융기관은 별로 없습니다. 국내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이나 기업의 네트워크 등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우수한 인력을 수용할 태세도 덜돼 있습니다. 아직은 굉장히 난제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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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희 우리은행 부행장(이하 홍 부행장)=IB는 사람 싸움입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순혈주의를 강조하다보니 외부 전문인력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없어져야 합니다. 급여체계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영업도 중요합니다.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외국 IB처럼 해외영업에 중심을 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합니다. 기업문화 혁신도 문제입니다. 외부의 제도적인 것보다 은행 내부의 기업문화 혁신이 안돼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학전문 인력도 취약합니다.
▶신용규 AT커니코리아 부사장(이하 신 부사장)=순이자마진(NIM) 하락 등으로 고전하는 국내은행들에 IB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을 위한 핵심 요인은 5가지 정도로 봅니다. 첫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찾는 것입니다. 국내은행은 고객네트워크와 자금 면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둘째는 IB가 글로벌 비즈니스인 만큼 글로벌화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는 기존 소매금융과 이질적인 IB문화를 동시에 최적의 상태로 움직이게 하는 인사노무(HR)체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넷째는 단순 상품매출 개념에서 벗어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닌 비즈니스인 만큼 심사 및 리스크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같습니다.
▶신 부사장=인사시스템 개선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혁신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IB의 특성이나 인사관리 철학, 인력이동의 유연함 등이 기존 은행과 상이합니다. 형평성보다는 성과주의 문화가 전제조건입니다. 인력도 조직에 대한 로열티로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 경쟁사로 활발히 이동하는 편입니다. 이런 특성에 걸맞은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형평성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어린 직원에게 높은 직급이나 고액의 연봉을 주면 기존 조직의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선진은행들의 경우 '원뱅크' 안에 '투뱅크'를 두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한 은행 안에 다른 조직, 다른 인사체계, 다른 기업문화 등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질적인 문화들을 어떻게 상존하게 하는지 선진은행들의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은 어떤 조직체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홍 부행장=선진 사례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가 있지만 IB는 결국 글로벌 비즈니스입니다. 상업은행(CB)과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CIB)으로 분리해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가는 것이 대세인 것같습니다. 그기에 은행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약간 변형된 부분을 가미하면 좋은 모델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이 부행장=금융그룹 관점에서 보면 매트릭스 조직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지붕 안에 증권, IB, 소매 등이 다 포함돼서 돌아갈 수 있으면 최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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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사장=은행과 증권을 갖고 있는 금융그룹 관점에서 보면 크게 3가지 옵션이있습니다. 첫번째는 버추얼 매트릭스 구조입니다. 고객 중심으로 조직을 운용하는 것이지요. 두번째는 제3의 별도 IB법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최근 하나금융 사례가 그 케이스입니다. 세번째는 현 체제를 그대로 두면서 보상체계 등을 보완하는 형태입니다. 형태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버추얼 매트릭스 구조는 한국의 조직문화상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복수보고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한국의 정서나 조직문화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3의 법인 형태도 기존 은행이 갖고 있는 고객네트워크라는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습니다. 현행 체계 내에서 조율하는 방안은 시너지 극대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갈지 장·단점을 분석해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한형' IB, '우리형' IB, 이런 독특한 형태가 나올 수 있을까요.
▶신 부사장=실제로 다양한 모델이 존재하고 각자의 역량을 활용해 특색있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외 사례를 볼 때 도이치은행은 상업은행으로서의 대출비즈니스 기반을 활용해 IB로 전환했고 BNP파리바는 파생상품 등 채권부문의 강점을 갖고 구조화금융 등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우리 금융그룹도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그에 따른 차별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은행이 선호하는 모델은 어떤 것인지요.
▶이 부행장=기본적으로 조직에는 이해상충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듀얼체제로 증권?㈏뵉敾? 같이 가면서 각자의 강점을 살린 후 나중에 접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홍 부행장=비슷한 생각입니다. 현재 지주회사 내에서 증권과 은행업무 중복이 많은데 은행이 전통적으로 강한 자산이나 고객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채권자본시장(DCM)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 등은 은행에 집중하고, 주식자본시장(ECM), 어드바이저리업무 등은 특화해서 증권 쪽에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한번에 몰아주는 것은 난제들이 오히려 많아질 수 있습니다.
―국내은행들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국내 금융시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이 부행장=은행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규제 완화가 첫번째 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도이치은행처럼 할 수는 없는 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키워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맥쿼리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특화해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국내 성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이나 독립국가연합(CIS) 등을 먼저 교두보로 삼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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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행장=국내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4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국가경제적으로도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우리 자체 자금부터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 해외자금도 따라올 겁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상품 개발입니다. 하나의 예로 헤지펀드를 들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 시장규모가 2조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해 과거 10년치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부동자금을 끌어모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헤지펀드를 하루 빨리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 부사장=해외 진출이나 국내시장 성장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AT커니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아시아 10대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산규모가 500조원 이상은 돼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는 한국에도 '메가뱅크'가 등장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메가뱅크가 등장한다면 해외 진출이나 해외자본 유치는 마이너한 이슈가 됩니다. 정책당국에서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간 역할 조정, 대우증권이나 기업은행 등의 민영화, 한국투자공사(KIC)의 역할 강화 등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 부행장=은행이 세계 각국에 대해 리서치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서비스를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IB끼리도 정보 교환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은행들을 IB분야별로 특화하는 것도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은행은 자기자본투자(PI), 어떤 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어느 은행은 사회간접자본(SOC) 이런식으로 말이죠. 어느 것 하나만 잘해도 전세계 시장을 보면 굉장히 큽니다.
▶홍 부행장=일본에는 지역전문가제도가 있습니다. 주로 연구소 소속인데 정부 차원에서 몇년간 외국에서 상주할 수 있을 정도로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실제로 만나봤는데 우리가 4, 5년 연구한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정보를 일본기업들에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그렇게 되면 해외 진출에 실패할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마다 지역전문가가 10명 이상씩 됐는데 너무 부러웠습니다. 결국 이와 같은 제도가 글로벌 IB시장에서 투입비용 대비 기대효과가 큰 프로젝트를 가능케 하는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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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희경 금융부장, 정리= 진상현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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