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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증권사 직원과 점심을 하게 됐다. 약속시간보다 10분 늦게 온 그는 한참 주식을 매수하다가 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점심을 빨리 하고 들어가서 또 사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종목이길래 그런지 궁금증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휴대폰 안테나 제조업체였다.
일찍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와 그 종목을 매수했다.(지금은 주식거래를 할 수 없으며 직접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만들었던 계좌에 지금도 여전히 그 종목이 들어있는지 최근까지 확인해 본적이 없다. 매수하자마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반토막이 되고 어쩔 수 없는 장기투자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남의 말만 믿고 투자하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되는 지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투자자들과 만나다 보면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는 그만 좀 하고 도대체 어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찍어 주세요"라는 요구를 심심치 않게 받는다. 이런 요구를 받을 때 마다 확신에 찬, 그리고 마치 기밀이라도 알려주듯 했던 당시 그 애널리스트의 얼굴이 떠오른다.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종목 수보다도 훨씬 많은 7000여개의 펀드 중 대체 어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 지 답답한 투자자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애초 내 것이 아닌 것이 내 것이 될 순 없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내 것이 아닌 것이다.
최근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것 저것 내용을 따지기 보다 수익률 높다는 '남의 말'만 듣고 투자를 결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가 예상과 달리 시장이 움직이면 시장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일선 금융회사 PB들에 따르면 부자들의 투자습관은 한마디로 '깊은 생각 짧은 결단'이라고 한다. 부자들은 상품 내용 뿐만 아니라 상품별로 가입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상황들을 아주 꼼꼼하게 챙긴단다. 판매 직원의 권유에 덜컥 가입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의 투자위험이 뭔지를 먼저 체크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비로소 수익률을 따진다.
일단 수익률부터 따지려는 자세와는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이처럼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야 투자를 하다보니 잔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투자결정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히 물어볼 수 밖에 없다. 어떤 자산에 어떤 형태로 투자하는지, 어느 운용사에서 운용하며 투자철학은 어떤 내용인지, 과거 성과는 어떤 상태인지, 펀드매니저는 누구이며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인지, 투자 후 발생할 수 있는 투자위험은 어떤 것이 있는지 충분히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내 것이 된다.
혹 적은 금액인데 너무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품에 투자하게 되면 엄연히 상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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