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던 시기에는 회사를 설립해 키우기에 바빴다. 그런데 경제가 성숙기 초입단계에 들어서자 미래를 약속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그리고 에너지나 환경 분야 등에서의 성장으로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견인하려면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고 외국 기업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수익성이 좋아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 기회와 만족할 만한 투자처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만 쉽지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성장 둔화를 경험했던 선진국 기업들은 성장의 돌파구를 인수·합병(M&A)에서 찾았다. 자본력만 있으면 시너지를 위해서건, 유통망이나 노동력 혹은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건, 아니면 순수 자산운용 목적이건 간에 기업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데는 M&A만큼 빠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로벌화에 편승해 사모펀드(PEF)의 활성화로 적대적 M&A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M&A가 모든 산업에 걸쳐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떠올랐다. 선진국 기업들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도 외국에 회사를 새로 세우기보다는 글로벌 M&A를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 대비 M&A 비율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크게 못 미친다. 금융기관들도 전문인력과 경험 부족으로 글로벌 M&A라는 유망 사업분야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

글로벌 M&A는 우리 경제에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다. 세계 5위의 외환보유액과 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현금을 무기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을 안정시키며, 시중의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릴 수 있다. 글로벌 M&A로 기업의 규모를 키우면 적대적 M&A에 대한 적극적 방어수단도 된다. 최근 두산그룹이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M&A를 통해 일약 세계 7위권의 건설 중장비업체로 도약한 것처럼 국내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M&A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 여기서 글로벌 M&A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 사회가 M&A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M&A가 기업 설립에 비해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심지어는 남의 기업을 탈취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M&A가 기업으로 하여금 전 세계의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하고, 무능력하거나 부도덕한 경영진에 대한 시장 감시의 역할을 수행하며, 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M&A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M&A는 리스크도 커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은 스스로 M&A 전문가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회계법인,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 등과 공조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셋째, 정부는 M&A에 따른 독과점 방지 규제 완화, 외환 거래의 사후신고제 전환, 해외 M&A와 관련된 각종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글로벌 M&A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시중의 여유자금을 금융기관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행 간접투자자산운용법상 제한하고 있는 국내 PEF의 부실채권 인수 방식을 통한 해외 M&A를 허용하고, 국내 PEF에 의한 해외 투자목적회사(SPC)의 설립과 보험사의 PEF 출자도 허용해야 한다. 또한 금융산업이 산업자본의 잉여자금을 활용해 대형 글로벌 M&A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와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제 아래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것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다.

[[연강흠 /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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