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재준]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주택담보대출은 14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6년 만에 최고치인 5.35%까지 상승함에 따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연 6.0~7.8%로 올렸다. 그러자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CD 금리에 연동시키는 현행 대출금리 조정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CD 금리가 급등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 따라 전반적으로 금리 수준이 상승한 것이고, 둘째는 은행들의 CD 발행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이다. 은행들은 현금관리계좌(CMA) 및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빠져나가자 CD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게 된 주된 이유는 국내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데 있다. 미국은 만기 15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고, 주택대출 기관들이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장기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있다. 이때 대출금리는 장기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년 만기 국고채가 지난해 겨우 발행되기 시작했을 정도로 장기채권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이 장기로 고정금리부 대출을 하려 해도 여기에 맞는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이 없어 장기대출 재원을 만기가 짧은 CD나 은행채를 발행해 마련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만기가 9년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93% 이상이 CD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부 대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했다. 이는 고정금리부 대출의 가산금리가 높았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대출자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조기상환하면 된다는 생각도 변동금리를 선호한 요인이었다. 장기채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변동금리를 통해 금리 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려 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CD 금리가 급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칫하면 가계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CD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으론 장기채권시장을 육성해 대출과 조달재원의 만기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당장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CD 시장의 매수 기반을 넓혀 수급불균형에 따른 금리상승 요인을 해소해 주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의 은행물 편입 한도를 늘려 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다음으로, 대출자들은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 부담 능력이 떨어지므로 다소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고정금리부 대출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고정금리 대출은 지난해까지는 높은 프리미엄이나 조기상환 시 부담금 등으로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 변동금리부 대출과의 격차가 줄고 있으므로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이 부담스럽다면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은행들은 최근 감독기관이 권고한 금리 변동 폭 제한 상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상한선을 둬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의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 폭도 제한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CD 시장의 유통량이 적은 상황에서 특정 시점의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으면 대출자들은 금리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의 금리를 평균해 기준금리로 사용한다면 급격한 금리 변동의 위험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재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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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CD 금리가 급등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 따라 전반적으로 금리 수준이 상승한 것이고, 둘째는 은행들의 CD 발행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이다. 은행들은 현금관리계좌(CMA) 및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빠져나가자 CD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게 된 주된 이유는 국내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데 있다. 미국은 만기 15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고, 주택대출 기관들이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장기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있다. 이때 대출금리는 장기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년 만기 국고채가 지난해 겨우 발행되기 시작했을 정도로 장기채권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이 장기로 고정금리부 대출을 하려 해도 여기에 맞는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이 없어 장기대출 재원을 만기가 짧은 CD나 은행채를 발행해 마련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만기가 9년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93% 이상이 CD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부 대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했다. 이는 고정금리부 대출의 가산금리가 높았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대출자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조기상환하면 된다는 생각도 변동금리를 선호한 요인이었다. 장기채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변동금리를 통해 금리 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려 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CD 금리가 급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칫하면 가계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CD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으론 장기채권시장을 육성해 대출과 조달재원의 만기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당장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CD 시장의 매수 기반을 넓혀 수급불균형에 따른 금리상승 요인을 해소해 주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의 은행물 편입 한도를 늘려 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다음으로, 대출자들은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 부담 능력이 떨어지므로 다소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고정금리부 대출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고정금리 대출은 지난해까지는 높은 프리미엄이나 조기상환 시 부담금 등으로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 변동금리부 대출과의 격차가 줄고 있으므로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이 부담스럽다면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은행들은 최근 감독기관이 권고한 금리 변동 폭 제한 상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상한선을 둬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의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 폭도 제한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CD 시장의 유통량이 적은 상황에서 특정 시점의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으면 대출자들은 금리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의 금리를 평균해 기준금리로 사용한다면 급격한 금리 변동의 위험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재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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