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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정부의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이 엊그제 발표됐다.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 성격으로 독립시켜 위원들을 민간의 기금 운용 전문가로 구성하고,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만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이 비전문가에 의하여 운용되고 있다든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든지 하는 비판의 상당 부분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 개편 방향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올해 2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은 2012년 400조원, 2043년 2600조원으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르는 거대 기금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나의 기금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커지는 사례는 금융시장이 발전한 선진국 중에도 찾기 어렵다.
이미 현재에도 증권시장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지금보다도 몇 배로 커지게 된 상태에서 수익률을 찾아 금융시장에서 전횡을 한다면 수익률 목표 달성이 가능하더라도 그 폐해 역시 심각할 것이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기금 고갈 연도가 3~4년 연장된다는 추계 결과는 수익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지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을 마구 헤집고 다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기업에 대한 지분을 기초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기금의 이해 증대를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거대 기금이 국내 대부분의 주요 기업에 대해 대주주의 위치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구조 개편에 앞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역할과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국민연금이 국민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지배구조에 마련될 견제와 균형 장치도 치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이번 개편으로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높아지면서 민간 전문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자산 운용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흔적 없이 민간 전문가의 이해에 따라 투자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설령 이것이 사후에 밝혀졌다 해도 책임을 묻는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원회와 공사의 책임 운용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감시 및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과거 정부에 의한 수직적 통제장치를 전문 조직에 의한 수평적 견제장치로 전환하는 것이 요체다. 또 해외 투자 등 적극적인 투자전략에 적합한 기금 운용 조직의 선진화, 유능하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의 목표는 예상되는 거대 기금의 시장 폐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전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수익률 제고라는 단순한 목표는 수천억원 규모의 자산 운용 펀드에는 적절할지 몰라도 수백조원의 국민연금기금에는 적합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구조개편안이 담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해 고령화사회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기금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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