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초록뱀미디어 사장


방통융합시대를 맞이해 방송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며 참여ㆍ개방ㆍ공유ㆍ소통의 TV 2.0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TV 2.0 시대를 맞아 방송 콘텐츠 제작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외주제작 환경의 개선은 시대의 요청이다.

그러나 우리의 외주제작 환경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제작사와 방송사간 힘의 불균형으로 제작물 저작권의 대부분이 방송사에 귀속됨에 따라 제작물의 생명이 지상파 방송을 통한 1차 유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제작사는 2차, 3차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방송사의 하청기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 방송국의 부당한 편성조건, 날이 갈수록 치솟는 출연료, 졸속적인 제작환경 등은 사전제작 시스템을 불가능하게 하여 국내 콘텐츠의 질 저하를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 총 제작비와 비례해 천정부지로 솟은 프로그램 가격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우수한 작품을 제작해도 저작권 및 판권과 관련한 제작사 수입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프로그램의 절반이 넘는 수익이 지상파 방송사에서 발생하고 있고, 프로그램 배급과 판매 부분에서도 지상파 방송사의 시장 지배력 우위와 일방적 권력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제작비를 떠안으면서도 저작권을 갖지 못하는 제작사는 결국 자본과 시간에 쫓겨 완성도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외주 제작의 현주소다.

이제 이런 환경을 떨치고 제작사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저작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제작사에게 있다"는 영국 방송사 `채널4'의 외주제작 시행규칙은 우리의 외주제작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작사의 저작권 소유는 기획단계에서 영상자본, 즉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펀드를 조성하고 부가적인 수입창구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됨으로써 제작비 부담을 덜고 훨씬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영상물의 2차, 3차 유통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영상산업의 발달을 위한 촉매가 되고, 이것은 제작사 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오픈 플랫폼과 오픈 제작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이 제작사의 권리인 저작권 소유를 실현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며, 역으로 저작권을 소유한 제작사의 질 좋은 프로그램 증가는 새로운 제작 환경을 유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방송영상 산업에서 방송사는 프로그램 제작사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생각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작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다양하고 실험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대등한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공정거래 확립을 위한 지속적이고 철저한 조사와 감시가 필요하다. 제작사의 자생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수입원을 통한 자금조달 수단을 공식화할 수 있는 콘텐츠 저작권, 판매권 등의 문제가 제도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이는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대립구조가 아닌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의 관점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제작사와 시청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는 TV 2.0 시대는 이러한 제작환경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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