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의 파업끝에 타결된 전미자동차노조(UAW)와 GM 간 협상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서 노조 측의 핵심 전략 변화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공개된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그동안 회사에서 부담하던 퇴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료비 부담을 별도로 신설되는 펀드에서 맡기로 했다. 회사가 한꺼번에 300억달러에 달하는 출연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새로 신설되는 펀드는 운영을 노조가 맡기 때문에 회사로선 천문학적인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노조 측은 퇴직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양보하는 대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약속받았다. GM은 앞으로 미 전역의 16개 자동차공장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생산시설을 확충하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결국 노조는 복지 혜택을 양보하는 대신 '일자리'를 선택한 것이다.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조 측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가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인책까지 마련했다. 신입사원이나 일부 지원 근로자의 임금을 대폭 낮추도록 허용한 것이다. GM이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자는 의도다. 회사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공장을 폐쇄하려 할 때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노조 집행부는 이번 노사 합의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가 핵심 전략마저 바꾸고 있는 배경은 최근 미 자동차업계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자존심인 GM 등 미 자동차업계는 일본 등 외국계 자동차회사들에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귀족 노조'의 대명사인 미국의 자동차 노조가 이제 외부환경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sunnyw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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