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만난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인데 정부가 그 불확실성을 자초해서 되겠느냐"며 불만을 내뱉었다.

국세청이 지난 7월 하나은행에 대한 1조원대 법인세 부과 타당성에 대해 재정경제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이 매니저는 "과세 여부에 따라 하나은행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투자비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실이 시장에 알려진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아 투자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조단위 세금이 부과되면 주가는 급변할 수 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1조6000억원가량 세금이 부과되면 하나금융 주당순자산가치(BPS)를 17% 정도 낮출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 주가도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답변을 미루는 이유로 세법 개정 등을 거론하고 있다. 더욱이 과세시효가 내년 3월이기 때문에 급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미 나온 보도기사 등을 감안하면 해석이 어렵지 않다"며 "정부가 답변을 미루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현안인 세법 개정안을 이미 국무회의까지 통과시킨 상태다. 이제 국회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왜 정부가 국세청 질의에 답변을 늦추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많아지고 있다.

당시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합병과정에 밝은 한 증시 전문가는 "정부는 법인세 절감을 감안해 서울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며 "그러나 이제 와서 법인세 절감이 무효라고 밝혀진다면 법인세 추징 외에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매각 협상 주체였던 예금보험공사는 물론 공적자금 관리책임자인 정부마저 협상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나 실수를 범한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의혹의 눈길은 물론 시장투자자 불안감마저 계속 외면한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부 = 김명수 기자 ms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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