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반(反)기업정서는 한국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고도성장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痛)인 만큼 선진국의 대처 경험을 참고해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와 함께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반기업정서: 외국의 경험과 교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서울대 양동휴(경제학) 교수는 “미국에서 반기업정서는 19세기 말 대기업 등장 이후 분출됐다”며 “기업에 대한 반감은 기업 전반이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부문이 정부부문보다 빨리 성장하고 공적 관료제 발전이 지연되면서 급속히 성장한 대기업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짐에 따라 미국은 대기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며 “대기업이 기존 중소기업을 도태시키거나 이들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졌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송병건(경제학) 교수는 “역사상 가장 먼저 산업화를 이룩한 영국에서 초기에는 수많은 탈법과 편법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주식회사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장애가 됐다”고 설명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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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를 계기로 미국에서 금융소비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문맹퇴치위원회가 구성되고 의장에 증권업계의 거물인 찰스 슈워브 씨가 임명됐다고 한다. 또 미국 의회는 이번 4월을 금융문맹퇴치의 달로 지정했다고도 한다.

이런 움직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문맹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이번 사태의 뇌관으로 작용한 상품은 금리가 조정되는 모기지다. 이 상품은 처음에는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다 2년 후부터는 높은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많은 소비자가 나중에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초기 금리가 낮은 데에만 현혹돼 과도하게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감독당국이나 정치권의 판단이다. 금융지식이 모자란 소비자들이 이른바 ‘미끼 금리’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는 알기 어렵다. 금리구조 자체로만 보면 특별히 소비자에게 불공정하다고 하기 어렵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

美 모기지사태 금융지식 부족 탓

또 장기적인 금리 예측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우선은 고정금리로 하다가 일정 기간 이후에는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것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는 물론이고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까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도 상품 자체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감독당국이나 정치권의 판단대로 소비자들이 나중에 금리가 올라간다는 점을 모르고 당했다고 단정 짓기도 쉽지 않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인쇄된 대출계약서에 포함된 금리구조를 이해하지 못해서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대출을 받은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많은 사람은 금리구조를 이해하고도 투기심리에서 위험한 베팅을 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탄의 대상인 투기와 장려되는 투자 사이에 경계가 분명한 것도 아니고 투기도 순기능을 가진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투기를 하는 사람은 높은 기대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수반되는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기대수익이 크면 리스크도 크기 마련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집값이 올랐을 때 돌아올 높은 수익만 볼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집값이 하락하면 닥칠 손실도 같이 따져보고 그런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해서 차입금으로 집을 샀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차입금으로 주식을 샀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 차입금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가 이자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한숨을 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주가가 올라갈 때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면 그것이 은행에서 파는 것인지 증권사에서 파는 것인지, 또 보험상품인지를 불문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왕왕 있다.

금융소비자 교육이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교육으로 어떤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 됐어야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소비자 교육에 앞서 금융회사가 상품을 단순하게 만들고 소비자에게 쉽게 설명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금융상품의 진화를 억제함으로써 금융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또 금융회사의 관리비용을 지나치게 높이고 이는 결국에 모든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경제 교육이 위기 예방책

교육이 안고 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을 이용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 또 금융지식의 결여로 인한 문제는 다른 어떤 지식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문제 못지않게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교과서가 일반인이 평생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할 내용을 적지 않게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중 일부를 덜어내고 기초적인 금융지식을 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상묵 삼성생명 상무·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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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욱·KDI 연구위원 세계은행 '식량 뉴딜' 나선다

"곡물 값 올라 빈국 1억 명 굶주릴 위기"


전 세계에서 식량 가격이 급속히 상승하면서, 가난한 나라의 국민 1억 명이 추가로 더욱 비참한 빈곤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세계은행이 13일 경고했다. (중략) 이에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1일 세계 지도자들이 빈곤국가들에 대한 식료품 가격 인하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개발도상국가에서 식량으로 인한 폭동이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AO는 이미 아프리카 몇몇 국가들과 인도네시아·필리핀·아이티 등에서 식량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났으며, 세계 37개 국가가 식량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밝혔다(기사 중 일부 발췌).

지난해에는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셨죠? 먼 나라 얘기인 것 같지만, 이 때문에 여러분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는 라면의 가격도 100원이나 올랐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쌀값까지 뛰고 있다고 합니다. 쌀을 주식(主食)으로 하는 일부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식료품 값 폭등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어나고, 군인들이 쌀 공급을 감독하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하네요. 오늘은 폭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식량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왜 발생하는지, 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곡물 가격은 왜 갑자기 변하나요?

곡물과 원유의 가격은 급변하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곡물과 원유는 특정 나라들을 중심으로 생산된답니다. 원유는 몇몇 산유국에서 집중 생산되고, 대표적 식량자원인 쌀은 베트남, 중국 등 경작여건이 좋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되지요.


특히 곡물은 기후조건이 변함에 따라 예기치 않게 생산량이 급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확기간이 길어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지요. 경제학 용어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초과수요 및 초과공급)'이 발생하기 쉬운 품목입니다.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이 일어나면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우려도 그만큼 커지겠죠.

이와 같은 공급측면의 원인 이외에, 최근에는 수요 측 요인들도 곡물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육류(肉類) 소비가 증가해 동물 사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한 것도 곡물가격 급등의 원인입니다. 각국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대체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의 초과수요 현상도 심화되었죠.

한편 경제주체들의 이기적인 행동들로 인해 상황이 보다 악화될 수도 있답니다. 쌀값 급등은 중국, 호주 등의 쌀 수확량이 가뭄으로 인해 크게 줄었고, 이에 더해 주요 쌀 생산국들(중국·베트남·인도 등)이 외국에 쌀 수출을 중지함으로써 촉발됐다고 하네요. 게다가 쌀값이 계속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어 농부들은 수확시기를 늦추는 한편, 중간 거래상들은 '사재기'로 쌀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합니다.

곡물가격 급등 → 인플레이션 심화

곡물 및 원유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면 단순히 쌀값이나 기름값만 영향받는 게 아닙니다. 이들 재화(財貨)는 다양한 식료품 혹은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도 사용되지요.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삼겹살을 제공하는 돼지를 키우기 위해 곡물 사료가 필요하고,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해 석유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곡물 및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 필연적으로 전체적인 물가 또한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이 심화될 수 있는 것이죠.

식량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굶고 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마땅히 식량을 대체할 식품이 부족한 일부 개도국에서는 '쌀 폭동'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요즘 '식량무기' 혹은 '자원전쟁'이라는 다소 거친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도 식량 및 자원가격의 급격한 변화가 매우 심각한 파급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랍니다.


식량가격 급변, 막을 수 없나요?

위기는 막는 게 좋겠죠.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적절한 식량 비축량을 확보해 활용해야 한답니다. 예를 들면 홍수나 태풍으로 인해 흉년이 드는 경우 정부가 비축해놓은 농작물을 유통시켜 가격 급등을 막고, 기대하지 않은 풍년이 들 때에는 농작물의 초과공급량을 정부가 대신 사들여 가격 폭락을 예방할 수 있겠죠.

보다 근본적으로는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여 생산량 급변에 적절히 대비하는 게 중요하겠죠. 또 수출중지나 사재기 등 각종 '비(非)시장적 행위'를 적절히 규제해 성숙한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식량위기를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식량 수급을 조절하고 생산 및 공급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가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쉽게배우는 경제 tip] 거미집 이론이란?

경제학에서는 농산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반복되는 현상을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으로 설명합니다. 농산물 수요량은 가격에 즉각 반응하는 데 반해, 공급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지요. 수확기간이 길어서 공급량을 제때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예기치 않은 풍년으로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고 해 볼까요.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량을 줄여야 하는데 농산물의 경우 그게 어렵죠. 이미 다 키웠거나 수확한 농산물을 달리 처리할 방법이 없어 시장에 계속 유통시키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가격 급락은 농민들로 하여금 내년의 농산물 생산을 크게 축소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공급량이 많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이와 같이 초과공급과 초과수요가 반복되면서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1934년 미국의 경제학자 레온티에프 등에 의해 정식화된 '거미집 이론'의 핵심입니다. 농산물의 가격과 산출량이 시차를 두고 움직여 나가는 과정을 수요·공급곡선 그래프로 표시하면 거미집과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유한욱·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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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연구 결과 발표…

"소득만이 절대기준 될 수 없어" 반박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미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의 경제학 교수인 벳시 스티븐슨(Stevenson)과 저스틴 울퍼스(Wolfers)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Yes)"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돈 많은 나라 국민들이 더 행복하고, 그 중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기존의 통념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 히말라야의 소국(小國) 부탄 같은 나라들이 각종 행복지수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데서 나타나듯이 "기본적 생활만 충족되면 행복은 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각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비교했다〈그래픽〉. 그 결과 미국·노르웨이·뉴질랜드 등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의 국민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에티오피아 등 가난한 나라는 국민들의 만족도도 낮았다.

이들은 또 "한 나라 안에서도 돈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미국의 경우 한 해 가구 소득이 25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넘는 사람의 90%가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해 했지만 연소득 3만달러(약 3000만원)가 안 되는 사람 중에선 42% 만이 만족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회과학의 고전이 된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1974년 당시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였던 리처드 이스털린은 2차 대전 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일본에서 삶에 대한 만족도는 더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만으로 국민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제창했다. 행복은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핵심인 '이스털린의 역설'은 이후 '인간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는 근거로 많이 쓰였다.

현재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이스털린은 NYT 인터뷰에서 "부자 나라 국민이 더 만족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은 소득 외에 문화 차이, 의료 개선 등 여러 조건이 반영된 결과"라며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경제 성장에도 같은 기간 국민의 행복 수준은 그리 나아지지 않은 미국과 중국 등의 사례로 볼 때 소득만이 행복의 절대 기준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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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현철]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중에선 15곳만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미국 월가의 펀드매니저 중엔 혼자 이만큼 돈을 버는 이가 다섯 명이나 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7일 헤지펀드 매니저 중 다섯 명이 한 해 1조원 이상 소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소득은 자산운용 대가로 받은 수수료 중 펀드매니저에게 할당된 금액과 개인적으로 보유한 자산의 수익을 합한 것이다.

1등은 37억 달러(약 3조6600억원)를 벌어들인 폴슨 앤 컴퍼니 창립자 존 폴슨이 차지했다. 그는 280억 달러에 이르는 펀드 자산을 모기지 채권과 파생상품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6900억원을 벌어 1위에 올랐던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엔 2조8700억원으로 네 배 이상 더 벌었지만 순위는 2위로 밀렸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시몬스(2조7700억원), 하빈저 캐피털 파트너스의 필립 팰콘(1조6800억원), 시타델 인베스트먼트의 케네스 그리핀(1조4800억원)도 연 수입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채권펀드사 핌코의 수석 투자책임자 일리엄 그로스는 “(1조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것은)잘못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지만, 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15일(현지시간) 50개국 827명의 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가 CEO의 연봉이 너무 많다는 응답을 내놨다고 전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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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사태로 미국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침체에 처해 있으며 그 여파는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모든 금융위기가 그러하듯 서브프라임사태는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탐욕과 금융감독의 실패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배양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것은 서브프라임 대출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서브프라임 대출 이용자들의 금융무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서브프라임사태와 유사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금융문맹의 퇴치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미국은 ‘금융문맹 퇴치를 위한 대통령위원회’를 설치하였다.

‘금융교육’보다 넓게는 ‘경제교육’의 부족이 초래한 경제문맹·금융문맹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에서는 서베이 결과 900만명의 영국인이 은행예금,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에 대한 복잡한 정보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기피하는 ‘금융공포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금융교육 수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경제·금융교육 수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금융 소외계층 규모이다.

금융서비스 이용자 3,463만명의 20%에 달하는 720만명이 신용불량자로 금융서비스의 소외계층이다.

이 중 260만명은 금융채무불이행자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금융대출과 자기 명의의 사업은 물론 취업 등에 심각한 제한을 받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신용카드 대란 등 정책실패 및 서민층을 위한 금융서비스 부족에 원인이 있지만 문제의 뿌리를 제공한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의 금융무지이다.

이와 같이 심각한 금융무지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학교에서의 경제교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질적으로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고등학교 공통기본교육과정(중1∼고1) 4년 동안 경제교육 수업시간 수는 총 30시간으로 지리의 4분의1, 세계사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그나마 2011년부터는 20시간으로 줄어든다.

고교 2∼3학년 과정에서는 경제가 선택과목으로 독립되어 있지만 고교 졸업자 중 약 25%만이 경제를 수강하므로 결국 곧 성인이 될 고등학교 졸업생의 4분의 3은 경제에 대해 중·고등학교 6년 동안 30시간 정도 배우는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또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의 약 11.5%만이 경제를 전공했을 정도로 담당 교사의 경제에 대한 소양도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문맹과 금융무지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경제·금융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업시간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공통기본교육과정에서 경제는 일반사회 과목에 포함돼 있어 충분한 경제·금융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독립된 공통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개정교육법(Educate America Act of 1994)에 의해 경제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이 배워야 할 9개 핵심과목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많은 주에서 경제를 고등학생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또한 경제교과 내용에서 개인금융 관련 부분을 대폭 확충해 고등학교에서 신용관리의 중요성, 금융상품의 수익률과 위험 등 경제생활에 필요한 실용지식과 경제원리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소장

▼전홍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코넬대 경제학 박사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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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경제 체질 바꿀 정책 펴도록

MB노믹스에 3년 시간 주자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이명박 경제가 경기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환율과 금리와 같은 가격 변수를 동원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더니, 이제는 재정마저도 동원할 기세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없는 모양이다. 대선 기간 동안 7% 성장을 호언하다가, 슬그머니 6%대로 목표치를 하향하더니, 최근에는 6% 성장도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의 희망치가 아닌 현실성 있는 예상치를 찾아보자. 작년 말 국내 경제예측 기관들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대개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으로 예측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가시화된 미국·세계 경제의 후퇴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였다.

실제로 IMF는 작년 말에는 세계경제성장률을 4.1%로 예측했으나 3개월 만에 0.4%포인트가 낮아진 3.7%로 예측치를 변경하였다.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금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말 4%대 후반의 예측치에서 더욱 낮아진 4%대 중반이나 초반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금년도에 만약 4%대 초·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보인다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국가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대 초반이다. 즉, 물가를 감안한다면 한국 경제의 적정 성장률은 4%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국민적 기대의 측면에서 보면 4%대 잠재성장률이 낮아 보일 수는 있으나 지난 10여 년간의 투자부진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측면에서 볼 때 4%대 초·중반의 경제성장률이라면 적어도 현 시점에서 성장률 자체가 낮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단기적인 성장률 수준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온갖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무리수는 나중에 물가상승이나 재정적자 등의 후유증을 남기고 말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기대하는 경제정책은 후유증을 야기할 마약요법이 아니라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다. 또한 공정경쟁구조의 확립, 가격원리에 대한 신뢰 등을 통해 시장경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시장경제의 또 다른 축인 복지의 원칙과 복지시스템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여 당장 다음 날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소득세율을 1%포인트 낮춘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고 하여 갑자기 창의력 있는 인재가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정책에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률을 높이는 데 올인하다가 시장경제의 또 다른 축인 공정경쟁 정책이 실종되고, 원칙 있는 복지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또 다른 시장경제의 기둥이 와해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3년의 기간을 주어 보자. 성장잠재력 제고 방안과 시장경제시스템 확립 정책을 꾸준히 실천하면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한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 올해는 4%대 성장을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보자.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선진일류국가의 정부라면, 선진일류국가의 국민이라면, 이 정도는 기다리고 참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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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건희(66) 삼성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불법적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이 회장이 깊숙이 개입하고, 4조5천억원의 차명자산을 보유하면서 세금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의 조직적 범죄를 적발하고도 모두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가 미진함을 인정한 비자금 부분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끝내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특검은 17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99일 동안 벌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회장과 이학수(62) 전략기획실 실장(부회장), 김인주(50) 전략기획실 차장(사장) 등 10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표) 그는 불법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 삼성전자 성과급의 횡령자금 의혹 등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모두 내사 종결이나 무혐의 처분했다.

이 회장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과 99년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과정에서 계획을 보고받고 구체적으로 인수자까지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삼성생명 주식 등을 대량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주식 보유 보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특검팀은 “오늘 공소제기하는 범죄사실은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나 포탈한 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주요 피의자들을 구속기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 특검은 “핵심 임원들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국익론’을 꺼냈다. 또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처단하는 것으로,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특검,이회장 불구속기소 발표







이에 대해 참여연대·민변·경제개혁연대는 공동성명을 내어 “이 회장에 훨씬 못미치는 조세포탈액으로도 재벌 총수들이 구속된 전례로 볼 때, 특검은 대단히 온정인 태도를 보였다”며 “‘재벌 봐주기’를 넘어선 ‘삼성 봐주기’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등은 “재고발, 항고 등 가능한 모든 법적 후속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이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의 원천에 대해 계좌추적으로 이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점은 있다”며 수사 미진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분을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기로 한 것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로비 의혹이나 비자금 조성 등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자기들이 종결하고 무혐의 처리했다”며 “사실상 일사부재리가 적용되므로 문자 그대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특검 수사는 삼성이 거듭나고 나라가 거듭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지만, 본질적인 수사는 못하고 조그마한 비리를 갖고 기소를 한 것으로 됐다”며 “비리는 계속되고 황제경영 재벌체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99일 특검수사 결국 ‘삼성 재벌에 면죄부’

▶ [에버랜드CB] 이회장 지시로 구조본 참모들 ‘불법승계’ 실행

▶ [에스디에스BW] 재용씨 헐값에 받아 1539억 부당이득

▶ [미술품 구입] ‘차명계좌 돈 사용’ 확인불구 “문제 안돼”

▶ 피의자 독대 등 ‘이상한 특검’…결국 ‘용두사미’

▶ ‘특검 SDS 기소’에 낯뜨거워진 검찰

▶ 조준웅 특검 “이회장이 에버랜드 사채 묵시적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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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일 순방길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이 됐다. 베일에 가려있던 그의 실체도 많이 드러났다. 21세기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국가 운명이 좌우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을까?

대통령은 당선 직후 전경련을 방문해 대기업 총수들에게 “애로사항이 있으면 직접 전화하라”고 말했다. 기업인 102명과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 이른바 ‘MB폰’도 개통했다. 부처 산하 위원회는 없애면서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계속 만들고 있다. 부총리제는 아예 없애버렸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이명박 리더십의 열쇳말은 ‘중앙집권’이다. 모든 것을 대통령이 총괄하고, 결정한다.

대통령이 왜 이런 리더십을 보여주는지는 그가 걸어온 길이 잘 말해준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로 의존성’이다. 1941년생인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 된 것은 77년이다. 만 36살이 채 안됐을 때다. 그리고 91년 현대건설 회장을 끝으로 현대를 떠났다. 현대에서의 26년이 ‘경제대통령’이라는 큰 정치자산을 만들어줬듯이, 이명박의 틀도 결정됐다. 그가 사장을 지낸 7개 현대 계열사는 대부분 건설 관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수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파트를 많이 짓지만, 당시는 관급 토목공사나 대기업 확장공사가 대부분이었다. 사업 결정권을 소수 최고위층이 쥐고 있다. 이명박의 역할은 이들과 만나 담판을 짓는 것이다. 그의 중앙집권적 리더십은 그 산물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청와대 여직원들에게 청바지 금지령이 내리고, 관가에는 조기출근 열풍이 분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1990년대 자율복장제를 도입했다. 성공한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짧게 일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세상은 바뀌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생각은 정주영 회장을 따라다니던 19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 멈춰 있다. 모든 것을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 당연히 권한위임이 적다. 이런 리더 밑에는 2인자가 없다. 총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주영식 경영’의 판박이다.

이 대통령에게는 일관된 국정철학과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친시장이라는 정부가 생필품값 특별관리에 들어가자 많은 기업인이 당혹해한다. 대통령의 지시로 인천공항에는 기업인 전용 귀빈실이 생겼다. 공직자 귀빈실이라는 기존 특권은 깨졌지만, 기업인 귀빈실이라는 새 특권이 만들어졌다. 청와대 핫라인에도 대통령 지시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오만과 독선이 묻어난다. 대통령은 이념 대신 실용을 표방했다. 실용주의는 결과 지상주의다. 과정보다 실적을 중시하는 게 기업이다.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결과가 나쁘면 변명이 안 된다. 반대로 과정은 엉망이어도, 결과만 좋으면 ‘굿’이다. 실용주의 만능에서 일관된 국정철학과 원칙은 설자리가 없다. 대통령과 기업체 사장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정치는 돈의 힘만으로 안된다. 오히려 명분과 가치가 중요할 때가 많다. 능률과 함께 형평도 중요하다.

경제학자들은 히틀러를 ‘인플레의 의붓자식’이라 부른다. 1차대전 패배 뒤 살인적 인플레로 고통받던 독일 중산층은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권좌에 앉혔다. 그 종말은 파시즘이었다. 한국 중산층은 이명박을 선택했다. 노무현만 아니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이명박이 ‘노무현 혐오증의 의붓자식’으로 역사에 기록된다면 비극이다.

곽정수/대기업 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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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

1983년 미국 CIA국장이 비공개 미국 의회에서 발언한 내용은 놀랍다.

"조만간 소련이 몰락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여러 증거들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외교를 펼쳤다.

한편으로는 군축협상을 개최하고 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대(對)소련 유화정책을 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방비 지출을 증가시키면서 소련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최근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남한정부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불필요한 말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 이후의 한국 정부 대응은 무난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향후 5년 동안 풀어야 할 숙제는 너무 많다.

앞으로의 대북전략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다음 사항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이 계획이 체계적으로 맞물리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단기 정책은 평화유지이며,중기와 장기 정책은 각각 북한 체제 이행과 통일한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으로 나가는 조건을 충족하면 대북 지원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겠다는 '비핵개방3000' 정책은 단기와 장기적 관점이 결여된 전략이다.

물론 적당한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단기적으로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때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경색,혹은 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우리의 대응을 미리 구상해 둬야 이에 의거해 일관성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둘째,북한의 체제변화에 관해서 우리는 현명한 조력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

체제이행국들의 경험을 보면 자본스톡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30% 이내이며 더 중요한 것은 체제이행 의지,제도의 변화,경제정책 등이다.

즉 인프라를 깔아주고 공장을 건설하는 등의 대북지원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체제를 이행시키고 제도를 바꾸며 경제정책을 펴는 것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비핵개방3000' 정책은 중기 로드맵의 일부만 담은 부분적인 대북정책이다.

조력자로서 북한의 체제이행을 도울 수 있는 보다 포괄적이고 상세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셋째,대북정책에는 이중장부가 필요하다.

즉 비공개의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실수는 우리가 정말 믿고 있는 것을 공개적으로 대북정책이라고 언급하고 정책화시킨 것이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이란 용어를 싫어한다고 하여 비공개의 대북전략마저 마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것이다.

넷째,북한 요인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북한과 관련된 사건들이 한국의 주식시장 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북한이 문제를 일으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핵실험의 경우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것도 2~3%의 하락에 그쳤고 얼마 있지 않아 주식시장은 다시 반등했다.

즉 국민들과 외국인들의 학습효과로 말미암아 북한이 한국경제에 타격을 입힐 확률은 크게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주의를 다룰 때에는 실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정부의 대북 정책은 학습없는 확신,실력없는 믿음에 연유했다.

햇볕정책을 만병통치약처럼 과대 광고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북전략,즉 단기 중기와 장기가 정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은 제대로 된 연구 없이는 나오지 않는다.

1983년 CIA의 진단처럼 북한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효과적인 정책도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가장 기초적인 통계라 할 수 있는 북한의 1인당 GDP에 대해서도 신뢰성있는 추정치를 내놓지 못하는 정부로부터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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