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문제를 놓고 통합민주당 지도부 사이에 파열음이 일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24일까지 잡힌 4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손학규 당 대표의 주장에 김효석 원내대표와 최인기 정책위의장 등 당 수뇌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급기야 김 원내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손 대표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전당대회 준비 태스크포스(TF) 팀 1차 회의를 열고 당 체제 재정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갈 길 바쁜 민주당이 난기류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

같은 날 손 대표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끝끝내 함구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 23양일간으로 예정된 민주당 워크숍에서는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FTA 국회 비준문제를 놓고 당 관계자들 간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지난 16일 열린 통합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 통합민주당 
김효석 “손학규 대표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이 같은 불협화음은 지난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감지됐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피해 산업에 대한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하자”고 제안한 뒤 “당내 토론 없이 대외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최 정책위의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4월 임시국회 FTA 처리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최 정책위의장이 최근 공개로 진행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시국회에서 (FTA를) 처리하지 말자”는 언급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를 비롯 박상천 공동대표, 최 정책위의장, 김상희 최고위원 등이 입을 모아 손 대표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분위기가 험악해 졌으며 특히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손 대표를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김 최고위원과 같은 맥락에서 당내 대표적 개혁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천정배 의원 역시 이튿날인 17일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한나라당은 몰라도 민주당이 그래서는 안 된다. 4월 국회에서 (FTA를) 비준해 주자는 것은 당의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김 원내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나도 경제학을 하는 사람으로 개방론자”라고 전제한 뒤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처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 손학규 대표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는 이번 (4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내 입장은 지금 처리하는 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쇠고기 시장까지 개방하면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오는 23, 24일 예정된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샵에서 의견을 모은 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함구 “이 자리는 TF회의자리”

같은 날 오후 ‘전당대회 준비 TF회의’에 참석한 손 대표는 이와 관련한 당내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은 뒤 “질문은 받지 않겠다. 이 자리는 TF회의자리”라고만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 회기 동안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17일 재확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관해 손 대표는 찬성을, 김 원내대표는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어 민주당도 견해가 서로 나눠져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절충을 잘 해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훈 기자

김재훈 (jhkim@dailyseoprise.com) 기자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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