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경제 체질 바꿀 정책 펴도록

MB노믹스에 3년 시간 주자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이명박 경제가 경기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환율과 금리와 같은 가격 변수를 동원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더니, 이제는 재정마저도 동원할 기세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없는 모양이다. 대선 기간 동안 7% 성장을 호언하다가, 슬그머니 6%대로 목표치를 하향하더니, 최근에는 6% 성장도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의 희망치가 아닌 현실성 있는 예상치를 찾아보자. 작년 말 국내 경제예측 기관들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대개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으로 예측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가시화된 미국·세계 경제의 후퇴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였다.

실제로 IMF는 작년 말에는 세계경제성장률을 4.1%로 예측했으나 3개월 만에 0.4%포인트가 낮아진 3.7%로 예측치를 변경하였다.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금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말 4%대 후반의 예측치에서 더욱 낮아진 4%대 중반이나 초반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금년도에 만약 4%대 초·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보인다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국가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대 초반이다. 즉, 물가를 감안한다면 한국 경제의 적정 성장률은 4%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국민적 기대의 측면에서 보면 4%대 잠재성장률이 낮아 보일 수는 있으나 지난 10여 년간의 투자부진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측면에서 볼 때 4%대 초·중반의 경제성장률이라면 적어도 현 시점에서 성장률 자체가 낮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단기적인 성장률 수준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온갖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무리수는 나중에 물가상승이나 재정적자 등의 후유증을 남기고 말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기대하는 경제정책은 후유증을 야기할 마약요법이 아니라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다. 또한 공정경쟁구조의 확립, 가격원리에 대한 신뢰 등을 통해 시장경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시장경제의 또 다른 축인 복지의 원칙과 복지시스템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여 당장 다음 날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소득세율을 1%포인트 낮춘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고 하여 갑자기 창의력 있는 인재가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정책에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률을 높이는 데 올인하다가 시장경제의 또 다른 축인 공정경쟁 정책이 실종되고, 원칙 있는 복지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또 다른 시장경제의 기둥이 와해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3년의 기간을 주어 보자. 성장잠재력 제고 방안과 시장경제시스템 확립 정책을 꾸준히 실천하면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한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 올해는 4%대 성장을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보자.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선진일류국가의 정부라면, 선진일류국가의 국민이라면, 이 정도는 기다리고 참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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