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말미암은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가 확산일로 추세다. 국내 증시는 처참하다. 어제 하룻동안만 코스피지수가 125.91(6.93%) 하락해 1600대로 주저앉았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가 폭락이다.

국내 증시의 폭락은 지나친 감이 있다. 실물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월별 취업자 증가 수가 두 달 연속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사정도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외환 보유고가 2천억달러 넘게 쌓여 있어 외환위기 때처럼 기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지난 몇 해 동안 큰 이익을 봤던 헤지펀드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를 부르고,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면 다시 주가가 폭락하는 연쇄 주가폭락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이 순식간에 유동성 축소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도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은 과잉 유동성 덕분에 지난 5~6년 동안 쉬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려 온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시장 등에서 급격한 거품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금 환수가 아시아권 신흥 공업국들부터 시작되리란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이런 맥락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실물경제가 탄탄해도 금융시장 한쪽에 구멍이 뚫리면 연쇄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주식시장이 그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잉 유동성 축소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는 증시의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는 있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가 전개되면 국내에서도 연쇄적인 펀드 환매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만으로 정부가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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