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휴가철도 이제 막바지다. 직장인들의 일상이 말 그대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모양새임을 생각한다면 여름휴가는 점심 후 잠깐의 오수(午睡)만큼이나 달콤하다. 피곤해도 기분 좋은 나른함이고, 가벼워진 주머니도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 앞에선 뿌듯한 스트레스이다.빠듯한 일정 탓에 주말을 최대한 활용한 약은 휴가를 다녀왔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딸아이와 아내가 함께 사뭇 진지한 자세로 기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가장으로서 소홀했다는 자책도 잠시 들었다. 딸의 기도가 무색하게 출발하는 날도 게릴라성 호우는 퍼부었고 빗소리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물놀이 갈 생각에 들떠 잠이 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 어린 시절 소풍을 앞두고 하늘을 보며 소원했던 간절함이 되살아났다.하지만 다행이 다음날은 땡볕더위여서 무사히 휴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 복귀하자 또 다른 변덕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오락가락하는 주식시장이 주인공이다. 두 변덕쟁이 때문에 8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루걸러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하루 이틀 사이에 80포인트 내외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은 야속할 만치 진을 다 빼놓는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한 신용시장의 경색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시장은 롤러코스트 위에 올려졌다. 조정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추가 조정을 주장하는 신중론자들이 늘어가고, 꾸준하게 증가하던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최근 들어 눈에 띠게 둔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초부터 그 파급효과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내 무감각해졌고, 이미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듯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해 나갔다.

이 대목에서 대우채 사태가 터진 1999년 7월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 당시 시장에서도 대우채 문제는 이미 노출된 악재이며, 더 이상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IMF 이후 가파르게 회복되던 시장은 대우채 문제로 인해 급격한 조정을 받게 된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시장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시장의 패러다임은 바뀌었으며 시장참여자들의 투자마인드도 많이 성숙했다. 아직 대량 환매사태나 본격적인 펀드자금의 이탈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우리 시장은 그동안 획기적인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소의 추가조정은 있겠지만 그 폭이 깊고 길어지리라는 전망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대비가 필요했다는 조용한 반성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침착한 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게릴라성 호우'는 말 그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 현상임을 잘 알고 있다면 그에 대비책은 한 가지다. 다소 귀찮더라도 항상 우산을 챙기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근래와 같이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재테크에 있어서 꾸준한 수익률 관리에 필적할 만한 현명한 방안은 없다. 시장이 좋을 때 리스크를 떠올릴 수 있고,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들이 난무할 때가 절호의 찬스라는 마인드만 갖춘다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다. 우산만 챙겨 다닌다면 말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 우산은 무엇일까? 투자 예비재원의 확보를 통한 기간 분할 투자기법, 다양한 투자 지역에 대한 고려, 투자 대상의 다원화가 그 것이다. 이에 선행되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예측이다. 2007년 8월. 변덕쟁이와 화해하는 슬기만 있다면 투자에 있어 보기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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