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업은 거대한 사기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성과가 뛰어난 펀드매니저를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버드대학기금을 세 배나 키운 잭 마이어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좋은 투자성과를 내기 위해선 첫째 분산투자, 둘째 투자비용 절감, 셋째 장기투자를 꼽으면서 인덱스펀드 투자를 권하고 있다.

인덱스펀드는 인덱스(Index·지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익을 낼 목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를 지칭한다. 인덱스펀드는 1964년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에서 처음으로 소개됐고 7년 뒤인 1971년 웰스파고은행(Wells Fargo Bank)이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만들었다. 뱅가드자산운용의 창업자 존 보글은 이보다 4년 늦은 1975년 '뱅가드 S&P500'을 설립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로서는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S&P500은 운용 규모가 113조원으로 전 세계에서 큰 펀드 가운데 하나다.



■도박장 주인에게 수수료 안내고, 게임에 참여하는 셈

이론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수익률은 주식시장 총 수익률에서 각종 금융비용을 뺀 금액이다. 이것이 인덱스펀드의 논리적 배경이다. 우리가 흔히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도박장에서 돈 버는 선수는 도박장 주인"이라는 말이 인덱스펀드의 존립근거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의 펀드 수익률을 측정한 결과,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은 일반주식펀드들이 올린 수익률보다 연 평균 2%포인트 가까이 높았다고 한다. 이는 펀드에서 매년 떼는 신탁보수와 펀드가 거래하는 주식 중개수수료 때문이다. 일반주식펀드를 잘만 고르면 지수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다.

미국에서 인덱스펀드 운용규모는 2006년 말 기준 810조원(환율 920원 적용)으로 전체 미국 내 주식펀드 4484조원의 18.1%를 차지한다. 대표적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S&P500의 운용규모는 113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주식펀드 규모와 유사하고 미국 인덱스펀드 총액에서도 14%를 차지한다.




■평균 수익률에서 주식형 펀드 앞서

우리나라 대다수 인덱스펀드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이지만, 최근 각종지수가 개발되면서 다양한 인덱스펀드가 선보이고 있다. 현재 전체 인덱스펀드 운용 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전체 국내 주식펀드 총액 중 10%를 차지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나 상대적 비중 면에서 모두 뒤처지나 미국의 인덱스펀드 역사가 30년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펀드 수는 1999년 말 5개에서 최근 106개로 급증했고 종류도 10여 종에 달한다.

인덱스펀드의 장점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평균수익률 측면에서 일반주식펀드를 앞선다는 점, 둘째 펀드 간 성과 격차가 좁아 펀드 선택위험이 일반주식펀드에 비해 작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의 인덱스펀드가 과연 일반주식펀드 성과를 앞서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최근 5년간 성과는 인덱스형(코스피200 추종형)이 연 평균 25.1%로 일반주식펀드보다 연 0.6%포인트 낮았고 3년간은 3.0%포인트나 낮았다. 5년 미만 성과는 인덱스형의 참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999년부터 최근까지 약 9년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덱스형이 연평균 18.0%(누적 339.4%)로 17.4%(누적 320.7%)인 일반주식펀드를 연 0.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성과는 특정 주식집단의 움직임에 따라 100% 분산 투자하는 인덱스형이 일반주식펀드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의 장기 성과를 관찰하면 이 같은 주가움직임의 특이현상이 사라지고 인덱스형 본연의 장점, 즉 저비용 효과가 드러나게 된다.

한국에서 인덱스형과 일반주식형의 지난 9년간 성과 차이는 우연인지 몰라도 펀드 간의 신탁보수율 차이와 유사하다.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일반주식형과 인덱스형의 신탁보수율을 단순평균하면 각각 2.3%와 1.5%로 인덱스형이 0.8%포인트 싼 편이다. 펀드수수료가 수익률 차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성과 격차와 보수율 격차의 유사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펀드 간 수익률 편차도 작아

인덱스펀드는 또 펀드 선택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주식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종목선택 및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공하는 펀드는 높은 수익을 내겠지만 실패하는 펀드는 주가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과의 지속성이다. 성과의 지속성이 존재한다면 과거 성과가 좋았던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변경, 운용철학 및 프로세스의 잦은 변경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펀드의 성과가 일관성을 가지기 힘든 것이 운용업계의 현실이다. 설혹 운용환경이 변하지 않는 운용사가 있다 하더라도 담당 매니저의 실수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과거 성과가 좋았던 펀드가 다음에도 계속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 기본 운용목표인 만큼 지수대비 펀드 간 수익률 편차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절대수익률이야 시장 흐름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장 대비 상대수익률은 인덱스형이 일반주식형에 비해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과거 5년간 수익률이 존재하는 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가 173.7% 오르는 동안 일반주식펀드는 최고 433.5%에서 최저 134.3%로 무려 299.2%포인트 격차를 기록했다. 인덱스형은 같은 기간 최고 230.2%에서 최저 184.9%로 꼴찌펀드마저 주가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격차도 45.3%포인트에 불과했다. 1등과 꼴찌의 차이가 일반주식형의 경우 인덱스형의 6.6배에 달한 셈이다.

인덱스펀드의 미래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s)를 이용한 초단기 투자자의 증가와 인덱스펀드의 다양화 때문이다. 투자 비용을 더 낮추고 거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탄생한 ETF가 초단기 투자자인 '데이 트레이더'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단기 투자는 인덱스형의 저비용 특성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또 정보가 부족한 개인을 위해 탄생한 인덱스펀드는 업종지수, 스타일지수, 국가별지수 등을 이용한 인덱스펀드가 등장하면서 전문화하고 있다. 이는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인덱스펀드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시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낳을 것이 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최상길 제로인(펀드평가회사)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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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volatile) 시기입니다."

세계 펀드업계의 전설, 존 보글(John Bogle·78). 워런 버핏과 함께 20세기 세계 4대 투자 거장에 꼽히며(포천지·1999년),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타임지·2004년)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조심스러웠다.

"요즘은 하루에 주가가 2%이상 요동친 날이 15일이나 됩니다. 10일간 떨어지고, 5일간 오르는 식이죠.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의 시각은 늘 시장보다는 실물에 고정돼 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의 동요가 1987년 '블랙먼데이(Black Monday)' 식 금융교란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침체를 부르는 경기둔화로 이어질까봐 우려했다. 20대부터 월가(街)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이제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숫자를 갖다 댔다. 경기침체의 가능성 역시 숫자로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을 75%로 봅니다."

하지만 그는 단기 전망을 거부했다. "올해 투자 환경이 어떻겠느냐"고 묻자, 그는 즉각 "오직 바보(fool)만이 연간 전망을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에 의해 결정될 뿐"이라며, "내년에 비가 올지, 아니면 햇볕이 쬘지 도박(bet)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그는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흐름을 바꿀 때 예측을 했었고, 그 예측은 맞아왔다. 닷컴 주식이 하늘을 날던 2000년 초,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올해 힘든 시기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약세와 비관으로 주식시장이 바닥에 있던 2002년 10월에는 "지금 주식을 던지는 것은 매우 바보 같은 일"이라고 단언했고, 그 이후 주식시장은 큰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을 "많지 않은(modest) 수익을 올리는 시기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건전한 투자자라면, 그대로 있으라"

극도로 예민한 현재의 금융환경에서,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가? 그의 대답은 분명했다. 당신이 건전한 투자자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채권과 주식을 적절히 나눠서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지금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됩니다. 주식시장을 들락거릴 이유가 없어요."

그는 건전한 투자를 "나이가 들었으면 채권 투자 비율을 높이고, 젊으면 주식 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분산된 투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기적 이득을 노리는 투기적 성향을 경계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 중에는 투기꾼(speculator)이 많습니다. 내가 만약 투기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다면, 당장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오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투기꾼에게는 조언을 하지 않죠."

그의 투자 세계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닮았다. 워런 버핏은 "월스트리트는 거래가 있어야 돈을 벌지만, 투자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돈을 번다"고 했다. '회전'하지 말고 '보유'할 것을 강조하는 투자철학을 보글은 확률로 설명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두 번을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빠져나간 뒤 주식이 15% 혹은 20% 내렸다고 보죠. 그러면 이 상황에서는 무서워서 다시 들어오기 힘들어요. 주식시장이 방향을 틀 때마다 6~7번씩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그걸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투자를 할 때 두 가지 'e'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하나는 감정(emotion)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expense)이다. 초과 수익을 올리려는 탐욕과 투자에 따르는 비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었다. "시장평균 수익률이 8%라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수익을 낼 것 같습니까?" "맞아요. 8%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투자를 하려면 보통 연간 2~2.5%의 비용이 들죠. 다시 말해 주식시장은 투자비용을 빼기 전엔 '제로섬 게임'이고, 투자비용을 빼고 나면 '지는 게임(loser's game)'입니다."

그도 인정하는 예외가 있다. "워런 버핏은 '운(運)일까, 기술(skill)일까?" 이렇게 자문한 뒤, 그는 자답했다. "기술이죠. 그는 투자비용을 극히 낮게 유지하고, 세금을 절약하고, 장기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주식을 선택하죠." 하지만 '제2의 워런버핏'은? "몇 년 전 그렇게 불렸던 레그 메이슨(Legg Mason) 펀드의 빌 밀러(Miller)는 올해 10%를 잃었죠. 그가 손실을 만회하고 올라올까요? 알 수 없죠."




■"현재 펀드산업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

월스트리트는 존 보글에게 '성인(聖人) 존(St. Joh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그의 철학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존 보글은 1974년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1975년엔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500 인덱스펀드'를 개발했다. 인덱스펀드는 전체 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펀드를 구성, 개인 투자자들이 아주 적은 비용으로 나라 안의 상장주식을 골고루 보유할 수 있도록 한 펀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존 보글의 인덱스펀드 개발은 바퀴와 알파벳 발명만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글은 인덱스펀드를 출시하면서, 투자자를 위해 최초로 판매 수수료도 없앴다. 이 펀드는 매년 30%의 이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겼다. 그가 1996년까지 CEO로 재직한 뱅가드그룹은 120개가 넘는 펀드 상품에 1조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굴리는 세계 2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현재 보글 금융시장연구센터의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바로 그가 낳고 키운 펀드업계를 향해 '독한 소리'를 쏟아낸다.

"펀드산업은 이제 투자자의 재산을 돌보는 관리자정신(stewardship)이 아니라 세일즈맨정신(salesmanship)에 기초하고 있어요. 온갖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내며 고수익을 올린다고 선전하죠.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Weekly BIZ는 철학자의 냄새가 나는 이 투자가를 지난해 말 전화로 인터뷰했다. '월가의 성인'이 들려주는 투자의 지혜를 소개한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미국 언론은 앞다퉈 마이크를 존 보글과 연결한다. 그는 두려움으로 양떼처럼 몰려다니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 광기와 패닉으로 출렁이는 시장의 요동을 체로 걸러내는 그의 철학은 '상식'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 상식을 확률과 사례로 풀어냈다. 인터뷰는 지난해 말 진행됐지만, 독자의 편의를 위해 시제를 올해로 바꿔서 전달한다.




■"유가와 달러 가격 반전될 것"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혼란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불안정(volatile)한 시기입니다. 50여 년 전 내가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주가가 2% 이상 요동친 날이 1년에 3~4일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주가가 2% 이상 요동치는 날이 15일이나 돼요. 10일간 떨어지고, 5일간 오르는 식입니다. 이것은 전례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과거 역사(history)에 많이 의존하지만, 역사는 매우 잘못된(misleading) 길로 인도하곤 합니다."

―이번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1987년의 블랙먼데이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훨씬 심각해 1929년의 대공황에 비유될 수 있는 건가요?

"그 둘은 매우 다른 사건입니다. 대공황은 비즈니스적이고 경제적인 사건(event)입니다. 투자를 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모두 영향을 받았죠. 길거리를 오가고, 일하는 사람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반면 1987년의 사건은 하루 동안 주가가 대폭락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검은 백조(black swan)'라고 불렸죠. 그전까지 보지 못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1987년의 경제는 좋았고, 그해 말 주식시장이 문을 닫을 때의 종가는 연초 시작 때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반면 1929년과 1933년의 대공황은 경제적 현실(reality)이었습니다. 이것이 차이점이죠. 하지만 두 사건은 현재와 유사한 점도 있습니다. 발생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는 거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낮추려 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결국 금리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내게는 분명한 게 있습니다. 미 연준은 단기적인 소비자 신뢰지수를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면, 소비를 덜 하게 되고, 그러면 미국 경제는 경기둔화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미국경제가 경기둔화(slowdown)를 겪게 될 가능성이 75%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 연준은 바로 단기금리 조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경기를 걱정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반면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는 장기금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달러 값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원유는 상품입니다. 상품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닙니다. 수요측면에서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급은 확장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에는 투기가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유가 급등에는 수요·공급보다 투기꾼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투기꾼들이 유가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이 포트폴리오를 거꾸로 조정하면 상품가격이 떨어질 겁니다."

―달러 값은 어떻게 됩니까?

"내 생각엔,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달러 약세의 요인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투기꾼들은 이제 생각할 겁니다. 달러가 지금까지 떨어져왔으니, 반전될 때도 됐다. 투기꾼들이 그렇게 느끼면 달러의 하락세는 반전되겠죠. 나는 현 수준의 달러 시세가 특별히(particularly) 떨어질(bearish)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지나치게 달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죠."




■"주식시장에 들락거리지 말라"

―올해 투자환경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오직 바보(fool)만이 연간 전망을 하죠. 하지만 내가 책('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비즈니스맵)에서 썼듯이 주식시장의 수익(return)을 결정하는 게 무언지는 분명합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입니다. 올해 기업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를 조금 밑돌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이익은 내년에 5~6% 성장이 예측됩니다. 투자자의 이익은 이 둘의 합계이기 때문에 연간 7~8% 수익을 내는 셈입니다. 현재 미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개인적으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태양 아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내년에 주식이 수익 대비 22~24배에 팔릴 수도 있고, 12~15배에 팔릴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내년에 비가 올지, 햇볕이 내리쬘지 도박(bet)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예민한 투자환경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합니까?

"내 조언에 충격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투기꾼(speculator)들이죠. 투자자(investor)들은 충격을 받지 않죠. 만약 2008년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당신은 투자자가 아니고, 투기꾼입니다. 투기꾼은 너무 많은 돈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채권과 주식, 미국 주식과 해외 주식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지금 하던 대로 계속 하면(stay the course) 됩니다. 주식시장에 들락거리는 게 너무 이상한 거죠."

―투기꾼들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투기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다면, 당장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오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투기꾼에게는 조언을 해오지 않아서, 그런 상황에 익숙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 중에는 투기꾼이 많습니다. 반면 채권에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등 건전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그냥 '지켜보라(look)'고 권하겠습니다. 나 같으면, 주식 비율을 다소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산배분을 별로 조정하지 않을 겁니다. 주식투자비율이 70%가 넘는 상황이라면 주식투자비율을 예를 들어 60%로 낮출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결코 빠져 나오지는 않겠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오려면 정확한 타이밍을 알아야 합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두 번을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빠져 나간 뒤 주식이 15% 혹은 20% 내렸다고 보죠. 그러면 이 상황에서는 무서워서 다시 들어오기 힘들어요. 주식시장이 방향을 틀 때마다 6~7번씩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그걸 할 수는 없습니다."



■인덱스펀드가 가장 좋은 투자

―1975년에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만든 뒤, 줄곧 '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죠.

"1951년에 프린스턴 대학 재학시절에 쓴 논문 주제였는데,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이 뮤추얼펀드 산업으로부터 정당한(fair)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인덱스펀드는 다릅니다. 인덱스펀드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거둔 이득에서 정당한 몫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주식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겁니다. 길거리의 일반투자자가 그전에 할 수 없었던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시장 위험, 개별 주식 위험, 관리 위험, 스타일 위험(가치형, 성장형 등) 등을 제거하고, 시장의 수익만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거죠. 데이터를 보면, 인덱스 투자 전략이 다른 투자보다 94%나 더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인덱스펀드 투자를 많이 하지 않죠?

"몇 가지 이유가 있죠. 미국의 경우를 보면, 투자자보다는 투기꾼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덱스 투자는 투기꾼들에게는 좋지 않죠. 물론 인덱스펀드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ETF(Exchange Traded Funds)는 인기지만 말이죠. 하루 종일 인덱스펀드를 거래한다면 정의상 투기라고 봐야 합니다. 인덱스펀드는 투자자에게 좋은 것이지만, 현재 투자자에 대한 교육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펀드산업은 더 이상 투자자의 재산을 돌보는 관리자 정신(stewardship)이 아니라 세일즈맨 정신(salesmanship)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증권산업은 매우 마케팅을 잘합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증권을 팔고 있죠. 그들은 인덱스펀드를 팔기보다는, 새로 나온 펀드와 펀드매니저의 상품을 팔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과거에도 먹혀 들었고, 미래에도 그럴 겁니다. 우리는 정보 비대칭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이런 금융상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구매자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죠.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나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영원히 자신들의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하지 않습니까. 주식투자에서도 단순히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보다, 시장 평균 수익을 앞지르려고 시도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물론이죠. 시장을 앞지르려고(beat the market)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 평균 수익률이 8%라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수익을 낼 것 같습니까? 8%입니다. 투자자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보았을 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시장 시스템에 참가하려면, 내 계산으로 보면 연간 2~2.5%의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시장은 8%를 얻지만, 당신은 5.5~6%의 수익을 얻게 되죠. 이게 현실입니다. 시장에서 평균 이상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평균을 밑도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투자비용을 빼기 전에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고, 투자비용을 빼고 나면 '지는 게임(loser's game)'입니다. 미국의 한 잡지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성과는 오락가락하지만, 비용은 영원히 올라간다.'"



■모든 사람이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다

―워런 버핏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장을 앞지를 수 있는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인가요?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균은 아니죠. 시장을 앞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확률분포곡선에서 보면 아주 적은 사람들이죠. 동전던지기를 생각해봅시다. 동전을 던져서 숫자가 있는 면이 나올 확률이 처음에는 2분의 1이지만, 10번 연속해서 같은 면이 나올 확률은 1024분의 1로 줄어듭니다. 이게 게임의 속성입니다. 계속 이기려면 엄청난 운이 필요한 거죠.

그렇다면 워런 버핏은 '운(運·luck)'일까, 아니면 '기술(skill)'일까요? 나는 워런 버핏은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매우 지혜롭게 일을 해왔습니다. 투기를 하지 않고 투자를 합니다. 투자비용도 극도로 낮게 유지합니다. 또 그는 매우 세금에 신경을 씁니다.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을 씁니다. 장기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주식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존재가 인덱스펀드가 틀렸다는 증거일까요? 아닙니다. 워런 버핏은 미국에서 인덱스펀드를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사입니다. 모든 사람이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습니다. 몇 년 전 '제2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던 레그메이슨(Legg Mason) 펀드의 빌 밀러(Miller)는 올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10%포인트나 뒤졌습니다. 올해 시장은 6%의 수익을 냈는데, 밀러는 4%를 잃었습니다. 글쎄, 그가 기술이 있어서 올해의 손실을 만회하고 올라올 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워런 버핏이 그렇게 뛰어나다는 걸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저 워런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벅셔헤더웨이 머니 매니저들이 실제로 채용하고 있는 전략을 따라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세요. 그런데 기억할 것은, 이 포트폴리오에서 굴리고 있는 돈이 300억 달러가 넘는다는 거죠. 또 이 포트폴리오에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치는 1300억 달러가 넘습니다. 벅셔헤더웨이가 큰 재보험사를 샀는데, 좋은 비즈니스이고, 경영도 잘 됩니다. 그런데 미래에도 벅셔헤더웨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을 들고 갈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적립식 펀드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regular saving plan) 방식은 어떻습니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매년 시장 평균 수익을 가져갈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행복하죠. 내가 1951년부터 투자한 방법입니다. 매년 많지 않은(modest amount) 돈을 투자했지만, 지금은 매우 많은 돈으로 불었죠."

―당신은 책에서 '중심계좌(serious money)'와 '오락계좌(funny money)'를 나눠, 대부분의 돈을 중심계좌로 분류해 인덱스펀드 등에 신중하게 투자하고, 굳이 투기적인 투자를 하려면 5% 정도의 돈만 오락계좌에 넣어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에 관해서는 심각한 이 세계에 '재미 삼아 굴릴 돈'이 따로 있을까요?

"(책에서는 그렇게 썼지만) 내게는 그런 돈이 없습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명심해야 할 한가지만 일러주시죠.

"당신의 자산을 조심스럽게 배분하라는 겁니다. 주식과 채권 사이에서. 또 반드시 투자비용을 낮게 유지하세요. 그러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겁니다."




[박종세 경제부 기자 j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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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지음 / 명진출판 / 1만 2000원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농사다.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평범한 부모일 뿐. 누구나 자녀를 처음 낳고 처음 길러본다.

성공한 CEO들도 일반인과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알고, 그것을 유전자처럼 아이에게 심어주고자 애쓴다는 것이다.

이 성공 유전자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전달되고 있을까.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가 쓴 신간 ‘CEO의 자녀교육’이 고민하는 주제다. 책은 이 주제를 기자 특유의 냉철한 분석력으로 다루고 있지만 딱딱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독자와 같은 자리에서 ‘부모의 시선’을 유지했기에 친근한 느낌을 준다.

김 기자는 “책을 준비하면서 엄청난 반성을 하고 또 했다”고 털어놓는다. 머리말에서 그는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겪었던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책엔 총 37명의 전·현직 CEO들이 등장해 자신의 교육관과 부모로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저자는 그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포인트를 뽑아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흔히 재력이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면 돈 걱정 없이 다양한 기회와 혜택을 누리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런 배경을 두고 성공으로 향하는 기본 조건이 다르다며 푸념하기 일쑤다. 책은 이런 통념을 깨고 교육에 있어 기본 철학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가 만난 CEO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육일약국 갑시다’란 베스트셀러로도 유명한 김성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대표는 자녀 교육 철학에 대해 “단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줘야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해진다는 의미에서다.

책 내용에서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동원그룹의 자식 교육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맏아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을 정말 혹독하게 키워냈다. 김 부회장은 입사하기 전 6개월간 남태평양에 나가 참치배를 타는 등 험한 현장 훈련을 거쳐야 했다. 둘째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남인 김남정 상무는 경남 창원에 위치한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첫 사회생활을 했고 동원산업 영업부 평사원으로서 시내 백화점에 참치 제품을 배달하는 일도 했다.

이왕이면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게 평범한 부모들 생각이라면 이들은 거꾸로 ‘고생을 시켜야 제대로 자식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37명 CEO들의 진솔한 고백

같은 맥락에서 아예 부모 덕(?)을 바라지 않도록 하는 이들도 있다.

잘 알려진 한 기업의 오너는 “내 회사에 2세 경영자는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고 책은 전한다. 대신 자신의 두 아들은 독자적으로 살길을 찾도록 만들었다.

성공한 CEO나 기업오너들은 자신이 신사업을 일궈온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들도 자신만의 꿈을 스스로 이뤄가기를 원한다.

책에 나오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의장은 “인간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게 돼 있다. 부모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시키는 것은 아이가 길을 에둘러 가게 만들 뿐”이라고 말한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저자는 ‘객관적으로 좋은 직업은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

설사 그런 직업이 있다 할지라도 ‘내 아이가 꼭 그 길을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부모 역할은 무엇일까. 정답을 알려주려 하지 않고 단지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책에 나오는 모 기업 상무처럼 자녀의 방황하는 모습에도 끈기를 갖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자녀가 아닌 스스로에게도 투자해야 한다. 책은 그 모든 노력들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주며 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38·신년2호(08.01.0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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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외환거래 제한·노동쟁의 등 없고 다양한 물류여건·기업지원 시스템 갖춰
모하메드 실용 리더십으로 인습 타파

‘사막의 신천지’ ‘중동의 뉴욕’ ‘외국인 투자자의 블랙홀’…. 1960년대 인구 30만명이 석유를 팔아 먹고 살던 두바이는 지금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열사(熱沙)의 지상낙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두바이를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선거공약을 내놓을 정도로 두바이의 눈부신 발전에 관심이 높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두바이처럼 창조경영을 하라”며 기업경영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두바이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두바이국제금융센터기구(DIFCA) 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은 그 이유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왕족의 리더십과 ▦규제가 없는 개방으로 압축했다.

아랍에미리트(UAE)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부상에는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개방노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한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에 입각해 폐쇄경제를 개방경제로 전환, 외국인 투자천국으로 만들었다. 친미주의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최대강국과 맞선 나라치고는 잘 사는 나라가 없다”며 반박했다. “미래를 바꾸지 않으면 노예상태로 머문다”는 그의 철학은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이었다.

1985년 중동에서 처음으로 자유무역항을 열었고, 배후에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한 것은 개방의 상징적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오픈 스카이’ 정책을 추진해 이제는 중동과 아프라카 지역의 교통ㆍ물류 중심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아ㆍ중동 팀장은 “당시 다른 산유국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오늘날 두바이가 중동지역의 물류 및 관광 허브로서의 ‘선발자’ 효과를 누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4無(세금, 외환거래제한, 자국민의무고용, 노동쟁의) 2多(물류여건 기업지원시스템)’정책도 두바이 성공의 큰 축이다. 이는 주변국 오일머니(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번 돈)를 흡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국적 인재 등용은 ‘창조 두바이’의 초석으로 통한다. 엘든 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명하고 개방된 경제와 왕실의 비전과 리더십을 강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두바이식 경제모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두바이식 개방이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방식의 외자유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고층 빌딩(버즈두바이)과 세계 최초 인공해상도시(팜 아일랜드)는 ‘두바이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수단으로 적합한지는 미지수다. 특히 도시국가(인구 200만명)의 개방정책을 제조업에 성장기반을 둔 우리나라(5,000만명)에 접목시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거품도 큰 문제다.

엘든 위원장도 “특별구역을 세운다면 (두바이식 경제개발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두바이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발상”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개방은 하되, 한국 방식에 맞게 고유의 성장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엘든 위원장의 조언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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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증권사 확보해 종합금융사 도약"
직원만족 경영으로 작년 취급고 4조 달성
해외진출 가속…국내외 각 10조 달성 꿈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개 ‘고객만족’을 기업 경영의 1순위로 꼽는다. 먼저 고객을 왕으로 대접해야 기업도, 직원도, 주주도 잘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명제. 하지만 이동림 대우캐피탈 사장은 달랐다.

이 사장은 6일 한국일보ㆍ석세스TV와의 인터뷰에서“직원이 만족하면 고객이 자연스럽게 만족해 회사 수익이 늘고 배당 받는 주주도 만족한다”며 ‘직원 우선’의 경영철학을 밝혔다.

그의 이런 지론은 대우그룹 해체로 느낀 좌절과 대우캐피탈 CEO로서의 성공 등 직장 생활 32년 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 이 사장은 “워크아웃 7년을 거치면서 회사 재산은 사람과 시스템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좋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고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그는 해외사업과 신기술 금융에 승부를 거는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신기술 금융에 대한 인가를 받아 놓았다”며 “올해 IB투자와 벤처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순이익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국내ㆍ외에서 각각 10조 매출의 취급고를 달성 하겠다’는 중장기 플랜도 공개했다. 그는 “3년 동안 대우캐피탈은 매년 30% 성장에 취급고 4조원 등 그간 꿈이라고 여겨 상상도 못하던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국내 매출 10조원, 해외 매출 10조원이 결코 허황된 계획이 아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수신기능을 확보해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제안서도 제출한 상태라고 처음 공개했다. 그는 “정부가 신규 증권사 설립 허가를 인정할 경우 증권사 설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캐피탈의 해외공략은 지난해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대표사무소를 설립해 독립국가연합(CIS) 및 동유럽권역 시장확보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어 중국 베이징에도 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는 “1월 말에 베트남, 3월 중순엔 우크라이나에 사무실을 여는 등 해외 쪽에 4개 거점 정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금융업종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며 “수신 기능 확보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 대우캐피탈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한국일보 자회사인 케이블 방송 석세스TV의‘송영웅 기자가 만난 위대한 CEO’(월ㆍ목요일 오전 10시30분, 밤 12시) 코너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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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증권금융 위상정립 자립기반 확보 최우선"

자통법 앞두고 급변하는 금융시장 대응

신규업무 창출ㆍ확고한 브랜드파워 구축

2011년 자산 100조원 '비전2011'도 추진



자본시장 환경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인 금융ㆍ증권의 영역파괴와 무한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의 판도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이같은 자본시장의 빅뱅, 금융환경의 대변혁기를 맞아 `증권금융의 위상정립과 자립경영기반 확보'를 새해 목표로 제시했다.

이두형 증권금융 사장은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을 인용, "지구상에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는 가장 힘이 센 자도, 가장 지적인 자도 아닌, 바로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자"라면서 증권금융의 혁신적 변화를 강조했다. 이 사장이 밝히는 새해 목표와 향후 증권금융이 지향하는 바를 들어봤다.

대담=김욱원 정경과학부장

-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올해 소망과 경영목표를 밝혀달라.

"올 한해 우리나라는 금융산업과 시장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2009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 증권업계의 대대적인 판도변화가 있을 것이다. 또 신정부 출범에 따른 금융정책환경의 다변화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고공행진을 벌이는 국제유가, 미 서브프라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가능성 등 외부 불확실성이 상존해있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증권금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생존ㆍ성장 전략을 요구한다.

올해는 증권금융의 위상정립과 자립경영기반 확보를 새해 경영목표로 설정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법칙은 이제 업종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모든 기업의 생존불문율이다. 올해는 증권금융이 새로운 금융환경 하에서 안정적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 올해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한다면.

"변화의 급물결 속에서 증권금융의 위상정립과 자립경영 확보라는 것은 쉽지 않지만 꼭 이뤄야할 목표이다. 이를 위해 4가지 사항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상생이 곧 우리 경쟁력'이라는 전략으로 고객 예탁금 관리, CMA자금 예수, 대주업무 등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신규 업무 창출을 통해 증권사와 상생기반을 공고히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롭게 변하는 자본시장 구도에서 증권금융의 위상을 확고히 정립할 계획이다. 또 IB지원, 신용대출업무 등 신규 개발업무를 지속 가능한 수익원으로 안착시키는 한편 자산운용 역량 강화, 자금 조달원 다변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립할 생각이다.

셋째는 고객이 신뢰하고 시장이 인정하는 증권금융만의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사항은 열린 경영, 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경영자와 내부 직원간 거리를 좁혀나가겠다."

- 사실 `한국증권금융'하면 대부분 투자자들은 잘 모르는 기업이다. 회사를 알기 쉽게 소개해달라. 그리고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회사가 설립된 지 오래됐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증권시장의 은행으로 보면 된다. 한국증권금융은 1955년 10월 증권시장의 자금공급과 지원을 위해 설립된 증권금융 전담회사이다. 주요 업무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담보대출을 통한 증권산업 지원업무, 증권투자자에게 유가증권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일반고객 업무가 있다. 세부적으로는 고객예탁금, 우리사주 전담관리 등의 공적업무, 유가증권수탁ㆍ유가증권 대차거래 중개업무를 아우르는 시장인프라 업무를 취급한다.

증권금융제도는 나라마다 경제여건과 증권시장의 특성에 따라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우선 미국이나 유럽처럼 금융기관이 증권금융을 분산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일찍부터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유가증권 등의 금융자산 보유가 일반화돼 있으며, 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증권업을 겸영하는 환경이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대만, 태국 등과 같이 증권금융만을 전담 관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본시장 역사가 짧고 증권금융 역할 및 기능이 미흡해 정책적으로 증권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증권금융 전담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다."

- 올해 경영목표 중 회사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시장에서 현재 회사의 위상을 진단해주시고 향후 회사 발전을 위한 비전에 대해 밝혀달라.

"현재 증권금융의 위상을 진단한다면 증권금융의 독점적 지위와 기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시장, 업계, 주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는지, 지속성장기반으로 내부 역량은 갖췄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능동적인 대응이 미흡했다.

이제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신규업무 개발, 수익력 확대, 자산규모 및 자기자본 확충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증권 특화 금융기관이라는 내용을 포괄하는 `비전 2011'을 세웠다. 2011년 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1000억원, 도매금융형 서비스 및 시장인프라 업무중심의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체적 방향성도 수립했다."

- 회사의 발전전략 방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증권시장에 대한 자금공급 등 고유의 증권은행 기능을 더욱 확실히 하고, 고객예탁금, 청약증거금 등 자본시장 투자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또 증권수탁, 증권대차 및 자금중개 등 미래 성장기반으로 도매금융 시장인프라업무를 보강하고, 자산운용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찰스 다윈의 저서인 `종의 기원'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는 가장 힘이 센 자도, 가장 지적인 자도 아닌, 바로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자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증권금융이 꿈꾸는 비전 2011의 진정한 뜻은 단순히 재무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변화하는 금융흐름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고와 시스템의 가동을 의미한다."

- 오랫동안 공직에 계셨던 이 사장께서 한국증권금융 CEO로 취임한 지 1년여가 넘었다. 공직생활과 민간기업 CEO로서 역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같은 점은 무엇인지 비교해 달라.

"증권금융회사의 시장 효율성과 안정성 제고 기능은 정부의 정책 추진업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8여년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봉직하면서 금융시장과 주식시장과 관련된 부서에 몸담았었기 때문에 증권금융회사의 업무가 낯설거나 생소하지는 않다. 다만, 증권금융회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영업 활성화를 통한 수익력 제고를 위한 경영 마인드이다.

증권금융회사는 공적업무의 비중 못지 않게 민간 금융기관으로서 존립기반이 필요하다. 즉 수익을 내야한다는 얘기다. 낮은 수익성을 갖고는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이 없고 주주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 없다. 또 공직생활을 할 때에는 시장상황에 객관적이고 간접적 참여자였지만, 지금은 당사자가 되어 직접 고객과 접촉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는 측면이 있다."

- 최근 우리사주제도를 이용한 종업원 재산형성과 관련해 시장의 관심이 높은 만큼 우리사주전담관리기관으로서 증권금융의 역할에 대하여 말씀해 달라.

"우리사주제도는 기업 또는 정부가 각종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 근로자로 하여금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고 보유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또 이를 통해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도모하고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공평성 달성에 기여해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우리는 제도적 기반이 확충된 우리사주제도를 활성화해 근로자, 기업, 주주,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사주 전문 수탁기관 및 금융지원기관으로서, 조합의 재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조합운영 상담교육업무를 수행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 평소 경영철학을 밝힌다면.

"개인적 신조는 `사고는 신증하게 행동은 과감하게'이다. 무엇보다 고객과 시장을 중시하고, 열린 경영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하고 마음의 벽을 헐어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를 감동시켜야 한다. "

정리=박정연기자 jypark@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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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계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 기조가 구체화하고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어제 공정거래위원회 업무 보고 후 "출자총액 제한은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선진국에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한다"고 밝혔다. 

출총제 문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출총제는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막고 공장들을 해외로 떠나게 만든 핵심 규제"라고 재계가 폐지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재벌규제책이다. 

인수위는 또 기업들이 지주회사 설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부채비율 200% 이하, 비계열사 주식 5% 이하 보유 등 요건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상호 출자 금지, 계열사 채무 보증 금지, 금융ㆍ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주요 대기업 규제 수단들도 친기업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를 잇달아 방문, 새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정부인 '친기업정부'(프렌들리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 당선인의 정치철학에 따라 차기 정부가 친기업정책 기조를 구체화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차기 정부는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친기업정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이 잇단 친기업정책 발표는 국경없는 글로벌 경제전쟁시대에 맞게 기업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뛰어보라는 이 당선인의 기업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친기업정책으로 정책의 프레임을 전환한 것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출총제가 폐지되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재벌 총수들의 출자를 통한 경영권 장악 시도 가능성이 야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됐으면 한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미 출총제 폐지로 인한 이같은 문제점을 경고한 바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책효과가 십분 발휘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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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참여정부 들어 사실상 멈췄던 공기업 민영화가 다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8일 기획예산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상반기중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일정을 확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빠르게 민영화 대상 공기업을 골라내고 스케줄을 확정해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확보한 돈은 각종 공약사업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영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 서두르다 보면 제값을 받지 못해 헐값 매각과 특혜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해당 공기업 직원들과 노동계의 반발도 우려된다.

◇ 8개 공기업 민영화 완료

국민의 정부가 마련한 민영화 계획에서는 11개 공기업이 민간에 넘겨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중 ▲국정교과서(98년11월 완료) ▲기술종합금융(99년 1월) ▲대한송유관(2000년 4월) ▲포항제철(2000년 10월) ▲한국종합화학(2000년 11월) ▲한국중공업(2000년 12월) ▲한국통신(2002년 5월) ▲담배인삼공사(2002년 10월) 등이 민영화를 마쳤다.

그러나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는 민영화가 중단됐다. 에너지 분야 네트워크형 산업으로 경쟁여건이 미성숙했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판단이었다. 한마디로 공적독점이 사적독점으로 전환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참여정부는 우려했다.

또 이들 기업을 민영화하면 요금이 올라가고 수급이 불안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참여정부의 이런 철학으로 인해 이들 네트워크형 3개 공기업 외에 상당수 공적기관들의 민영화가 사실상 멈추고 말았다.

앞으로는 민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민영화 대상 공기업과 방식, 일정 등이 나와봐야 구체적 전망이 가능하다.

기획처 관계자는 "현단계에서는 민영화 대상 기업을 어떻게 고를 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앞으로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전.가스공사.난방공사 민영화 대상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와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가 민영화 우선순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전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의 발전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이들과 소규모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력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민영화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발전 외에 송.배전분야나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른 자회사의 민영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경우 분할 매각시 경쟁촉진 제도의 마련여부 등을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는 민간 지배주주의 출현을 막기 위해 지분 상한을 정하는 입법도 추진되고 있어 제도적으로도 민영화가 쉽지 않다.

아울러 이 당선인 스스로 지난해 10월 노동계와 만난 자리에서 "전력과 가스, 수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기본산업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민영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들 기관의 민영화가 추진되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 공적자금 투입기관도 민영화 대상

정부가 국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대주주 노릇을 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의 지분매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매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거대한 '몸집'을 감당할 만한 매수세력이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

인수위 스스로 산업은행 투자은행분야의 매각대금을 20조원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발전 자회사의 가치가 상당부분 포함된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은 24조5천7천20억원(8일 종가기준), 가스공사는 5조6천417억원, 기업은행은 7조1천50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우리금융(15조3천949억원), 하이닉스(10조6천82억원), 대우조선해양(8조5천264억원) 등의 매각까지 진행될 경우 물량소화 부담은 더 커진다.

대주주 지분의 가치는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보다 적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새 정부 임기내에 충분한 가격을 받고 원만하게 매각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분매각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겠지만 지금까지 우리금융의 매각시한이 계속 늦춰진 것은 적정한 매수주체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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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MB노믹스'(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철학)의 개혁 성향을 대변한다."(교수 출신 인수위 관계자)

"국정(國政)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관료 출신 인수위 관계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경제분야에 참여 중인 관료 출신과 교수 출신 인사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연령대에서도 관료 출신 그룹은 60대 전후, 교수 출신은 50대 안팎으로 세대 차이가 난다.

관료 그룹과 교수 그룹은 주요 경제 정책의 방향과 로드맵(이행방안)을 둘러싸고 각각 신중론과 개혁론의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다. 관료그룹은 현실론, 교수그룹은 이상론 쪽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인수위 주변에선 언젠가 이들의 입장차가 수면 위로 분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양측의 입장차가 인수위 내부의 논의를 통해 대부분 원만하게 조율돼 나오고 있다. 겉으로 마찰음이 크게 나지는 않는 '냉전(冷戰)' 양상인 셈이다.

◆60대 관료출신 대(對) 50대 교수출신

관료 그룹의 축은 사공일(67)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강만수(63) 경제1분과 간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현실적인 실행 방안 마련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 당선자의 공약은 약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보이기도 한다.

교수 그룹의 핵심은 이 당선자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곽승준(47) 기획조정분과 위원이다. 또 이창용(47) 서울대 교수, 백용호(51) 이화여대 교수 등이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다.

교수 그룹들은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자는 쪽에 정책 비중을 맞추고 있다. 또 대선 공약 중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된 부분은 공약에 구애받지 말고 과감하게 수정하자는 입장이 강하다. 대부분 이 당선자가 설립했던 '동아시아연구원'의 후신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출신이다.


◆주요 정책마다 입장 엇갈려

가장 먼저 경제 부처 조직 개편에서 입장이 갈렸다. 사공일 위원장은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교수 그룹은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교수 그룹은 옛 재경원 같이 한 부처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결국 경제부총리는 폐지하지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예산권을 가진 경제정책 부서를 만드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양측의 의견이 절충된 셈이다.

이처럼 지난 2일부터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거론된 주요 경제 정책들은 대부분 양측의 입장이 비슷하게 반영되는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

금산분리(金産分離·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 완화도 마찬가지다. 교수측은 "연기금은 물론이고 컨소시엄 방식 등으로 기업들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관료 그룹은 "금산분리는 완화해야 하지만,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다른 생각을 보였다. 결국 "구체적인 완화 범위 등은 앞으로 계속 검토한다"는 절충이 이뤄졌다.

다만 신용불량자 대사면 공약은 교수 그룹이 주도권을 쥐었다. 관료측 장수만 전문위원은 당초 "10조원은 안되는 공적자금을 조성해 해결하겠다"고 브리핑을 했지만, 곽승준 교수 등의 주장대로 7000억원 정도의 초기 자금으로 시작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팽팽한 힘겨루기

지난 7일 재경부 업무보고 때는 곽승준 교수가 강만수 간사에게 보낸 메모가 사진으로 찍혔다. 메모에는 "산은 민영화는 저희 쪽에서 수위조절하여 브리핑…"이라는 내용이 실려있어 언론 발표 등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를 감지케 했다.

당시 재경부 보고 후 인수위 내부에서는 "마치 강만수 간사가 재경부장관처럼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분위기였다"는 말이 돌았다. 재경부 차관 출신인 강만수 간사가 익숙하게 업무보고를 진행했다는 얘기다. 이 당선자도 이런 점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그룹에선 곽승준 교수에게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인수위 최대 현안인 정부조직 개편의 경우 당선자 외에 딱 2명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그 중 1명이 곽 교수"라는 말이 나온다.




[이진석 기자 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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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은 금융개혁에도 철저히 실용주의 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인수위 관계자는 9일 실용주의가 이명박식 금융개혁의 핵심 화두라고 전했다. 이 당선인의 실용노선은 이날 진행되는 금융인 간담회 참석자 선별과 내용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15명의 금융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금융계 현안과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참석자들은 주로 은행 및 증권·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박해춘 우리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데이비드 에드워드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이화언 대구은행장 등이 참석한다.

또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등 증권 및 보험사 대표들도 참석한다.

이 당선인은 참석자를 선별하는 과정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박현주 회장도 뒤늦게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사장 대신 참석하는 등 참석자의 변동도 적지 않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관료 출신 금융인은 거의 참석시키지 않았다”면서 “실용과 능률을 중시하는 이 당선인의 뜻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 당선인이 금융선진화와 관련해 심도깊은 논의를 하길 원한다”면서 “금융계에 오래 계시고 경험이 많은 분들을 중심으로 초청자를 선별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 당선인은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금융을 제대로 해온 사람들로부터 금융선진화 방안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강조하는 금융선진화는 한마디로 ‘돈되는 금융기업’의 양성이다. 골드먼삭스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을 만들기 위해 은행들이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이 당선인은 금융도 ‘돈 버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선진화의 핵심 화두는 금융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데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 등 금융공기업의 매각도 금융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인수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수위 측에서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 맹형규 기획조정분과 총괄간사,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 최경환 경제2분과 간사, 곽승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임태희 당선인 비서설장,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 등이 참석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김애실 제3정조 위원장이 함께 한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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