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지음 / 명진출판 / 1만 2000원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농사다.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평범한 부모일 뿐. 누구나 자녀를 처음 낳고 처음 길러본다.

성공한 CEO들도 일반인과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알고, 그것을 유전자처럼 아이에게 심어주고자 애쓴다는 것이다.

이 성공 유전자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전달되고 있을까.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가 쓴 신간 ‘CEO의 자녀교육’이 고민하는 주제다. 책은 이 주제를 기자 특유의 냉철한 분석력으로 다루고 있지만 딱딱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독자와 같은 자리에서 ‘부모의 시선’을 유지했기에 친근한 느낌을 준다.

김 기자는 “책을 준비하면서 엄청난 반성을 하고 또 했다”고 털어놓는다. 머리말에서 그는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겪었던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책엔 총 37명의 전·현직 CEO들이 등장해 자신의 교육관과 부모로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저자는 그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포인트를 뽑아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흔히 재력이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면 돈 걱정 없이 다양한 기회와 혜택을 누리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런 배경을 두고 성공으로 향하는 기본 조건이 다르다며 푸념하기 일쑤다. 책은 이런 통념을 깨고 교육에 있어 기본 철학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가 만난 CEO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육일약국 갑시다’란 베스트셀러로도 유명한 김성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대표는 자녀 교육 철학에 대해 “단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줘야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해진다는 의미에서다.

책 내용에서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동원그룹의 자식 교육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맏아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을 정말 혹독하게 키워냈다. 김 부회장은 입사하기 전 6개월간 남태평양에 나가 참치배를 타는 등 험한 현장 훈련을 거쳐야 했다. 둘째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남인 김남정 상무는 경남 창원에 위치한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첫 사회생활을 했고 동원산업 영업부 평사원으로서 시내 백화점에 참치 제품을 배달하는 일도 했다.

이왕이면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게 평범한 부모들 생각이라면 이들은 거꾸로 ‘고생을 시켜야 제대로 자식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37명 CEO들의 진솔한 고백

같은 맥락에서 아예 부모 덕(?)을 바라지 않도록 하는 이들도 있다.

잘 알려진 한 기업의 오너는 “내 회사에 2세 경영자는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고 책은 전한다. 대신 자신의 두 아들은 독자적으로 살길을 찾도록 만들었다.

성공한 CEO나 기업오너들은 자신이 신사업을 일궈온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들도 자신만의 꿈을 스스로 이뤄가기를 원한다.

책에 나오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의장은 “인간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게 돼 있다. 부모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시키는 것은 아이가 길을 에둘러 가게 만들 뿐”이라고 말한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저자는 ‘객관적으로 좋은 직업은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

설사 그런 직업이 있다 할지라도 ‘내 아이가 꼭 그 길을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부모 역할은 무엇일까. 정답을 알려주려 하지 않고 단지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책에 나오는 모 기업 상무처럼 자녀의 방황하는 모습에도 끈기를 갖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자녀가 아닌 스스로에게도 투자해야 한다. 책은 그 모든 노력들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주며 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38·신년2호(08.01.0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