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기자] 관가가 삼청교육대 때문에 떨고 있다.

삼청교육대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금융연수원에 자리잡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지칭한다.

요즘 관가에서 인수위는 삼청교육대로 통한다. 지난 2일부터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인수위가 그만큼 기세등등하다는 의미다.

공무원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10년만에 정권이 바뀐 탓에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과 기존 정책간 간극이 커 업무보고 과정에서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부처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도 예고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 2일 교육부를 시작으로 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된 이후 기존 정책들에 대해 인수위원들의 날세운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5년간의 정책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우 금산분리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바꿔 자세를 바짝 낮추기도 했다.

4일 행정자치부와 외교통상부의 부처 업무보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직업공무원들은 국민의 봉사자이지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다"라며 그 동안 공무원수 늘리기에 앞장선 행자부를 질책했다.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한미공조 약화 등에 대한 인수위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인수위의 정책 추진과정이 다소 위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보고할 필요는 없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 위기에 몰린 국정홍보처 김창호 처장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관료는 영혼이 없으며 정부 철학에 따라 일하는 것"이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4일 아침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국정감사가 아닌 당정협의를 하듯 업무보고를 받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군기잡기나 호통을 치는 일은 없었다"며 "실무적이고 쿨한 분위기로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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