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는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주식도 거의 없었고, 그런 종목을 사려고 하면 아무도 안 팔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는 완전히 정반대네요."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가치주와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 표정이 연초부터 밝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올해는 중소형주가 뜬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놔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업을 탐방하면 할수록 '가격이 너무 싼' 중소형주가 많은데다 매집하기도 너무 손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 중소형주시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소외되다 보니 매물이 그만큼 많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마치 옛 도자기들이 바겐세일에 들어갔을 때 골동품 수집가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매수 경쟁자도 시장을 많이 떠나서 펀드매니저들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소형주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이들은 매우 바쁘게 기업을 탐방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전무는 "운용하는 펀드(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형)의 전체 자산 중 30%가량은 기업의 청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높다고 보는 저평가 종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주당현금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도 있다고 했다. 당장 회사를 청산해서 현금만 받더라도 주가보다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종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이런 기업들을 먼저 발굴하고 매수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중소형주들이 시장에서 워낙 소외받다 보니 저평가 중소형주들이 시장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허남권 본부장은 "통상 보통주에 비해 20%가량 저평가받는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에 비해 30~40% 떨어진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작년 코스피가 32% 상승했는데 중소형주 중에는 별다른 이유없이 반 토막난 종목도 많다. 그는 "절대 저평가된 종목에 시간을 길게 잡고 투자한다면 시세리스크도 적고 수익도 크다는 철학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를 운용하고 있는 인종익 이사는 "시장 대비 30~50%가량 저평가돼 있는 종목이 많다"며 "밸류에이션은 낮지만 '너무 가격이 떨어진다'는 불안 심리 때문에 소외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가격이 싸다는 것은 올해 기대해 볼 수 있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그는 "적어도 3월 말까지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 이사는 "중소형주 매력은 이들이 언젠가는 대형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기대"라며 "한국이 선진국시장으로 진입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전통적인 서비스 업종(금융ㆍ유통 등)에서 이런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산업 중에서 현재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이 이처럼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에는 유리스몰뷰티, 동양중소형고배당, CJ중소형주플러스, 삼성중소형포커스 등이 있다.

가치주 펀드들도 최근 중소형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한국밸류10년투자, 신영밸류고배당 등도 중소형주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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