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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사례 1. 세계 1위의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의 오너는 인도 출신의 락시미 미탈 회장이다. 그는 한 번도 철강공장을 지어 본 적이 없다. 부실화된 철강회사를 인수·합병하여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해 경영하는 것이 그의 특기이다.
사례 2.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90% 인수한 서버러스는 사모(私募) 투자 펀드다. 이 펀드는 크라이슬러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이 두 사례의 주체는 서로 다르지만 경영 내지 운용방식은 매우 닮았다. 부실화된 회사를 인수한 후 팔고 자르고 줄여서 회사 가치를 정상화하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아르셀로-미탈을 가리켜 금융회사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계에선 금융이 산업의 영역으로 침투하는 현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2조 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가 세계를 누비고 있고, 친디아펀드에 오일머니, 이슬람금융까지 겹쳐지면서 이른바 ‘세계경제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해 금융기관의 자본시장 관련 업무 칸막이를 없앤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했다. 뒤이어 국책은행 개편 방안을 내놓았고, 정부가 국민연금을 활용해 우리은행·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등장했다. 국내 금융산업 재편과 관련해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국책은행 개편방안을 보면 산업은행의 투자금융업 부문을 대우증권에 넘기는 부분이 눈에 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대우증권은 향후 강력한 국영(國營) 투자은행(IB)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국내 금융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진 일종의 ‘낙후산업’이기 때문에 단시일에 세계 수준을 따라잡는 데에는 정부 차원의 적절한 산업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증대시키려 하거나 섣부른 ‘연금사회주의’를 시도하려 들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수가 있다는 점이다.
은행 부문에 이어 직접금융 분야에까지 국영투자은행과 연기금이 개입될 경우, ‘신관치(新官治) 금융’이 횡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과연 이러한 정책들이 금융화의 거대한 흐름에 대비해 커다란 밑그림하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냐는 점이다. 시장 중심 금융에서는 자율이 생명이다. 그동안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바람에 국내 자본시장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 모든 조치들이 자본시장 육성과 직접금융의 발전이라는 대명제 위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하되, 관치를 배제하고 시장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나아가 국영 투자은행으로서의 대우증권과 국영 자산운용사로서의 한국투자공사와의 기능 조정을 통해 국내 자본에 의한 자본시장 육성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도 있다.
서부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악당을 물리치고 마을에 평화를 찾아준 후 아리따운 여인의 아쉬운 시선을 뒤로하고 길을 떠난다. 자본시장 육성을 추구하는 정부의 태도도 이와 같아야 한다. ‘판’을 잘 짜 주되 개입은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동북아 금융허구(?)’가 아니었냐는 냉소적인 비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적 금융화의 흐름에 대비한 큰 그림을 그리며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할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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