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펀드 판매보수가 없어질 것 같다. 판매보수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설명을 듣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 3년을 펀드에 묵히는 사람은 매년 1%씩 모두 3%를 냈다. 설명은 한 번만 듣는데 판매사는 매년 돈을 떼어갔다.

이런 이상한 일이 없어진다니 쌍수를 들 만하다.

그러나 걱정은 부작용에 있다.

어쩌면 판매보수를 낮춰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 이 부작용이 더 클지도 모른다. 판매보수가 없어지면 판매수수료가 생긴다. 보수가 매년 떼어가는 돈이라면 판매수수료는 펀드에 가입할 때 단 한 번 내는 돈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판매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선 환매→재가입→환매→재가입을 무한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판매보수를 받을 때는 판매사가 굳이 환매 권유를 할 이유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매년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환매 후 재가입을 많이 할수록 이익이다. 이런 알고리즘의 결과는 '펀드 단기화'라는 비극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펀드 유통구조는 사실상 판매사 독점이기 때문이다.

김봉수 키움증권 사장은 사석에서 "자산운용사들에 온라인 펀드몰에 상품 좀 걸어 달라고 했더니 아무도 안 하더라"고 말했다. 운용사들이 모 회사인 은행, 증권사 때문에 온라인 펀드몰에는 펀드를 안 팔겠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다면 판매독점에다 불공정 행위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모 증권사 사장은 "생각 같아선 수수료를 지금보다 3배로 올리고 싶지만 참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수료를 통제하는 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기자는 무서웠다.

판매보수는 없어졌지만 판매독점은 남아 있다. 근본 문제인 판매독점이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보수를 없애는 것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모 증권사 사장처럼 독점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펀드 판매독점에 대해 전쟁을 선언할 때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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