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해 왔지만, 정작 그의 경제 철학은 네거티브 공방 속에 뚜렷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명박의 경제학, 즉 ‘MB노믹스’(MB와 econ omics의 합성어)의 요체는 무엇일까.
MB노믹스의 주축은 ‘경쟁 촉진형’ 경제 운용이다.
즉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세금을 줄여 경제 주체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창의를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에 맡겨 두면 저성장과 양극화 등 한국 경제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리게 돼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 당선자는 경쟁에서 탈락하는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정책을 보완 축으로 보강했다.
그래픽 박상훈기자 ps@chosun.com
경쟁 촉진과 약자보호의 양대 축이 MB노믹스의 요체다.
약자보호 축이 있기 때문에 정글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의 경제브레인인 곽승준 교수(고려대)는 MB노믹스의 논리를 이렇게 정리한다.
“잘되는 부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쪽은 규제도 없지만, 지원도 없다.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쟁이 힘겨운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이 당선자가 주창하는 ‘따뜻한 시장경제’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시장과 경쟁 중심의 경제 운용 지향
MB노믹스가 잘 압축돼 있는 것이 선대위가 지난 6월 발표한 이른바 ‘7대 경제원칙’이다.
즉 이념과 규제보다는 시장을 중시하고,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논리를 우선 적용한다.
또 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분배를 개선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대외적으로는 개방과 글로벌스탠더드를 추구한다고 돼 있다.
이는 시장의 역(逆) 기능을 경계하고 분배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경제 철학과 뚜렷이 구별된다.
곽승준 교수는 “세금을 내서 국가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며, 반(反)기업 정서를 친(親)기업 흐름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가 이 당선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시장과 경쟁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며 “경제 전반에 대한 규제완화로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돼 경제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야경국가와 복지국가의 조화
MB노믹스는 시장 경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시장의 승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야경(夜警)국가’ 철학이다. 야경국가란 자유방임주의에 근거한 국가관으로, 정부가 외침으로부터의 방어, 치안 유지, 사유재산권 보호 등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자유와 창의, 그리고 시장 메커니즘에 맡긴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 경쟁의 낙오자와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국가’ 철학이다. 시장경쟁에서 낙오된 자영업자, 재래시장 소상공인, 빈곤층, 장애인,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지원해, ‘패자 부활전’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현재보다 복지 수혜 계층을 늘리는 것을 공약으로 내놓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복지 분야 재정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바뀔 수 없다”고 발표했다. ‘예방적 복지’, ‘맞춤형 복지’를 지향하며, ‘생계형 신용불량자 사면’이나 ‘신혼부부 주택 마련 지원’ 등의 공약을 내놓았는데, 이는 진보 진영을 뺨칠 정도로 다소 ‘공격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자유주의+포퓰리즘 복지”지적도
그러나 MB노믹스가 추구하는 두 가지 국가 철학은 서로 상충되는 문제도 안고 있어 향후 구체적 정책 개발 과정에서 보다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당선자의 경제 철학은 신자유주의 기조하에서 다소 포퓰리즘적인 복지 정책과 정부 주도의 대운하 건설 등 다소 이질적 요소가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류근관 서울대 교수는 “공약대로라면 작은 정부와 감세(減稅)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복지 분야 지출을 늘려야 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균형 잡힌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B노믹스(MBnomics)
이명박 당선자의 영문 이니셜인 MB와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 이 당선자가 지향하는 경제 철학과 경제 운용 방향을 말한다.
과거 레이건 미 대통령이 편 경제 정책에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란 이름이 붙은 것처럼, 특정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지칭할 때 흔히 이처럼 표현한다.
[이지훈 기자 jhl@chosun.com]
[이진석 기자 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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