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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유통회사 하이마트 인수전 결과를 두고 나온 재계 평가다.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의 유진그룹이 매출 30조원대로 재계 6위인 GS그룹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 최근 하이마트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그것도 GS보다 500억원 이상 낮은 금액인 1조9500억원을 제시하고서 달성한 결과다.
이를 두고 이면 계약 논란 등 인수에 실패한 회사로부터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기업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52)은 담담한 모습이다.
이번 인수대상자 선정에는 그동안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현 하이마트 경영진의 의사가 큰 변수가 됐다.
2005년 4월 7800억원에 하이마트 지분 100%를 인수했던 미국계 사모펀드투자 전문회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적정한 매각 이익과 함께 기존 경영진에 대한 유임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인사는 “GS와 하이마트 사이에 사업상 겹치는 부문이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됐다는 게 큰 감점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유진은 물류 외에 직접 유통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구조조정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 회장 취임 직후 ‘고래 삼키는 새우’ 평판
유 회장 역시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유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국내 최대 가전유통 회사를 일궈온 능력 역시 높이 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매출 1조원이 안 되는 유진그룹이 2조원에 가까운 인수 대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는다.
유진그룹은 이와 관련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유진기업을 주축으로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하이마트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유진그룹은 지분 65~70%를 소유해 최대주주가 되고, 이 SPC는 부채를 포함한 총 1조9500억원을 투입해 하이마트를 사들이는 식이다.
현금보유액이 6000억원 내외라고 알려진 유진그룹이 SPC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 자금을 확보, 차입금 규모를 줄일지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동진 유진그룹 전략기획실 차장은 “구체적인 사항은 공정위의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찌됐든 유경선 회장이 ‘통 큰’ 사람임은 분명하다.
회장 취임 직후인 2004년 주식시장 상장기업이면서 자신의 회사보다 훨씬 유명했던 고려시멘트를 500억원으로 인수할 때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일반인에게 본격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6조원대에 매각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다. 비록 실패했지만 무서운 중견기업의 기세를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여세는 올해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여름 유진은 드림씨티 등 아끼던 자회사를 매각하면서까지 대우건설 인수에 매진했지만 결국 고배를 든 이후 무서운 기세로 여러 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 인재중시가 M&A 원칙
유통 부문에선 지난 2월 국내 유수 택배 회사인 로젠택배에 이어 8월에는 수송 전문업체 한국통운과 제3자물류 전문기업 한국GW물류를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 3월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증권을 인수함으로써 금융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유 회장이 일견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기업을 가리지 않고 인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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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현재 건설, 금융, 물류를 주요 사업군으로 삼고 있는데 내년 금융과 물류를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구동진 차장은 올해 서울증권 인수를 두고 “기존에 강점을 가졌던 레미콘 사업에 필요한 게 원활한 물류였고 건설과 물류 사업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것은 금융 산업이라는 회장 철학이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물류 사업에서 다시 연계 사업으로서 확장된 부문이 유통 사업이고 그 첫삽이 하이마트 인수란 설명이다.
이번 하이마트 인수로 자체 유통망까지 보강해 물류와 유통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른 유통 업체를 놔두고 왜 하필 하이마트였을까.
그것은 업계 선도기업 위주로 인수한다는 두 번째 원칙이 작용했다. 유 회장은 “우리 회사가 잘 모르는 업종 내 기업을 인수할 때 그곳이 업계 1위가 아니면 인수하기에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하이마트는 국내 가전유통시장에서 점유율 17%를 확보하고 있는 업계 1위 회사로 올해 예상 매출액은 2조3374억원에 이른다.
■ 내년 4조원 그룹매출 가능
관련 사업 노하우가 없는 만큼 기존 인력에 대한 예우 수준은 높다. 이는 인재중시 경영과 연계된다.
구 차장은 “회장이 평소 ‘100억원 설비투자를 하면 그에 걸맞은 100억원짜리 인재를 어디서든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명의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가 제의해 결국 자기 사람으로 만든 일화는 사내에서 유명하다.
하이마트 인수를 계기로 관심을 보였던 대한통운 인수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는데 그 기준도 ‘인재’다. 유 회장은 “인력 면에서 하이마트 쪽이 대한통운보다 훨씬 끌렸다”고 털어놓는다.
유진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7708억원이며 올해는 로젠택배 등의 매출을 합해 1조2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예상 매출이 2조5000억원 정도인 하이마트가 본격 편입되면 내년에는 4조원 그룹 매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매출 기준 재계 30위권으로 기업 위상이 껑충 뛰어오르는 셈이다.
그러나 유 회장의 야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계 한 인사는 “평소 마라톤, 사이클, 수영 등 철인3종 운동을 즐기면서 과감성과 끈기를 습관화하고 있는 유 회장이 사업에서 어떤 식으로 기질을 발휘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36·송년호(07.12.26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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