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투자IQ를 높여라]상황별 환테크]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원성이 높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데다 농산물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오른데 따라 생활 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물가 상승과 더불어 가계의 허리를 휘게 하는 또 하나의 복병이 환율이다. 기축통화의 입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여부가 논란이 될 정도로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평가절하되고 있기 때문.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30원선에 근접, 2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외환딜링 룸을 패닉상태로 만든 원/달러 환율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안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갑작스럽게 원화 값이 떨어지자 외화 실수요자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냈거나 출장 및 여행이 잦은 이들은 원화 평가절하의 영향에 직접 노출된다.
외화 실수요자들이 환율 상승을 이겨낼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 유학·여행 자금 '코스트 애버리지' 전략 = 해외 대학에서 자녀가 유학중인 경우 대개 3~6개월에 한 차례씩 목돈이 들어간다. 조기 유학도 부담이 적지 않다. 유학 자금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목돈을 송금해야 하는데다 원화 평가절상까지 겹치면 부담이 이중으로 커진다.
개인의 경우 선물환 헤지를 하는 일도 여의치 않아 급등락하는 환율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은 주가 만큼이나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시점을 예측해서 환전을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외화 자금 마련도 시간을 분산해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턴트는 "외화자유적립예금을 이용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필요한 통화를 매입해 두었다가 송금을 해야 할 시점에 목돈을 보내는 것도 한 가지 요령"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자영업자의 경우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외화를 확보하고 샐러리맨도 매달 일정 금액을 미리 환전해 두었다가 필요한 학비를 마련하라는 얘기다.
원화로 목돈을 마련했다가 한꺼번에 환전할 경우 원화가 강세일 경우라면 부담이 적겠지만 지금처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 감당하기 힘들다. 미리 여윳돈으로 외화예금에 가입하면 적립식 펀드와 같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경률 SC제일은행 목동으뜸뱅킹 PB는 "달러 뿐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 등 다른 통화도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매입한다는 생각으로 대처하다가는 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 경비도 마찬가지다. 올 여름 휴가 때 반드시 해외 여행을 갈 생각이라면 미리 예산을 짜고 필요한 경비를 틈틈이 외화로 환전해 두는 것이 좋다.
강경률 PB는 "환율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여행을 반드시 가야 하는데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있다가는 더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거나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 일정 금액씩 분산해 필요한 외화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개인 환헤지 사실상 불가능 = 기업이나 자산운용사와 달리 개인이 환헤지를 하는 일은 드물다. 장기간 유학 자금을 송금해야 하는 실수요자도 환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이 환리스크를 헤지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할 수 있다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환 헤지를 하기 위해서는 거래 금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하며 증거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수수료 비용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선물환 거래가 통상 1년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의 필요에 따라 헤지 기간을 설정하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는 가정의 경우 웬만큼 목돈을 미리 마련해 둔 경우가 많은 것도 개인의 선물환 이용이 드문 이유 중 하나다.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라면 굳이 헤지 비용을 들여 리스크를 대비하는 것보다 필요한 자금을 미리 송금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 외화예금 '베팅'은 高리스크 = 주요 통화에 대해 원화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도 환차익만을 위한 외화예금 가입이나 외환 거래를 권유하는 재무 컨설턴트는 거의 없다.
환율은 변동성이 크고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국내보다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에 투자할 경우 금리 차이와 환전 수수료 등의 비용을 상쇄하고도 차익을 가져다 줄 만큼 환차익이 발생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베팅이기 때문이다.
외화예금은 해당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금리를 적용 받으며 이자 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이 없다. 뉴질랜드 달러 정기예금에 가입할 경우 6개월 동안 연8.96%의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유로화 정기예금에 대해서는 연4%대의 금리가 적용된다. 반면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외화예금에 가입할 경우 금리에서만 국내 예금에 비해 각각 4%, 2% 가량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한 PB팀장은 "달러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한 금리 인하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달러화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엔화 예금의 경우 이자 수입이 미미하기 때문에 차익을 보려면 국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환차익이 발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여행에서 남긴 외화·엔화 대출 어떻게 = 여행에서 남겨 온 외화가 있다면 곧바로 원화로 환전하는 것보다 당분간 외화예금에 예치하거나 보유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인해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추가 매도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원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원화가 단시일 안에 강세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은 만큼 외화를 급하게 원화로 환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개원을 위해 엔화를 차입하기로 계획했다면 환리스크를 헤지하고 상환 조건을 유리하게 해야 한다.
송승용 컨설턴트는 "4~5년 전 일본이 제로금리라는 이유로 엔화를 차입해 치과나 피부과 등 개인 병원을 여는 의사들이 많았는데 금리는 여전히 낮지만 엔화 강세로 인해 만기 상환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외화 차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만기 일시 상환이 아니라 원금을 만기 이전에 갚을 수 있는 조건을 선택하고 가급적 환헤지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했다.
◇ 펀드 환헤지 할까 말까 =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환헤지를 한 해외펀드 펀드투자자들이 가슴을 치고 있다.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달러화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는 것.
해외펀드의 환헤지 여부가 망설여진다면 먼저 투자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순서다.
김균 한국증권 투자교육팀장은 "투자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이 펀드 가입의 주된 목적이라면 변동성이 극심한 환리스크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는 것이 투자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 급등에 따라 환헤지를 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으로 언급되지만 사실상 손해가 아니라 기회손실이며 당초 환리스크 헤지에 목적을 둔 결정인 만큼 기회손실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
그는 또 "실제로 환헤지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기회 손실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펀드의 환헤지는 사실 부분적인 헤지다. 가령, 동유럽 펀드에 가입할 때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만 헤지가 될 뿐 달러화와 투자 국가의 환율 변화에 대해서는 헤지가 되지 않는다.
투자 원금이 달러화 상태로 머무르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로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라면 환헤지에 따른 기회손실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황숙혜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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