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준호]  15일 오전 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1년 전에 든 펀드를 놔둬야 할지 아니면 환매해야 할지 고민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내 주변 사람에게까지 뻗친 모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느 회사의 무슨 펀드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글쎄, 증권사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그냥 돈을 맡겨서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워낙 투자에 문외한이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좀 극단적 경우이긴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상당수 투자자의 현주소다. 자신이 투자한 대상에 둔감하고, 투자환경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정세에 너무 어둡다. 그저 ‘저금리·노령화 시대에 유망한 투자수단은 펀드’라는 달콤한 이야기에 솔깃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개 펀드의 1년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더라’는 소문에 막연히 펀드 창구로 달려간 사람도 상당수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한국은 문제 없다”고 장담한다. 국내 금융회사의 서브프라임 투자가 적고 평가손실도 8500만 달러(약 79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과연 그럴까. 정부가 투자심리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밝은 면만 보는 것은 아닐까.

 미 서브프라임발 금융 불안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광복절로 서울 시장이 쉬는 동안 미국·유럽·아시아 증시가 돌아가며 다시 하락했다. 골드먼삭스 등 여기저기서 투자 실패에 대한 ‘고해성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국내 증권가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4일 “서브프라임 사태는 안개 속이어서 제대로 된 투자전략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서울 증시에서 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매도를 했다. 그 물량을 주식펀드를 앞세운 국내 기관들이 받아내며 버티는 형국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단정할 수 없다. 시간이 흘러야 외국인이 현명했는지, 아니면 개인과 기관의 전망이 옳았는지 밝혀질 일이다.

 당장 펀드에서 돈을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도 문제지만 상황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도 화를 부를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어느 나라, 어떤 주식, 무슨 금융상품인지는 알아야 한다. 자신의 펀드가 어디에 투자했는지도 모르고 펀드 환매를 위해 BNP파리바 은행 창구로 몰려든 파리 시민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 ▶최준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uno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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